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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24일 07시 36분 등록
쉼, 여가, 그리고 창조적 휴식, 신보, 2006년 8월

아주 오래된 옛날이었다. 그때가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할 만큼 오래된 이야기다. 어느 나라의 왕과 왕비가 한 박람회장을 방문했다. 그들은 그곳에 전시된 물건들을 둘러보다 매우 아름답게 조각된 상자 하나에 눈길이 갔다. 왕비가 그 상자를 보며 물었다.
“이 상자 속에는 무엇이 들었는지요?”
그 상자를 전시한 주인이 대답했다.
“이것은 정말 대단한 물건입니다. 이것에 비하면 다른 물건들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 상자는 참으로 굉장한 것인데, 이것을 소유하면 세상에서 더 좋은 것은 찾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왕이 물었다.
“이 조그마한 상자가 그렇게 대단하오?”

“이것을 작다고 하시면 안 됩니다. 이것은 놀랍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폐하, 이 상자 속에는 요정이 들어 있는데, 이 요정은 무슨 일을 시켜도 단 일초 만에 해치웁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 상자를 바라보던 왕비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우리는 큰 왕국을 가지고 있는데, 만약 이런 물건을 가진다면 대단한 행운이 될 것 같군요.”
그래서 왕과 왕비는 요정이 든 그 상자를 아주 많은 돈을 주고 샀다. 왕궁으로 돌아온 왕과 왕비는 즉시 상자를 열고 요정에게 일을 시켰다. 요정은 그들이 시키는 일을 눈 깜박할 사이에 해치웠다. 그리고는 말했다.
“내게 할 일을 더 줘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을 먹어 버리겠어요.”

왕과 왕비는 그날 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단숨에 일을 끝낸다음 요정이 그 즉시 일을 더 달라고 졸랐기 때문이다. 정말 큰일이었다. 그들은 요정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요정은 더 할 일을 생각해 낼 수 없을 정도로 무슨 일이든 금방 해치우고 계속 일거리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끝에 꼭 “일을 주지 않으면 당신들을 잡아먹고 말테요“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덧 붙였다.
왕은 마침내 그 나라의 현자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했다. 얘기를 다 듣고 난 현자가 왕과 왕비를 안심시키고 나서 좋은 비방을 하나 가르쳐 주었다. 왕과 왕비는 기뻐하며 왕궁으로 되돌아 갔다. 그리고 요정에게 말했다.
“ 너는 가서 온 숲 속을 다 뒤져서 가장 큰 대나무를 가져오너라.”
요정은 일초 안에 가장 큰 대나무를 가지고 나타났다. 왕이 요정에게 명령했다.
“너는 땅을 깊이 파고 이 대나무를 묻어라. 그리고 나서는 이 대나무 장대를 계속 오르내리도록 하여라.”
이렇게 하여 요정은 지금도 쉬지 않고 그 대나무를 오르내리고 있다 한다. 왕과 왕비는 끊임없이 일을 시켜야 하는 위험에서 구출되었다.

이 이야기는 요가의 달인인 스와미 라마가 <행복한 삶의 기술>에서 사용한 아름다운 우화이다. 일이 당신을 짓누를 때, 당신의 얼굴이 대나무 줄기를 오르내리고 있는 요정과 닮지 않았는 지 비교해 볼 일이다.

