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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2일 20시 13분 등록

  어떤 조직이 최고의 조직일까 ?  가장 크고 가장 매출이 많고 가장 수익성이 높으면 자격이 있는 것일까 ?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런 회사라도 다음과 같은 조건이 맞지 않으면 내 자식을 보낼 마음이 없다. '가장 존경받고, 가장 빨리 성장하고,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라면 그 크기에 구애 받지 말고 가서 열심히 일하라고 조언할 것이다. 한 마디로 함께하는 문화가 살아 있는 조직이 훌륭한 조직이며,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아이에게 '가장 존경받는 기업' the most respected company 에서 일할 것을 추천할 것이다.

홀푸드(Whole Food)사의 정규직원이 되려면 모든 구직자는 농산물, 빵, 조제식품등 여러 매장에서 근무하며 일정 기간 인턴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다음 부서원들은 투표로 이 구직자의 채용여부를 결정한다. 팀원들은 월간근무평가에 따라 보너스를 받기 때문에 새로 선택한 신입사원이 자신의 급여에 당장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신규채용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함께 일해 본 사람이 가장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있다는 원칙'을 따른 것이다.

HP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누구나 새로운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있으면 고위 임원위원회 카페에 상정할 수 있다. 이 위원회는 벤처캐피털 투자회사처럼 유망해 보이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다. 투자 지원을 받은 프로젝트는 내부 네트워크에 돌게 되고 누구든 관심을 가진 사람은 프로젝트 리더와 접촉하여 선발된다. 좋은 아이디어가 조직의 구석구석을 돌고, 합당한 관심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가장 열정적인 팀을 구성해 낼 수 있다. 상사의 임명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구성된 팀이기 때문에 어느 팀보다 열정적이다.

고어 W.L Gore & Associates에는 관리계층도 없고 조직도도 없다. 따라서 사다리 계층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상사가 아니라 동료에게 봉사한다. 그대신 스스로 관리하는 소규모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원은 보스를 위해서가 아니라 팀을 위해 책임을 진다. 공통의 목표는 "재미있게 일하고 돈을 벌자"이다. 웃음이 날 만큼 소박하다. 신입 사원들은 몇 달 동안 여러 기술을 전전하며 자신의 적성을 테스트 한다. 이때 보스 대신 후견인이 있어 도와준다. 직원이란 쥐고 흔드는 군림의 대상이 아니라 조언하고 후원을 받아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일주일에 반나절 '장난 시간'이 있어 사람들은 창의적 주제를 위해 모인다. 아이디어에는 소유권이 주어진다. 그리고 팀에 공헌한 기여도에 따라 평가 받는다. 압력은 보스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팀 동료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특별한 문화들이 정착되어 작동하는 것을 보면 그 경영자가 특별한 가치관과 경영 비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알게 된 훌륭한 경영자들은 대체로 광기의 후광에 싸인 사람들이다. 꿈을 꾸고 비전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광기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본 비전에 눈멀고, 수없이 질문하여 얻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마치 요정처럼 반짝이는 창의적 아이디어들을 쏟아낸다. 어리석어 보이는 일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병적일 만큼 낙천적이다. 훌륭한 경영자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는 아마 하나같이 사회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들에게 비즈니스란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학이 아니다. 제품과 서비스라는 본업을 통해 사회를 바꾸어 보려는 개혁가들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경영자는 자신의 회사를 세계적인 조직으로 성장시켜 가면서도 어떻게 그 자신의 깊은 내면을 간직할 수 있을까를 깊이 고민한다. 그들은 지도도 설명서도 없는 곳에서 열정을 안내자로 삼아 자신의 길을 걸어 왔다.

