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 조회 수 6541
- 댓글 수 4
- 추천 수 0
그가 바라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는 화가다. 화가가 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원한 적이 없다. 그러나 그림만 그려서 먹고 살 수 없다. 아직 그의 그림 속에는 그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습작이 필요한 화가다. 동시에 먹고 살 것을 걱정하는 화가다. 그는 고민한다. 왜냐하면 하고 싶은 것은 그림이고, 먹고 살기 위해 해야할 일은 친구 회사에서 근무하거나 수험생들을 위해 미술 학원을 여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그가 되어 생각한다. 무슨 그림을 그리고 싶은가 ? 사람의 얼굴을 그리고 싶다. 왜냐하면 얼굴은 표정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수많은 순간의 감정을 포착하는 감정의 바다이기 때문이다. 작은 물결로 부터 험악한 파도로 수시로 움직이는 감정의 바다, 그리하여 얼굴은 인생의 가지가지 순간들을 담고 있다. 만일 내가 일천 점의 얼굴 그림을 그려낸다면, 사람들은 나를 '얼굴의 화가'라고 부를 것이다.
또한 꽃을 그리고 싶다. 꽃은 나무의 꿈이기 때문이다. 매년 반복되듯 찾아 오는 꿈, 그것이 바로 꽃이다. 그 나무의 가장 아름다운 며칠, 나는 그것을 그려내고 싶다. 그리하여 내가 만일 일천 점의 꽃 그림을 그려낸다면, 사람들은 나를 '꽃의 화가'라고 부를 것이다.
오늘 나는 생각한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다음과 같이 외치고 싶다.
"나는 여기 이 분야에 전부의 삶을 바쳤다. 그리하여 이 분야를 의미있게 바꾸었다. "
'이 분야',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바로 우리가 머물렀던 공간과 시간이다. 바로 그것이 우리의 삶의 이야기, 우리의 정체인 것이다.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63 | 남보다 우월하기 위해서는 모범적이어서는 안된다 [2] | 구본형 | 2002.12.25 | 6553 |
362 | 먼저 나를 따르라 [6] | 구본형 | 2010.09.14 | 6556 |
361 | 하루를 창조하라 [5] | 구본형 | 2007.09.28 | 6559 |
360 | 일이 곧 나다 [4] | 구본형 | 2006.05.28 | 6567 |
359 | 세상과 만나는 아름다운 역 [14] | 구본형 | 2011.12.25 | 6572 |
358 | 어떤 추천사 [9] | 구본형 | 2005.10.01 | 6574 |
357 | 기업은 어떻게 세상의 행복에 기여하는가 ? [6] | 구본형 | 2010.11.05 | 6575 |
356 | 계곡과 검은 암컷 [4] | 구본형 | 2008.12.01 | 6583 |
355 | 약점 혹은 평범함을 강점으로 바꾸어라 [7] | 구본형 | 2006.02.18 | 6585 |
354 | 행복한 퇴직 생활을 위하여.. [2] | 구본형 | 2002.12.25 | 6588 |
353 | 인재를 얻는 법 [6] | 구본형 | 2005.03.03 | 6599 |
352 | 문화가 전부다. 승부처로 삼아야한다 [6] | 구본형 | 2011.01.12 | 6602 |
351 | 아스클레피오스 -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 6 [2] | 구본형 | 2011.09.30 | 6605 |
350 | 밝음을 경영하라 [6] | 구본형 | 2010.05.17 | 6609 |
349 | 다시 태어난다는 것 [3] | 구본형 | 2009.01.25 | 6610 |
348 | '그들'이 '우리'가 되는 기적 [2] | 구본형 | 2010.10.13 | 6610 |
347 | 재미의 난이도를 높혀라 [7] | 구본형 | 2010.04.13 | 6612 |
346 | 내가 플라톤의 자존심을 짓뭉게고 있노라 [6] [1] | 구본형 | 2011.06.25 | 6615 |
345 | 인간은 예감이며 시도이다 [5] | 구본형 | 2009.08.29 | 6630 |
344 | 열정에 대하여 - 일베르 까뮈, 생각탐험 17 [4] [1] | 구본형 | 2010.06.02 | 66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