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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in(1999. 12)-꿈과 별들의 시대
젊은 지성 20인이 독자와 함께 띄우는 밀레니엄 메세지
나는 45년간이나 금세기와 더불어 살아왔다. 그 동안 한 여자와 결혼을 하였다. 그녀에게는 남편이 생겼고, 내게는 아내가 생겼다. 그리고 두 딸을 낳았다. 이것이 내가 금세기에 했던 가장 위대한 일이다. 나와 내 아내가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인류에 대한 가장 큰 기여는 바로 새로운 인류 두 명을 세상에 내 놓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죽은 후에도 계속 남아 미래 속으로 걸어 들어갈 것이다. 그들은 미래에 속한다. 인간은 상징적인 존재이다. 올해의 마지막 날이 지나면 새로운 천년기가 온다. 컴퓨터가
2000년의 날짜를 잘못 인식하는 소위 밀레니엄 버그(Millennium Bug)가 만들어 낼 사소한 (물론 사소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문제들과 함께 오는 내년이 별로 특별할 리 없으리라는 것을모두 알고 있다. 지루하기만 한 일상에 무슨 특별한 일이 있겠는가. 그러나 떠들석하게 우려하고 전망하고 그래도 희망을 가진다. 이것이 우리들이다. 일상에 매여 살고 일상 속에서 울고 웃고 한다. 소인들이고 필부들이다.
그러나 필부필부(匹夫匹婦)에게도 세상의 흥망에 책임이 있다. 내가 한 말이 아니다. 중국의 명나라 말기에 살았던 사람 그래서 만주족의 청나라가 들어서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던 망국의 한인(漢人)이며 고증학자인 고염무의 말이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나의 삶이 세상의 흥망과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나는 좋다. 내가 필부라는 것을 내 아내도 알고 있고 내 딸들도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상의 어느 위대한 사람보다도 내가 그들에게 훨씬 중요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별과 같다. 수없이 많지만 하나 하나 모두 작은 우주이다. 동양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별 하나가 떨어진다. 긴 별똥별 하나가 떨어져 내리면 우리는 모두 아,아 저기, 저 별..한다. 환희 같기도 하고 한숨 같기도 한 놀람이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되어 하늘에 매달린다. 올림포스 산에 사는 제우스가 그를 어여삐 여겨 하늘에서 살게 한다. 떨어지든 올라가든 동양에서건 서양에서건 우리는 별이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고달파도 우리는 별인 것이다. 내가 해가 아니고 달이 아닌 것이 좋다. 그것이 없으면 세상이 망하는 그런 엄청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행복하다. 다른 사람의 삶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임이 좋다. 별처럼 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또 별처럼 빛나며 꿈꾸는 사람임이 좋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하나의 별로 21세기의 하늘에 여전히 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내려다 보는 새로운 천년기는 어떤 세상일까. 아마 꿈과 별들의 시대일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모든 것은 거의 기술적으로 가능해 보인다. 조만간 휘발유 1 리터만 있으면 40 킬로미터는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연료전지로 대체되면서 무공해 자동차가 움직여 갈 것이다. 중금속 흡수능력이 일반 생물의 3배쯤 되는 올챙이의 유전자는 현사시나무에 조작되어 공해를 3배쯤 흡수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 나무들은 가로수로 심어져 도심의 매연을 정화해 갈 것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거의 끝났으니 이미 모든 유전정보는 알려질 만큼 알려졌다.
원한다면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브래드 피트 닮은 맞춤 아이가 흑발의 한국인 부모에게서 생겨나게 될 것이다. 명실공히 유전공학은 '녹색 황금'이 될 것이다.
