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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일 21시 49분 등록

경쟁과 우정에 대한 세 가지 버젼
브레인 유답, 2009년 5월

한때 우리를 웃게 만든 농담이 하나 있었다. 두 사람이 초원을 걷다 굶주린 사자를 만났다. 두렵고 위험한 순간이었다. 그때 천사가 나타나 무엇을 도와줄까 물었다. 한 사람이 다급하게 운동화를 달라 청했다. 친절한 천사는 그의 소원을 들어 주긴 했지만 걱정이 되어 이렇게 말해 주었다. "여보게, 운동화를 신고 달린다고 해도 사자보다 빨리 달릴 수는 없다네" 묵묵히 운동화 끈을 조여 맨 다음 그 사람은 옆 사람을 힐끗 돌아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건 나도 알아요. 그렇지만 이 친구 보다는 빨리 달릴 수 있답니다" 그리고 힘껏 도망쳤다. 이 이야기는 경영자들이 즐겨하는 농담 중의 하나였다. 우리는 경쟁 사회 속에 살고 있고, 경쟁의 의미는 이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후 살아가면서 나는 이 농담의 후편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운동화를 신고 달아난 그 사람은 사자로부터 잘 도망갔을까 ? 사자 역시 생각할 줄 아는 존재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흘러갔다. "그러나 사자는 운동화를 신고 앞서 뛰어가는 사람을 잡아먹었다. 느린 사람은 나중에 먹어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먼저 튀는 놈을 제압하고 느린 놈은 미래를 위해 남겨'두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 하나를 다 먹은 후 사자는 깊이 잠들었다. 이미 포식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쟁만이 전부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배부르면 그만 먹을 줄 아는 자연이 준 또 하나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가 이 시대의 속도감을 상징한다면, 반대로 슬로푸드는 이에 대항하여 건강과 친환경의 또 다른 반트랜드counter-trend 를 만들어 냄으로써 전체 시스템의 균형을 잡아 간다. 정글의 법칙뿐 아니라 협력과 배려의 원칙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이것이 딜레마와 역설을 통한 균형의 원칙이다.

이제, 이 이야기의 세 번째 버전을 다듬어 보자. 첫 장면으로 되돌아 가보자. 사자와 대면한 위기의 상황에서 천사가 무엇을 원하는가 물었을 때, 당신이라면 무엇을 달라 했을까 ? 아마 사자에 대항 할 수 있는 총이나 창 같은 것을 얻어 둘이서 용감하게 사자에 대항하는 법을 찾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겨드랑이 밑의 날개를 원했을까 ? 그리하여 하늘을 훨훨 날아 우아하게 그 위기의 장소를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이야기의 세 번째 버전을 이렇게 썼다. " 이 사자를 토끼나 말로 바꾸어 주세요. 우리가 데리고 놀거나 길들여 탈 수 있도록 말이예요."

나는 변화 경영연구소 연구원들에게 늘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이고 스승이고 건강한 경쟁자'이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것이 관계의 복합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직장 안에서 서로 경쟁한다. 따라서 동료가 잘되면 시기하고 질투한다. 이성은 동료의 성공을 축하해야한다고 말할 지 모르지만 가슴 속에서 시기심이 자라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사람이다. 그러나 뛰어난 성과를 낸 동료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파괴적 시기심으로는 절대 성숙할 수 없다. 이 시기심을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사람만이 시기심을 동기 부여의 힘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것이 건강한 경쟁이다. 그리고 이것이 경쟁의 긍정성이다. 따라서 좋은 경쟁자는 동료를 밟고 넘어야할 발판이나 성공의 제단에 바쳐진 제물로 쓰지 않는다. 동료를 건강한 파트너로 인식한다.

