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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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힘들수록 보상이 적다. 반대로 일은 재미있을수록 보상이 크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이냐. "일의 법칙을 불공평하다. 그러나 이 불공평한 원칙은 바뀌지 않는다. 일에서 얻는 즐거움이라는 보상이 클수록 그 일로 받는 돈의 액수도 많아진다" 마크 트웨인이 한 말이다. 위트있는 진실이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반드시 '힘든 일에서 힘든 재미'로 자신의 일을 이끌어 가야한다. 힘든 일이란 말 그대로 이마에 땀을 흘리는 일이다. 의무와 책임과 노력과 짐으로서의 일이다. 재미없다. 따라서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쏟아 넣지 않는다. 그저 월급만큼 일하게 되고, 평균을 지향하게 되고, 결국 비전문가로 남게 된다. 힘든 일에는 탁월함이 결여되어 있다. 그러나 일을 보는 태도와 관점을 바꾸게 되면, 일은 놀이로 전환된다. 놀이에 마음을 빼앗기듯 일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 우리는 황홀해 진다.
날마다 좋아하는 놀이를 하기 위해 새로운 날을 맞게 되는 삶은 흥미진진하다.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은 조금 더 짜릿하고 더욱 더 즐거운 놀이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놀이 자체가 진화하게 되고, 조금 더 어렵고 힘든 재미로 치닫게 된다. 그렇다. '힘든 재미', 이것이 모든 놀이의 생명력이며, 우리가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 빠져들게 되는 비법인 것이다. 처음에는 따라 배우다가, 좋아하게 되고, 이내 즐기게 된다. 그리고 점점 더 그 놀이를 잘하게 되고, 반복과 진화를 통해 그 놀이의 문리를 깨닫게 되고, 마침내 고수가 된다. 만일 일을 이렇게 놀이로 전화 시키고, 놀이의 원리로 대체해 갈 수 있다면, 우리는 하고 싶은 일에 심취하는 전문가로 우리를 즐겁게 키워 낼 수 있다.
모든 놀이가 조금씩 더 힘든 재미를 가진 멋진 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의 원칙들이 활용되는 것을 알게 된다. 우선 놀이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서 '누가 제일 잘하는지 봐두는' 것이다. 대부분 도가 튼 사람들을 보면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나는 탱고를 멋지게 추는 사람들을 보았는데, 춤을 추다 뒤발을 차 얹는 장면이 몹시 매력적이고 선정적이어서, 탱고를 배워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처럼 추고 싶다', 이것이 마음 속에 스물스물 기어들어와 자리하게 된다. 기타도 마찬가지고, 노래도 마찬가지다. 노래를 멋지게 불러내는 가수, 그들의 표정, 율동, 목소리 그리고 포즈가 그 노래를 좋아하게 한다. 그래서 노래에 미치고 가수에 열광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뭘하게 될까 ? 따라 부르고, 따라 해 보는 것이다. 모방이다. 화장실에서 따라 부를 때 우리는 그 가수의 표정과 몸짓을 살려내려고 애쓴다. '나도 할 수 있다'의 정신으로 반복하고, 연습한다. 그러면 점점 나아진다. 그 향상이 더 우리를 몰고 간다. 100번을 연습하는 것과 200번을 연습하는 것은 다르다. 세기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의 유명한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아흔이 넘어서도 , '나는 매일 나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힘든 부분에 집중하여 반복훈련을 하는 동안 그 고개를 넘어갈 때의 즐거움, 바로 힘든 재미들이 연습에 대한 보상이다. 힘든 언덕을 넘고 넘어 멀리 갈수록, 우리는 그 길을 중단하고 떠나기 어렵다. 우리가 지나왔던 그 힘든 여정을 되짚어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붙으면 우리는 세 번째 원칙에 접근하게 된다. 바로 위험을 무릅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배워오고 모방해 왔던 창법과 춤법을 넘어서기 시작하는 것이다. 검술로 말하자면 마음의 스승으로 삼아왔던 바로 그 사람, 나를 따라하게 했던 그 스승을 넘어서기 위한 첫걸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모방에 익숙해지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내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모방의 차원을 지나 창조의 차원으로 도약하게 된다. 이 과정은 익숙한 것들을 버리고 낯선 세계를 지향할 때 발생하는 전환의 위험을 내포한다. 실패와 실수, 퇴화의 수모가 반드시 포함된다. 그러나 여기서 전투력을 잃지 않고 계속가면, 이윽고 자신이 선례가 되는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만의 세계'에 이르게 된다. 자신이 한 분야를 이끌어 내게 되는 것이다.
마침내 네 번째 단계에 이르게 된다. 짜릿한 인생, 나의 길 나의 세계에 이른 자들이 얻게 되는 '황홀'에 다다르게 된다. 가슴 뛰는 삶은 대략 이렇게 진화해 간다.
퇴근 즈음하여 광화문 거리를 지나는 많은 사람들을 스쳐가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이 사람들 2명 중 1명은 직장인들이다. 직장인은 가장 흔한 직업이다. 매일 직장에 다니는 사람 중에서 열에 세 명 정도만 만족하는 마음으로 매일 출근을 한다. 그리고 열 명 중 겨우 한 명만 일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어느 나라 어느 업종이나 이 비율은 비슷하다. 대다수가 종사하는 직장인이라는 직업은 매력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 힘들기만 한 지루한 일을 힘든 재미로 가득한 놀이로 전환하면 어떻게 될까 ?"
이제 놀이의 진화과정을 나의 일에 적용 시켜보자. 그리하여 일을 놀이로 만들고, 평균적 성취자였던 나를 이 분야의 대가로 단련해 가는 힘든 재미를 즐겨 보자. 먼저 우리 회사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 혹은 업계에서 가장 그 일을 잘하는 전문가는 누구일까 ? 몇 명을 찾아보자. 그리고 그 중에서 마음이 당기는 사람을 찾아 내 자세히 벤치마킹을 해보자. 매력적인 몇 가지 포인트를 연구하여, 따라해 보자. 모방하고 반복하자. 그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문제를 풀어가고 스스로 학습하는 모습을 몸에 익히자. 그가 새벽에 일어나면 나도 새벽에 따라 일어나자. 나의 행동의 모델로 삼자.
드디어 몸에 익어 그 사람의 매력적인 대목을 익히게 되면, 그 다음은 스스로의 기질과 재능에 가장 적합한 자신의 방식을 터득하고 발굴해 가자. 내가 정한 분야에서 만은 그 사람을 능가할 수 있는 필살기를 만들어 내자. 실수하자. 실패하자. 다시 시작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 보자.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즐겨보자. 지금, 여기, 짜릿한 '살아있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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