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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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에 들어와 살기 전에 그는 바다에서 나포되어 노예로 팔려졌다. 노예 시장의 경매대에 올려졌을 때 그는 군중 속에서 세니아데스라는 사내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자 그는 세니아데스를 가리키며, ' 나를 저 사람에게 팔아라. 저 사람은 스승이 필요한 사람이다' 라고 노예 판매상에게 말했다고 한다. 세니아데스는 이 이상한 사람을 그의 노예로 샀다. 노예로 살면서 그는 세니아데스의 아들들을 가르쳤고, 가족의 일원으로 존중받았다. 그의 말대로 주인의 스승이 된 노예가 된 것이다. 아테네 사람들은 그를 경멸했으면 또한 존경했다. 아무도 그의 웅변을 당할 자가 없었다.
그의 이름은 디오게네스입니다. 아테네 시민들 앞에서 방귀를 뀌고 똥을 누고 오줌을 갈겨대고, 대로에서 자위행위를 한 사람. 명성을 경멸하고 건축물에 대하여 입을 삐쭉대고 날고기와 생야채를 먹고 태양아래 누워 창녀들과 시시덕거리며,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햇빛을 가리지 말라고 말한 바로 그 사람. 그 사람의 이름이 디오게네스입니다. 우리의 탐용과 욕망을 질타하고, 무소유를 통해 끝없는 야망의 족쇄와 사슬에서 벗어나 행복해지라고 온 몸으로 주장한 인물입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그와 플라톤이 만나는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해 두었습니다.
플라톤은 저녁 식사에 친구 몇 명을 초대하였다. 연회장에는 깔끔하면서도 화려한 침상이 놓여있었다. 디오게네스가 들어왔다. 그는 곧바로 침상 위로 뛰어 올라가 발로 쿵쿵 밟으며 외쳤다. "내가 플라톤의 자존심을 짓뭉개고 있노라" 그러자 플라톤이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 선생님의 자존심이 훨씬 더 크니 당연하지요"
자연의 삶을 따르는 노자가 공자의 인공적인 인의를 비웃듯이, 디오게네스는 플라톤의 이상국가론을 비웃었습니다. 쓸데없는 노력이라고 생각했지요. 인간에 대한 길들이기와 사육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것입니다. 니체의 표현을 빌리면, '늑대를 개로 만들고, 인간 자체를 인간에게 최선의 가축'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계몽이냐고 따져 물은 것이지요. '낫질하는 속도 보다 더 빨리 자라는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소진되는 직장인들, 명령받은 대로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가로등의 스위치를 올려 불을 켜고, 또 불을 끄는 일을 하다' 죽는 삶이 인생이냐고 묻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인간 자체가 인간에게 최선의 가축이 되어 가는 과정이 문명' 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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