또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지배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워 질 전망이다. 출근 전쟁을 치루지 않고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제공하는 사이버 교과 과목을 편한 시간에 수강하고 자격증과 졸업장을 받게 될 것이다. 한편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한 대안으로 채택되었던 대의민주정치도 막을 고하게 될지도 모른다. 주요사안은 인터넷을 통해 여론이 수렴되고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
다. 늘 민생 문제를 뒷전에 두고 허망한 쌈박질만 일삼는 국회의원들의 선출은 더 이상 없게 될 지도 모른다. 참 기쁜 일이다. 각 개인은 산업화 사회의 조직인간에서부터 네트워크로 연결된 유연한 개별적 존재이며 존엄한 소우주로 별처럼 빛나기를 참으로 희망한다.
그러나 편의와 희망의 뒤에 어두운 그림자와 우려가 도사리고 있다. 악마의 눈을 쳐다 보고있는 듯하다. 역사상 측정된 가장 더운 해 25개를 뽑아 보면 그 중 14차례가 최근 20년 사이에 있어왔다. 인도양에 있는 아름다운 몰디브의 1,300여 개 산호섬들은 해수면이 높아져 100년 이내에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라고 한 보고서는 말한다. 그리고 더 낮은 저온도 지역으로 이주할 수 없는 동식물 수천 종이 멸종할 것이다. 자외선은 수면 10미터 이내의 플랑크톤을 죽여버림으로써 먹이사슬을 교란시킬 지 모른다. 지난 10년 사이 악성 폭풍은 20 % 나 증가했다.
신의 역할을 대신하고 싶은 인간들의 유전공학은 검증되지 않은 안전성의 논란을 계속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챙이 유전자가 주입된 현사시나무가 가로수가 되어 도심의 공해를 정화하는 중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 올챙이의 유전자가 현사시 나무의 꽃가루에 실려 길 가던 아이의 피부를 자극하여 알레르기를 일으켰다고 하자. 그래서 그 아이는 물론 그 후손까지 보통 아이보다 3배나 중금속 흡수가 빨라졌다면 그들을 고쳐 줄 사람은 누구일까? 제레미 리
프킨은 유전자 조작을 '생태계를 대상으로 한 룰렛 게임'이라고 부른다. 유전적 조작을 통해 난치병을 치유한다는 자비로운 얼굴 뒤에서 우리는 숨어있는 돈을 본다. 돈은 실험실에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 기술은 기업의 이름으로 돈을 찾아 사회와 생태계로 나오게 된다. 돈은 가까이에 있고 우리가 망하는 것은 먼 후일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는 먼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겨우 70-80년을 사는 인간의 본성 자체가 멀고 불확실한 문제
는 풀 수 없게 하는 지도 모른다. 결국 재난이 닥쳐오는 그때 살아 남은 사람이 치루어야 할 비용이 되고 말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것은 '한 세대의 부가가치를 위해 다음 세대의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파우스트의 거래'라고 불리운다. 우리는 근신하고 자제할 수 있을까? 녹색 황금의 유혹을 뿌리치고 과학과 지식을 치명적 질환을 치료하는 것에 국한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다음 세대의 생명을 구하는 구명용 의약품으로만 최소화시킬 수 있을까 ? 우리는 우리를 믿고 인류가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리라는 것을 신뢰할 수 있을까 ?