비즈니스 세계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친 탐욕이다. 어그리 비즈니스다. 비즈니스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잊는 것이다. 개인의 욕심에 관한 것이 아니라 돈을 벌게 해준 사회에 대하여 본업으로 공헌하겠다는 공익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이익을 내지 못하면 기업은 망할 것이다. 그러나 오직 이익을 더 내기 위해만 비즈니스를 한다면 그 역시 망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때는 더 이상 존재해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글로벌 비전을 가진 기업이라면 지리적 확장과 점령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마음의 확장에 더 기여해야한다. 인생에 영적 차원이 있듯이 비즈니스도 영적인 차원을 가져야한다는 말을 옳다. 이것은 가장 근본적인 통찰력이다. 일에 치인다는 것은 삶의 비극이다. 직원을 바쁘게 만들지만 열정을 바치지 못하게 한다면 경영의 실패다. 성공한 경영은 직원이 스스로 자신의 일에 소명감을 가지고 전념하며 매일하고 있는 일에서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고, 열정으로 그 일을 추진해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어떻게 명령하지 않은 일을 열정과 추진력으로 누구보다 잘해 내도록 할 수 있을까 ? 바로 문화의 힘이다. 문화가 모든 것이다. 문화가 바로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게하고 스스로 책임지게 하고 스스로 달려가게 한다. 그러므로 동기를 내면화 하여 일이 직원 자신의 비즈니스가 되게 하는 자율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경영자가 승리할 수 밖에 없다.

(체신청 기고문,  2010년 12월 ) 

IP *.160.3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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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2011.01.13 08:41:39 *.244.218.8
우리 사장님한테 좀 보내드렸으면 좋겠어요.ㅋㅋ
어제 퇴근길에 이어폰 꽂고 듣던 노래에 귀기울이다가
문득 노래에 감동하는 것이 너무 오랫만이라는 걸 깨닫고 깜짝 놀랐어요.
일에 묻히면 묻힐수록,, 감정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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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2011.01.13 17:53:21 *.6.197.116
가슴을 치는 글 감사합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항상 품었던 질문이었죠,
위대한 조직은 어떤곳인가?
그 핵심이 문화에 있던거였군요,
철학이란 말도 괜찮구요,


철학이 없는 기업은 영혼이 없는 죽은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그 철학이 100% 돈으로 치환되는 조직은 영혼을 돈으로 채워넣은 조직같아요.
재미없죠, 그저 거대한 기계속의 톱니바퀴같은 삶
하지만, 현실이란 벽 앞에서 많은 기없들이 그 철학을 돈으로 채워가지요, 아타깝지만 그게 현실인가봐요,

그래도, 이런 각박한 현실 안에 살고있지만,
그 철학이 있다는것, 어딘가에, 조직안에,
만약 그것이 없다면 그것을 만들어 숨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는
그 열망!
예전 회사의 사장님께서는 '꿈' 이라고 불리우던
그 불가능 할것 같은, 하지만 이루어질수밖에 없다고 믿는
그 고민들이,

아직 제 안에 남아있음을 확인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받으시고,

좋은 애너지 받고 힘찬 하루 시작합니다!



'고맙군, 엉터리가 아니었어.'

- 슬램덩크 서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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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9 14:07:53 *.212.217.154

'재미있게 일하고 돈을 벌자'

재미있게 일하고 돈을 벌자.

내 옆에 함께하는 사람을 미워하지 말자.

그들을 도와 함께 성장하자.

그런 문화를 만들자.

나무심는 노인의 마음으로, 그 문화의 씨를 뿌리자, 물을 주자, 꽃을 피우자.

커다란 나무와 같이, 흔들리지 않게 깊게 깊게 뿌리 내리자.

지금, 당장,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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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6 16:57:08 *.212.217.154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이에요^^

철학이 있는 조직. 문화가 시처럼 흐르는 그런 조직.

그런 조직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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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18:45:08 *.212.217.154

오랜만에 다시한번 곱씹어 보았습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그 맛이 우러나오는 사골국물같은 글이에요.

이 글을 나침반 삼아 

조직원들을 도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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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6 17:52:47 *.212.217.154

언제 보아도 좋은 글 입니다.


문화의 힘으로 성장하는 조직,

오늘도 조금씩

그 곳을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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