동료와의 좋은 파트너십이 세월과 함께 우정으로 발전하면 최상이다. 이때는 함께 창을 들고 공동의 적에게 대항할 수 있다. 둘이 하나가 되어 또 다른 적과의 경쟁을 벌리는 양상이다. 뿔뿔이 흩어져 도주하는 것 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 만일 두 사람이 천사에게 창과 칼을 얻어 사자를 물리 칠 수 있었다면 그것은 '함께 만들어 낸 승리'라는 훌륭한 이야기 하나를 만들어 내게 된다. 적을 패퇴시키고 승리하는 것은 모든 영웅들의 로망이다. 승리처럼 짜릿한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정말 멋진 깨달음 하나를 얻게 된다. 그것은 바로 적을 궤멸시키는 승리를 넘어 적을 친구로 전환시키는 것의 아름다움이다. 모든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 안에 성숙함을 담고 있다. 모르던 두 사람이 만나 목숨을 건 사랑을 하고, 피흘려 싸우던 두 사람이 어느 날 위대한 각성에 의해 서로 얼싸 안고 평생을 함께하는 우정을 나누게 되는 이야기 속에는 하나가 다른 하나를 지배하는 승리와 패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 두려움은 싸워서 이겨내야할 대상이 아니라 통제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흥분으로 바뀌게 된다. 사자라는 두려움 앞에서 서로를 자신의 구명을 위한 제물로 인식하던 초보적 경쟁 상태에서 서로 힘을 합쳐 사자에 대항하여 승리하는 영웅적인 협력의 이야기를 거쳐, 이제는 두려운 사자마저 변화시켜 함께 놀 수 있는 새로운 친구로 확대해가는 아름다움으로 도약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정신적 성숙을 경험하게 된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직장에서의 보람과 기쁨 역시 사람에게서 나온다. 성과조차도 모두 사람을 통해 만들어 진다. 혼자서도 성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은 독립적이다. 그러나 둘이 만들어 낸 성과는 더욱 훌륭하다. 그리고 정말 위대한 것은 싸움을 협력으로 전환하고, 적을 친구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손자는 오래전에 이것을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이라고 불렀다. 이것을 터득하여 자기 것으로 수련해 가는 것이 바로 관계의 아름다움이다. 나는 이것을 프랜드십 경영이라 부르겠다.

IP *.160.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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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3 01:23:56 *.12.130.116
지난 얼마간의 혼돈 속에서 진정 가르침을 받고 싶었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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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9.06.03 06:35:55 *.5.98.153
건강한 경쟁, 영웅적 협력, 관계의 아름다움, 프랜드십 경영...
담아두고 싶은 몇몇 키워드들이 마음을 치고 들어오는군요.

코리안시리즈와 WBC, 전국체전과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 적이 있습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상황 변화에 어떻게 훌륭하게 적응할 수 있는지...
'싸움을 협력으로 전환하고, 적을 친구로 만들어 내는 것'... 프랜드십 경영에 힘써야 겠습니다.

'나는 이야기를 새로 지어내는 데 능하지 못하다'고 스스로 고백하신 글을 읽은 적이 있는 데
재미난 새로운 버전의 이야기들을 만들어내시는 걸 보면 그 '고백'도 변화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
건강하시죠? 조만간 한번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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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3 14:04:11 *.205.0.2
이런 즐거움에 구변연을 찾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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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췍
2009.06.03 16:21:08 *.253.121.34
연필지기님과 같은 마음입니다. 구변연안에는 성숙함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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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2 16:16:25 *.196.12.18
구본형님.  오랫만에 들렸지만 역시나 좋은글(?) 읽고 느끼고갑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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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은
2009.07.13 00:54:25 *.34.187.190
3번째 이야기를 기억하며 생활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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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2010.01.15 11:53:45 *.41.247.158
아들에게 읽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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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2 18:23:59 *.212.217.154

사자를 고양이로 만들 것.

적을 친구로 만드는 경영.

싸우지 않고 함께 승리하는 방법.

경영도 아름답게 꽃 피게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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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2 10:17:59 *.70.59.193

어쩌면, 지금 꽃피는 남북 화해모드가

선생님이 말하신 아름다운 경쟁이 아닐지요.


총뿌리를 겨누며 50여년이 넘도록 서로를 증오하던 상대방이,

결국 함께 평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파트너라는 각성과 함께

아름다운 파트너로써 함께하게 되는, 그런 아름다움 말이지요.


그리고,

그런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우리들은 반드시 튼튼한 몽둥이 또한 준비해 두어야 한다는

현실 또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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