우리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 20세기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칼 만하임(Karl Manheim)을 생각한다. 그는 젊어서 1차 세계대전을 겪었고, 절망 속에서 조국을 떠나가야 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년이 지난 1947년 1월에 죽었다. 자유 방임적 민주주의가 전체주의라는 서자를 만들어 내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통감했다. 그리고 세계적 규모의 콘트롤 스테이션의 설치를 강력히 주장했다. 권력은 자유를 구현하기 위해 쓰여져야 한다. 그것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기획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자유를 위한 기획'이 가능하려면 국가와 민족, 사회와 계급 같은 사회적 실체에 매이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 대신 '존재'라는 더 넓고 풍요한 곳으로 나가라고 권유한다. '존재의 바다' 속에서 그가 건져낸 것은 허무와 부조리가 아니라 치열한 정신 세계였다. 지적 영혼에 예술적 품위를 부여하고자 했으며, 도덕 교육을 실천의 핵심으로 삼았다. 산업 사회의 합리성과 대중문화의 비합리성이
만들어 내는 정신적 갈등과 피폐로부터 인간을 구제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우리는 패배할 수밖에 없는 지적 모험 앞에서 엄숙해 진다. 패배로부터 우리는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인류는 장엄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장엄하다는 것은 늘 옳고 훌륭하다는 뜻이 아니다. 많은 잘못과 슬픔과 후회가 있었지만 반성하고 극복하려고 애써 왔다는 뜻이다. 이 말 속에는 인류가 일으킨 셀 수 없이 많은 전쟁에서 죽은 젊은이들의 피가 있다. 어머니들의 통곡이 있다. 씨랜드에서 죽은 아이의 어머니가 처녀 시절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을 반납해야했던 눈물과 분노와 절망이 있다. 체르노빌의 참사가 있고,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이없는 분통이있다. 군사 독재의 억압이 있고, 책상을 '탕'치니 '억'하고 쓰러져 죽은 젊은 학생의 생명이 있다.
돈이 모든 것을 말하는 자본주의의 세기를 덮으며 이것이 어디까지 가게 될 것인지 우려한다. 그러나 미래를 열망한다. 역사는 창조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실패를 통해 배우고 극복하는 장엄한 과정을 자기 속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별을 생각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으로 머물 때 가장 빛날 수 있는 별이 된다. 자신의 내재적 가치에 눈을 뜬 개인들은 치열한 자기 의식을 통해 스스로를 넘어설 수 있다. 마치 우리가 아이를 키우며 성숙한 어른으로 성
장하는 것과 같다. 성숙의 의미 속에서 자기를 초월해 가는 엄숙함이 있다. 철저히 자기이면서 자신의 탐욕에 지지 않는 사람들 - 나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21세기의 하늘에 떠있는 많은 별들의 하나이고 싶다.
IP *.208.140.138
젊은 지성 20인이 독자와 함께 띄우는 밀레니엄 메세지
나는 45년간이나 금세기와 더불어 살아왔다. 그 동안 한 여자와 결혼을 하였다. 그녀에게는 남편이 생겼고, 내게는 아내가 생겼다. 그리고 두 딸을 낳았다. 이것이 내가 금세기에 했던 가장 위대한 일이다. 나와 내 아내가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인류에 대한 가장 큰 기여는 바로 새로운 인류 두 명을 세상에 내 놓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죽은 후에도 계속 남아 미래 속으로 걸어 들어갈 것이다. 그들은 미래에 속한다. 인간은 상징적인 존재이다. 올해의 마지막 날이 지나면 새로운 천년기가 온다. 컴퓨터가
2000년의 날짜를 잘못 인식하는 소위 밀레니엄 버그(Millennium Bug)가 만들어 낼 사소한 (물론 사소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문제들과 함께 오는 내년이 별로 특별할 리 없으리라는 것을모두 알고 있다. 지루하기만 한 일상에 무슨 특별한 일이 있겠는가. 그러나 떠들석하게 우려하고 전망하고 그래도 희망을 가진다. 이것이 우리들이다. 일상에 매여 살고 일상 속에서 울고 웃고 한다. 소인들이고 필부들이다.
