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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25일 07시 20분 등록

아테네에 들어와 살기 전에 그는 바다에서 나포되어 노예로 팔려졌다. 노예 시장의 경매대에 올려졌을 때 그는 군중 속에서 세니아데스라는 사내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자 그는 세니아데스를 가리키며, ' 나를 저 사람에게 팔아라. 저 사람은 스승이 필요한 사람이다' 라고 노예 판매상에게 말했다고 한다. 세니아데스는 이 이상한 사람을 그의 노예로 샀다. 노예로 살면서 그는 세니아데스의 아들들을 가르쳤고, 가족의 일원으로 존중받았다. 그의 말대로 주인의 스승이 된 노예가 된 것이다. 아테네 사람들은 그를 경멸했으면 또한 존경했다. 아무도 그의 웅변을 당할 자가 없었다.

그의 이름은 디오게네스입니다. 아테네 시민들 앞에서 방귀를 뀌고 똥을 누고 오줌을 갈겨대고, 대로에서 자위행위를 한 사람. 명성을 경멸하고 건축물에 대하여 입을 삐쭉대고 날고기와 생야채를 먹고 태양아래 누워 창녀들과 시시덕거리며,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햇빛을 가리지 말라고 말한 바로 그 사람. 그 사람의 이름이 디오게네스입니다. 우리의 탐용과 욕망을 질타하고, 무소유를 통해 끝없는 야망의 족쇄와 사슬에서 벗어나 행복해지라고 온 몸으로 주장한 인물입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그와 플라톤이 만나는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해 두었습니다.

플라톤은 저녁 식사에 친구 몇 명을 초대하였다. 연회장에는 깔끔하면서도 화려한 침상이 놓여있었다. 디오게네스가 들어왔다. 그는 곧바로 침상 위로 뛰어 올라가 발로 쿵쿵 밟으며 외쳤다. "내가 플라톤의 자존심을 짓뭉개고 있노라" 그러자 플라톤이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 선생님의 자존심이 훨씬 더 크니 당연하지요"

자연의 삶을 따르는 노자가 공자의 인공적인 인의를 비웃듯이, 디오게네스는 플라톤의 이상국가론을 비웃었습니다. 쓸데없는 노력이라고 생각했지요. 인간에 대한 길들이기와 사육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것입니다. 니체의 표현을 빌리면, '늑대를 개로 만들고, 인간 자체를 인간에게 최선의 가축'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계몽이냐고 따져 물은 것이지요. '낫질하는 속도 보다 더 빨리 자라는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소진되는 직장인들, 명령받은 대로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가로등의 스위치를 올려 불을 켜고, 또 불을 끄는 일을 하다' 죽는 삶이 인생이냐고 묻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인간 자체가 인간에게 최선의 가축이 되어 가는 과정이 문명' 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세요 ?

IP *.160.3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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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2:32:10 *.122.23.29
아 왜 만나고 싶어하는 강연자인지 알겠네요. 저는 철학을 부전공한 이공학도인데 호기심에 읽었다가 아, 이런게 매력있는 말이고, 글이구나 싶어서 reply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마지막 질문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ㅋㅋ 디오게네스, 디오니소스, ubermensh 등이 인간 본연으로 돌아가려는 현대적인 인간상이라 생각합니다. 근데 의외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플라톤이나 공자의 삶을 인간다운 삶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일상은 그 경계에서 반인반수와 같이 또는 ego와 id의 줄타기처럼 살아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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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늑대
2011.07.03 09:27:29 *.163.164.177
샐러드는 씻고 있는 디오게네스에게 플라톤이 말했다.
"왕의 제안을 거절안했으면 네 샐러드를 직접 씻는 수고를 안해도 됐을텐데."

디오게네스가 답했다.
"자기 샐러드를 직접 씻는 법을 배우면 왕의 노예가 될 필요가 없네"

디오게네스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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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1.07.08 15:46:53 *.30.254.21
사부님이 러셀 자서전의
첫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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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노래
2011.10.14 14:45:40 *.231.196.241
와우~  '인간 자체가 인간에게 최선의 가축이 되어 가는 과정이 문명' 이라는 표현이 참으로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여기서 표현된 문명...은 인간의 탈을 벗지 못한, 道와 통하지 못한 인간이 접하게 되는 모든 물질문명이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전.."인간 자체가 인간의 탈을 벗고 최선의 인간(無我)이 되어가는 과정도 문명"에 포함된다는 생각이네요..

"무아의 경지에서 나온 창작물은 나와 우리의 표현이자 신의 표현이라...그러하니 그것은 곧 우리 모두의 문명재산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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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4 15:11:32 *.212.217.154

매우 공감합니다.

모든 변화는 그런 분명한 인식으로부터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마치 종교와 과학의 관계처럼, 서로 반목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자라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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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7 10:31:51 *.212.217.154

이성과 감성.

서로가 반목하는것 처럼 보이는 이질적 가치들이

마치 빛과 어둠처럼

서로를 도와 성장하는 것이겠지요.

그 역설의 맛이 또한 학문의 즐거움 중 하나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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