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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28일 12시 54분 등록
낯선 시대의 특별한 생각, 2006년 2월 27일, 석세스 파트너


중국 전국시대 최고의 유세꾼은 소진과 장의다. 그들은 모두 귀곡선생이라는 한 스승에게 배운 동문이다. 귀곡선생이라고 불린 이유는 그가 귀곡(鬼谷)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 역시 전국시대 활약한 종횡가의 한 사람으로 귀곡자라고 불리기도 했다.

소진과 장의 두 사람 중 먼저 출세한 사람은 소진이다. 그러나 소진 역시 처음에는 여러 나라를 유세하러 다니며 자신을 써줄 제후를 찾았으나 실패했다. 떠돌기를 몇 년 하다 낙담하여 집으로 돌아오니 형제, 형수, 누이, 아내, 첩들이 모두 은근히 비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나라의 풍속에 따르면 농사를 주로하고 물건을 만들고 장사를 해서 10분의 2는 이익을 올리는 것이 사람의 의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본업을 버리고 입과 혀끝만을 놀리고 있으니 가난하고 궁핍한 것 또한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 ”

소진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럽고 슬퍼졌다. 문을 잠그고 방에 틀어 박혔다. 그리고 그동안 읽은 책들을 훑어보며 탄식했다. 그의 마음 속에는 선비가 머리를 숙여 힘써 배우고도 높은 벼슬과 영화를 얻을 수 없다면 책을 많이 읽은 들 무엇하랴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마음을 다잡고 다시 1년을 죽을 듯이 공부하였다. 그리고 비로소 그는 상대방의 심리를 알아내어 설득하는 묘리를 깨닫게 되었다.

그후 그는 강한 진나라에 대항하여 상대적으로 약한 6국이 서로 힘을 합해 합종하게 함으로써 15년 동안 진나라가 동쪽으로 무력확장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낼 수 있었다. 소진은 바로 그 공으로 한 때 여섯 나라의 재상이 되어 빛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장의 역시 학업을 마치고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유세를 했다. 그러나 그 역시 그리 성공적이 못했다. 한 번은 초나라에 이르러 초나라 재상과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마침 초나라 재상이 구슬을 잃어 버렸는데, 장의가 의심을 받게 되었다.

한 사람이 “장의는 가난하고 행실이 바르지 못합니다. 그 자가 당신의 구슬을 훔쳤습니다” 하며 무고 했다. 사람들은 장의를 잡아 심하게 매질을 했다. 그래도 장의가 구술을 훔쳤다고 말하지 않으니 그때서야 풀어 주었다. 유혈이 낭자한 채 업혀온 장의에게 아내가 말했다

“당신이 글을 읽어 유세하지 않았다면 오늘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자 장의가 아내에게 이렇게 대꾸했다. “내 혀가 아직 붙어 있는 지 보아 주시오”

장의의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혀는 아직 붙어 있네요”
장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되었오”

이 에피소드는 장의의 일화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의 하나다. 장의는 그 후 가장 강한 진나라로 가서 진나라 왕을 설득하여 소진이 6국을 연합해 놓은 것을 풀고 개별적으로 진과의 동맹 관계를 맺어 진이 강성해 지도록 한 공로가 컸다.

소진과 장의는 한 선생 밑에서 배웠지만 서로 라이벌이었다. 하나는 강한 진나라에 대항하여 힘이 약한 나라들끼리의 힘을 합하여 대항하게 하는 합종책을 썼고, 하나는 합종에 대항하여 강한 진을 중심으로 개별적 동맹관계를 맺도록 하여 합종을 궤멸시키는 연횡책을 썼다. 사마천은 사기 열전에서 이 두 사람에 대하여 상당한 분량의 할애한 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 소진은 결국 제나라에서 첩자의 협의를 받고 죽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비웃고 그의 술수를 배우기를 꺼려했다. 그러나 소진은 보통 집안에서 일어나 여섯 나라를 연합시켜 합종을 맺게 한 것으로 보아 그의 지혜가 뛰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그의 경력과 사적을 서술하여 유독 그만이 나쁜 평가를 듣지 않도록 하였다....

장의가 일을 꾸민 것은 소진 보다 더 심한 점이 있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이 소진을 더 미워하는 것은 소진이 먼저 죽었기 때문에 장의가 그의 단점을 들추어 부풀려서 자신의 주장을 유리하게 끌어나가 연횡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다 나라를 기울이게 한 위험한 인물들이다”

태사공 사마천의 평가대로 이 두 사람은 한때 전국시대의 모든 나라들을 이끌어 서로 연합하고 흩어지게 만들었던 시대의 풍운아들이었다. 그들은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땅도 권력도 돈도 문벌도 배경도 없었다. 그저 그들이 가진 것은 그들 자신이었다. 그중에서 그들의 최고의 무기와 강점은 바로 그들의 혀였다. 아마 요새 언어로 조금 상스럽게 표현하면 ‘죽어서도 입만 둥둥 떠다닐 만큼’ 가벼운 재산이 바로 그들의 혀였다.

그들은 첩자였고 사기꾼이었고 거짓말쟁이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공부한 학자였고, 유능한 외교관이었고, 배짱이 두둑한 전략가였고, 설득에 강한 변설가였다. 바로 전국시대의 전란 속에서 아이디어와 자신에 대한 마케팅을 통해 뜻을 이룬 한 시대의 특별한 괴짜들임에 틀림이 없다. 아마 이 두 사람은 사기열전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가벼운 무기로 위험한 일을 해낸 사람들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들의 혀처럼 ‘가벼운’ 시대에 살고 있다. 경제의 기본적 구조는 물리적 경제에서 글로벌 네트워크 경제로 이행되었다. 보고 만져지는 물질의 시대에서 만질 수 없는 지식의 시대로 옮겨왔다. 예를 들어 보자.