그러나 필부필부(匹夫匹婦)에게도 세상의 흥망에 책임이 있다. 내가 한 말이 아니다. 중국의 명나라 말기에 살았던 사람 그래서 만주족의 청나라가 들어서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던 망국의 한인(漢人)이며 고증학자인 고염무의 말이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나의 삶이 세상의 흥망과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나는 좋다. 내가 필부라는 것을 내 아내도 알고 있고 내 딸들도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상의 어느 위대한 사람보다도 내가 그들에게 훨씬 중요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별과 같다. 수없이 많지만 하나 하나 모두 작은 우주이다. 동양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별 하나가 떨어진다. 긴 별똥별 하나가 떨어져 내리면 우리는 모두 아,아 저기, 저 별..한다. 환희 같기도 하고 한숨 같기도 한 놀람이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되어 하늘에 매달린다. 올림포스 산에 사는 제우스가 그를 어여삐 여겨 하늘에서 살게 한다. 떨어지든 올라가든 동양에서건 서양에서건 우리는 별이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고달파도 우리는 별인 것이다. 내가 해가 아니고 달이 아닌 것이 좋다. 그것이 없으면 세상이 망하는 그런 엄청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행복하다. 다른 사람의 삶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임이 좋다. 별처럼 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또 별처럼 빛나며 꿈꾸는 사람임이 좋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하나의 별로 21세기의 하늘에 여전히 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내려다 보는 새로운 천년기는 어떤 세상일까. 아마 꿈과 별들의 시대일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모든 것은 거의 기술적으로 가능해 보인다. 조만간 휘발유 1 리터만 있으면 40 킬로미터는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연료전지로 대체되면서 무공해 자동차가 움직여 갈 것이다. 중금속 흡수능력이 일반 생물의 3배쯤 되는 올챙이의 유전자는 현사시나무에 조작되어 공해를 3배쯤 흡수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 나무들은 가로수로 심어져 도심의 매연을 정화해 갈 것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거의 끝났으니 이미 모든 유전정보는 알려질 만큼 알려졌다.
원한다면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브래드 피트 닮은 맞춤 아이가 흑발의 한국인 부모에게서 생겨나게 될 것이다. 명실공히 유전공학은 '녹색 황금'이 될 것이다.
또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지배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워 질 전망이다. 출근 전쟁을 치루지 않고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제공하는 사이버 교과 과목을 편한 시간에 수강하고 자격증과 졸업장을 받게 될 것이다. 한편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한 대안으로 채택되었던 대의민주정치도 막을 고하게 될지도 모른다. 주요사안은 인터넷을 통해 여론이 수렴되고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
다. 늘 민생 문제를 뒷전에 두고 허망한 쌈박질만 일삼는 국회의원들의 선출은 더 이상 없게 될 지도 모른다. 참 기쁜 일이다. 각 개인은 산업화 사회의 조직인간에서부터 네트워크로 연결된 유연한 개별적 존재이며 존엄한 소우주로 별처럼 빛나기를 참으로 희망한다.
그러나 편의와 희망의 뒤에 어두운 그림자와 우려가 도사리고 있다. 악마의 눈을 쳐다 보고있는 듯하다. 역사상 측정된 가장 더운 해 25개를 뽑아 보면 그 중 14차례가 최근 20년 사이에 있어왔다. 인도양에 있는 아름다운 몰디브의 1,300여 개 산호섬들은 해수면이 높아져 100년 이내에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라고 한 보고서는 말한다. 그리고 더 낮은 저온도 지역으로 이주할 수 없는 동식물 수천 종이 멸종할 것이다. 자외선은 수면 10미터 이내의 플랑크톤을 죽여버림으로써 먹이사슬을 교란시킬 지 모른다. 지난 10년 사이 악성 폭풍은 20 % 나 증가했다.
