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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20일 12시 39분 등록
돈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법 - 샘터 10월

내가 좀 모자라고 어리숙하다는 것을 우리집 사람들은 다 압니다. 놀림을 받는 이유는 주로 조금 엉뚱한 발상을 하기 때문입니다. 성격이 내향적이기 때문에 대놓고 튀는 짓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보편적 상황에 걸맞지 않는 짓을 가끔 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나는 팁을 전혀 기대하지 않는 음식점 두 군데에서 팁을 주었습니다. 받는 사람 모두 전혀 예기치 않았던 놀라움이었지요.

한번은 어머니 생신이었기 때문에 형제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모여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연희동에 있는 중국집이었는데 가끔 가는 집중의 하나입니다. 일요일 저녁이어서 만원이었고, 종업원들은 지쳐있었습니다. 그 중에 유난히 지쳐 보이는 처녀가 있었지요. 피곤의 냄새가 온 몸에서 느껴졌고, 얼굴은 굳어있었습니다.

그 처녀가 홀을 가로지를 때 마다 손님을 위한 서비스라는 생각은 어디에도 없는 기계적인 느린 동작만이 내 눈에 띄였습니다. 자연히 식탁을 준비하는 과정에 빈틈이 생기게 되고, 우리는 차나 접시, 물등에 대한 요구를 하게 되었지요. 말투를 들어보니 조선족 처자인 것 같았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 지 모르지만 아직 어린 나이에 낯선 곳에 와서 고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술 한잔씩을 곁들여 웃고 즐기며 떠들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오다가 이 처녀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식사비에 비해 꽤 많은 팁을 주었습니다.

처녀는 매우 놀랐습니다. 그리고 어린애처럼 좋아했습니다. 마치 모든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 나가는 듯한 기쁨을 표시해 주었습니다. 그냥 주고 나왔으면 좋은데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맛있는 것 사먹어요’. 참 이상한 말입니다. 어린애들에게나 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나는 늘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기다 보면 종업원들에게 약간 미안함을 느낍니다. 우리는 먹는데 그들은 일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들도 다른 곳에서 손님으로 누군가의 서비스를 받으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약간의 보상을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내가 생각해도 좀 우스운 발상이긴 하지만요.

또 한 번은 처와 함께 대구로 강연여행을 갔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강연은 2시 부터였고 우리는 점심을 먹어야 했습니다. 우연히 찾아간 그 집은 ‘복어 불고기’ 라는 특별한 메뉴를 가지고 있는 집이었는데, 운이 참 좋게도 아주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 집에도 젊은 처녀가 서브를 해 주었습니다. 좀 아파 보였습니다. 그러나 상냥하고 친절했습니다. 음식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참 차분하고 성실한 젊은이였습니다. 힘들고 보상이 신통치 않은 일일텐데 스스로 즐겨가며 참 잘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애를 써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참 예뻐 보였습니다. 나올 때 약간의 팁을 주었습니다. 이번에는 맛있고 즐거운 식사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습니다. 그러니까 봉사료라는 개념의 팁에 딱 어울리는 팁을 준 셈이지요. 그러나 그녀에게는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나는 팁이라는 개념을 싫어하는 편이었습니다. 그저 마음으로 고마워하면 되는 것이고, 다시 한 번 더 찾아가면 그 서비스에 대한 보답이 되는 것이라고 여기곤 했었습니다. 특히 팁을 음식을 먹기 전이나 중간에 주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음식을 먹기 전에 팁을 주면, 반찬 하나라도 더 가져다 주고 서비스가 좋아지기도 하지만, 그 마음 씀이 지나치게 영악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돈이 맹위를 떨치는 시장의 원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 이해만이 모든 사회적 관계를 좌우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고에 대한 미안함이든 훌륭한 서비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든 돈 역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적당한 선물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제법 노회해져서 이제는 돈으로 마음을 표시하는 일에 조금 익숙해 졌습니다.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게 약간의 푼돈이 생기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도 없으니까요.

돈은 참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나 스스로에게 여전히 하나의 기준을 남겨둡니다. “좋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팁을 주지는 말아라. 의도를 가지고 돈을 건네는 것은 뇌물이다. 돈이 좋은 선물이 되는 경우는 수고와 고마움에 대한 마음의 표현일 때 뿐이다 ” 라는 생각 말입니다.


IP *.229.14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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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0 20:41:55 *.212.217.154

가끔씩, 정말로 마음에 쏙 드는 서비스를 받았을때

팁을 드리고 싶은 경우가 생기지요,

하지만 택시탈때를 제외하고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팁을 드린적은 없었네요.

드리더라도 천원짜리 한장정도인데, 왠지 더 미안해지는 금액으로 생각했어요.

받는사람도 기분이 상할수도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직 어린나이라서, 받는분들 나이가 많을때 건방져보일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네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돈 보다는 매장을 나설때

진심어린 인사로 대신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조금 더 밝고 큰 소리로, 눈맞춤 하며 인사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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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2 10:10:07 *.170.174.217

예전에 읽은 글줄에,

스티브잡스가 어떤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역정을 내었던 일화를 보았습니다.

내용인 즉슨,

식당에 기분좋게 식사를하러 들어왔는데,

주문과 서빙을 하는 웨이트리스의 서비스가 프로답지 않다는 것이었지요.

아마 좀 퉁명스럽고 짜증이 섞인 목소리였을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때 그 기사를 읽었던 적에는 '뭐 이런 까칠한사람이 다 있지?' 정도의 반응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그때 그 잡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잡스는 아마도, 자신이 받게된 불편함에 화가났던것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친절함과 안란락한 서비스) 그 직원의 태도(Attitude)에 화가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의 완벽함에 대한 병적인 집착증을 생각하면

충분하고도 남는 일이겠지요.


제가 선생님 상황이었다면, 글쎄요.

'아직까지'는 그렇게 너그럽게 넘어갈 수는 없었을것 같습니다^^

잡스가 추구했던 '완벽함'을 저 또한 이상적인 모델로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조금 더 삶의 맛을 알게되고

선생님의 나이가 되면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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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9 10:38:18 *.107.214.115

선생님은 참 따뜻한 분이시네요. 

저도 그런 모습을 닮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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