10년 전에 이미 마이크로 소프트는 IBM 보다 시장 평가액이 더 높아졌다. 당시 IBM은 공장, 설비, 각종 업무용 부동산등을 합해 170억 달러 규모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고정 자산은 10억 달라도 되지 않았다. 당연히 장부상 가격으로 보면 IBM 이 월등한 우위에 있다. 그러나 투자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을 더 높은 가격으로 구입했다.

전통적으로 한 기업의 주식가치를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잣대역할을 해 왔던 고정 자산은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을 구매한 사람들은 이 회사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의 선의와 아이디어, 재능 그리고 경험을 눈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자산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작가이며 언론인인 프레드 무디가 ‘뉴욕 타임즈’에 기고한 글 속에서 표현한 대로 ‘ 마이크로소프트의 유일한 공장 자산은 직원들의 상상력’ 인 것이다. 21세기의 새로운 비즈니스는 중후한 물리적 자산이 아니라 ‘작고 가벼운’ micro & soft 자산인 것이다.

GM은 이미 10년 전인 1997 년에 1,780억 달러를 판매하여 세계에서 가장 매출액이 큰 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GM의 주식가격은 뉴욕증권거래소의 최고 40대 기업에도 오르지 못했다. 실제로 세계 최고의 매출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GM의 시장 평가액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것은 막대한 자금이 공장, 기계, 설비, 창고등의 고정 자산에 묶여 있는 전통적인 기업의 현위치를 보여준다.

장부상으로 GM의 재무구조는 양호하다. 그러나 새로운 글로벌 경제의 현실에서는 GM의 물리적 자산은 오히려 부채가 된 것이다. 지금 GM의 위기는 이미 외형적으로 가장 큰 기업으로 평가 받을 때 비롯된 왜곡된 성공에서부터 온 것이다.

GM의 외형이 커지기 시작할 때 클라이슬러는 생산을 공급업자에게 아웃소싱하고 보유 부동산을 대부분 팔아 치웠다. 본사는 설계와 마케팅에만 주력하였다. 장부상으로는 초라해 보이지만 시장에서 짭잘한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새로운 상행위의 또 다른 모델을 보여주는 사례로 나이키를 들 수 있다. 일반인들은 나이키를 운동화 제조 판매회사 정도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나이키는 정교한 마케팅 원리와 유통망을 갖춘 연구 디자인실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이키는 이제 가상회사가 되었다. 나이키는 내세울 만한 공장도 설비도 부동산도 없다. 그 대신 나이키는 협력업체라고 부르는 동남아시아에 광범위한 공급자의 망을 구축하여 본사에서 디자인한 수 백종의 운동화와 스포츠 웨어 그리고 각종 운동 장비를 이들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나이키는 광고와 마케팅업무도 과감하게 아웃소싱 하였다. 실제로 1990년 대 들어 웨이든 앤드 케네디 사의 혁신적 광고 전략에 힘입어 매출을 대폭 늘일 수 있었다. 나이키는 운동화를 팔지 않는다. 나이키는 개념을 판다. 이 회사는 동남아의 무명의 기업들과 계약을 맺어 그 개념의 물리적 형태를 생산해 낸다.

장부가격과 시장평가액의 엄청난 괴리는 다른 산업에서도 두드러진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몇 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설립한 드림웍스 SKG가 기업 공개를 하자 이 회사는 단 한 평의 부동산도 없었지만 단숨에 20억 달러를 조달 할 수 있었다. 투자가들은 장래 수익을 거두어 들일 수 있는 잠재력에 돈을 건 것이다.

물리적 힘이 중요했던 시대에서 정신적 통찰력이 빛을 발하는 시대로 변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회계 법칙의 변화도 대두되고 있다. 기존의 회계법칙 으로는 진정한 가치를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자산으로 평가 받았던 토지, 업무용 부동산, 공장, 설비등이 짐과 부채로 변하기 시작하는 가벼운 경제의 시대에 이것들을 여전히 중요한 재산으로 평가하는 회계 시스템이 과연 미래의 역량과 기회를 투자자에게 적절히 평가해 줄 수 있겠는가 ?

우리는 낯선 시대, 역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아이디어와 개념의 마케팅 시대에 살고 있다. 생각과 사고의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2300년 전에 전국시대를 살다간 소진과 장의처럼 우리는 ‘낯선 시대에 특별한 생각을 하는 괴짜’일 필요가 있다. 어떤 성공도 믿어서는 안된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다음과 같이 정의 해보자. ‘과거의 성공을 의심한다. 고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IP *.116.3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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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간디
2006.03.02 10:28:08 *.200.97.235
좋은 글 퍼갑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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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사랑
2006.03.14 06:29:55 *.118.67.206
아직도 낯선 시대의 특별한 생각이 어색합니다.
당장 눈앞의 몇 푼짜리 동전에 급급해서 그런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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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2006.06.27 14:04:53 *.252.145.152
'소진과 장의'..
선생님의 이 비유는 '지식경제사회'로 움직이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잘 알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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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8 10:45:43 *.212.217.154

변화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것은

결국 새로운 사람들,

젊은 세대이겠지요.

낡은 고정관점을 벗어나 나만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발버둥 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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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6 15:16:29 *.212.217.154

1,2차 산업 혁명명을 지나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시대에 살아갑니다.

어제의 진리가

오늘의 그것이 아니듯이,

지금 논의되는 그런 원칙이나 조직들도 결코

영원하지는 못하겠지요.


끊임없는 변화와

그 변화에대한 능동적 자세가

우리들을 그런 변화의 흐름에 이끌리지 않고

흐름을 타고 높이 날 수 있는 방법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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