신의 역할을 대신하고 싶은 인간들의 유전공학은 검증되지 않은 안전성의 논란을 계속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챙이 유전자가 주입된 현사시나무가 가로수가 되어 도심의 공해를 정화하는 중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 올챙이의 유전자가 현사시 나무의 꽃가루에 실려 길 가던 아이의 피부를 자극하여 알레르기를 일으켰다고 하자. 그래서 그 아이는 물론 그 후손까지 보통 아이보다 3배나 중금속 흡수가 빨라졌다면 그들을 고쳐 줄 사람은 누구일까? 제레미 리
프킨은 유전자 조작을 '생태계를 대상으로 한 룰렛 게임'이라고 부른다. 유전적 조작을 통해 난치병을 치유한다는 자비로운 얼굴 뒤에서 우리는 숨어있는 돈을 본다. 돈은 실험실에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 기술은 기업의 이름으로 돈을 찾아 사회와 생태계로 나오게 된다. 돈은 가까이에 있고 우리가 망하는 것은 먼 후일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는 먼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겨우 70-80년을 사는 인간의 본성 자체가 멀고 불확실한 문제
는 풀 수 없게 하는 지도 모른다. 결국 재난이 닥쳐오는 그때 살아 남은 사람이 치루어야 할 비용이 되고 말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것은 '한 세대의 부가가치를 위해 다음 세대의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파우스트의 거래'라고 불리운다. 우리는 근신하고 자제할 수 있을까? 녹색 황금의 유혹을 뿌리치고 과학과 지식을 치명적 질환을 치료하는 것에 국한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다음 세대의 생명을 구하는 구명용 의약품으로만 최소화시킬 수 있을까 ? 우리는 우리를 믿고 인류가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리라는 것을 신뢰할 수 있을까 ?
우리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 20세기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칼 만하임(Karl Manheim)을 생각한다. 그는 젊어서 1차 세계대전을 겪었고, 절망 속에서 조국을 떠나가야 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년이 지난 1947년 1월에 죽었다. 자유 방임적 민주주의가 전체주의라는 서자를 만들어 내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통감했다. 그리고 세계적 규모의 콘트롤 스테이션의 설치를 강력히 주장했다. 권력은 자유를 구현하기 위해 쓰여져야 한다. 그것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기획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자유를 위한 기획'이 가능하려면 국가와 민족, 사회와 계급 같은 사회적 실체에 매이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 대신 '존재'라는 더 넓고 풍요한 곳으로 나가라고 권유한다. '존재의 바다' 속에서 그가 건져낸 것은 허무와 부조리가 아니라 치열한 정신 세계였다. 지적 영혼에 예술적 품위를 부여하고자 했으며, 도덕 교육을 실천의 핵심으로 삼았다. 산업 사회의 합리성과 대중문화의 비합리성이
만들어 내는 정신적 갈등과 피폐로부터 인간을 구제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우리는 패배할 수밖에 없는 지적 모험 앞에서 엄숙해 진다. 패배로부터 우리는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인류는 장엄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장엄하다는 것은 늘 옳고 훌륭하다는 뜻이 아니다. 많은 잘못과 슬픔과 후회가 있었지만 반성하고 극복하려고 애써 왔다는 뜻이다. 이 말 속에는 인류가 일으킨 셀 수 없이 많은 전쟁에서 죽은 젊은이들의 피가 있다. 어머니들의 통곡이 있다. 씨랜드에서 죽은 아이의 어머니가 처녀 시절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을 반납해야했던 눈물과 분노와 절망이 있다. 체르노빌의 참사가 있고,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이없는 분통이있다. 군사 독재의 억압이 있고, 책상을 '탕'치니 '억'하고 쓰러져 죽은 젊은 학생의 생명이 있다.
돈이 모든 것을 말하는 자본주의의 세기를 덮으며 이것이 어디까지 가게 될 것인지 우려한다. 그러나 미래를 열망한다. 역사는 창조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실패를 통해 배우고 극복하는 장엄한 과정을 자기 속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별을 생각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으로 머물 때 가장 빛날 수 있는 별이 된다. 자신의 내재적 가치에 눈을 뜬 개인들은 치열한 자기 의식을 통해 스스로를 넘어설 수 있다. 마치 우리가 아이를 키우며 성숙한 어른으로 성
장하는 것과 같다. 성숙의 의미 속에서 자기를 초월해 가는 엄숙함이 있다. 철저히 자기이면서 자신의 탐욕에 지지 않는 사람들 - 나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21세기의 하늘에 떠있는 많은 별들의 하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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