일은 주인을 닮아 있다. 일이 끝내야할 과제이며 끊임없이 반복되는 품삯일 때, 그 일은 지루한 대나무 타기와 다를 바 없다. 반면 일이 물기 가득한 과육처럼 상큼한 즐거움의 원천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보스를 만족 시키려고 하지 말고 고객을 만족시키려고 하라. 일을 시킨 사람, 즉 당신의 보스가 그 일의 유일한 고객이 될 때 일은 끝내야할 과제이며, 죽은 일이 된다. 모든 일은 고객을 가지고 있다. 고객이란 일을 시킨 사람이 아니라 일의 수혜자다. 즉 당신의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바로 그 일의 제 1의 목적이다. 보스는 내가 고객을 만족 시키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스폰서다. 얼마나 훌륭한 조직인가를 결정하는 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보스와 직원 사이에 이러한 역할에 대한 컨센서스가 이루어져 있는가의 여부이다. 보스를 쳐다보고 일을 하고, 보스가 모든 일의 기준일 때, 그 조직은 삼류인 것이다. 잭 웰치는 이런 조직을 ‘해바라기처럼 자신의 보스만을 쳐다보고, 고객에게는 엉덩이를 돌려 댄 조직’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늘 이렇게 질문해야한다. 내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이 서비스는 다른 곳에서는 결코 받을 수 없는 굉장한 것’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할 수는 없을까 ? 이것이 기계적 반복에서 벗어나 일 속에서 생활의 활력을 찾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끔 내가 아직도 땀을 뻘뻘 흘리며 대나무를 타고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그 요정은 아닌지 되물어 보는 일이다. 일은 창조적 휴식을 필요로 한다. 세상에는 세 가지의 종류의 휴식이 있다. 가장 원초적인 휴식은 일과 일 사이의 쉼이다. 다시 일하기 위해서 몸과 정신의 피로를 덜어 주는 작업이다. 그 다음 단계의 고급 휴식은 여가다. 즉 일을 떠나 삶의 다른 부분을 즐기기 위한 시간이다. 삶을 일로 가득 채우고 여가를 내지 못하면 오르내리는 장대만이 내가 만난 세상의 전부가 된다. 즉 직장이라는 감옥에 몸도 정신도 갇히게 된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직장의 수인(囚人)’이라고 부른다. 여가는 가족과 즐기게 하고, 여행을 떠나게 하고, 취미 생활을 하도록 도와준다.

가장 고급의 휴식을 나는 창조적 휴식이라 부른다. 이 휴식은 우리가 일상의 수준을 도약시키도록 도와준다. 즉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투자된 시간이라 말할 수 있다. 창조적 휴식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하고, 새로운 정신으로 거듭나고, 새로운 시도와 모색을 시도함으로서 이윽고 다른 삶의 질로 건너뛸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생계형 월급쟁이에서 통찰력 있는 전문가’로 거듭나게 해 준다. 나의 휴식이 얼마나 창의적인지 질문해 보자.

IP *.116.34.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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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욱
2006.08.12 22:27:03 *.73.197.31
참으로 아름다운 글입니다.
참으로 감동적인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항상,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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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숙
2006.09.17 17:00:23 *.238.154.72
창조적 휴식이란 말이 정말 마음에 와 닿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직장의 수인'이 되어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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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훈
2007.01.09 07:56:56 *.173.139.9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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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30 17:56:59 *.212.217.154

어느 정치인의 구호처럼,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할 때

창조적 휴식도 실현 가능한 계획이 될 수 있지 싶습니다.


모든일을 잊고 어린아이의 웃음을 지으며 뛰어놀 수 있는 마음.

그 마음의 여유에서 창조적 휴식도 꽃을피우겠지요.

아이처럼 웃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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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1 11:37:27 *.212.217.154

우리의 휴식이 전투적일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일부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업무시간과

그로인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휴식시간 때문이겠지요.


잠깐 케나다에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의 노동자들은

일과 휴식의 구분이 명확하며

일 중간에 스스로의 휴식에 대한 권리에대한

사회 보편적으로 공통된 인식( 일 보다 인권을 우선시하는 ) 이 있었습니다.

그렇게에, 일주일이 넘는 휴가가 특별한 일이 아닌것이었지요.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자유로운 휴식이 가능할까요?


우리는 서구 선진국의 창의성을 동경하며 따라가려합니다.

그 창의성의 바탕을 이루는 '자율'과 '경제적, 시간적 여유'는 보지 못한체 말이지요.


조금씩 조금씩 우리나라의 회사문화, 조직문화도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퇴될 것이구요.


그러나 저러나,

저도 그런 달콤한 휴식을 꿈꾸어본지 오래되었군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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