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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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4월 6일
구본형의 자아경영
깊이와 넓이 4막 16장
김용석, 휴머니스트, 2002
물결은 흘러갔음으로 이미 그 때 그 물결이 아니다. 그러므로 모든 물결은 다 '새물결'이다. 그러나 물결이 아무리 서로 달라도 강은 강으로 존재한다. 물결이 물결을 밀지 않고 강이 흐를 수 있겠는가 ?
물결이 강을 흐르게 하듯 새로움이 변화라는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강이 강답게 흐르려면 그 안에 무수한 새로운 물결을 포용해야한다. 흐르지 않는 강은 강이 아니다.
강이 넓은 유역을 지날 때는 뒷짐을 지고 산책하듯 유유히 흐른다. 그러나 좁고 가파른 계곡을 지날 때는 함성을 지르며 몰아친다. 또 같은 유역이라도 유속이 조금씩 다르다.
대세와 주류 속에 있는 물결들은 도도히 하류를 향해 흐르지만 강가의 물결들은 오히려 땅을 향해 가벼운 파도로 다가온다. 어린아이들처럼 그렇게 해찰을 하며 놀 듯이 천천히 흐른다. 흐르는 강물 속에 있는 무수한 물결과 그 물결들의 모임을 우리는 다양성이라고 부른다.
혼합의 시대에 우리는 수평적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수평적 '가로지르기'는 이질적인 것들 사이의 소통과 연계, 그리고 통합을 추구한다. 그런데 우리의 공시적 수평 가로지르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다양성의 질, 즉 통시적 '세로지르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날로그의 부족함에도 디지털로 이전해야하고, 오프라인 활용의 미진함을 두고 온라인의 현란함을 맞아야하며..., 모더니티의 인식이 부족한 채로 포스트모던 담론에 열을 올려야하며, 산업 사회의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데 후기 산업 사회의 요구에 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문명의 발전 단계에서 수 없이 많은 지적 부실 공사를 해 왔기 때문에 각 전문 분야별 연결과 통합 역시 별 의미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1세기의 항해를 위해 가로지르기뿐 아니라 세로지르기를 아우르는 '십자지르기' 에 의해 다양성의 넓이와 더불어 깊이를 확보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더 나아가 표현되지 않은 생각과 상상을 도입함으로써 다양성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찾아낼 것을 권유한다.
그러므로 그의 관심은 현재 속으로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불러 들이 것이다.. 현실 속으로 환상을 불러들이고, 환상 속에서 현실을 발견한다. 환상을 일상과 공존하는 유효현실로 인식한다.
가상이 현실 속으로 침투함으로 또 하나의 현실을 만들어 낸다. 그러므로 현실은 하나의 현실이 아니라 다원적 현실로 병존한다. 이러한 다면성은 정체성의 혼란이 아니라 복수(複數)의 자아 혹은 다수의 자아를 체험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헤리 포터에서 피바노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중 문화의 텍스트 속에서 문화적 넓이와 깊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의 괴리를 넘지 못하는 평범한 서민들의 일상을 잊지 않고, 일부 특별한 사람들만이 취할 수 있는 사회적 불평등 처방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인 책이다.
현재를 위해 과거를 소환하고 미래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현재를 사는 지혜와 능력을 확대할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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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의 자아경영
깊이와 넓이 4막 16장
김용석, 휴머니스트, 2002
물결은 흘러갔음으로 이미 그 때 그 물결이 아니다. 그러므로 모든 물결은 다 '새물결'이다. 그러나 물결이 아무리 서로 달라도 강은 강으로 존재한다. 물결이 물결을 밀지 않고 강이 흐를 수 있겠는가 ?
물결이 강을 흐르게 하듯 새로움이 변화라는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강이 강답게 흐르려면 그 안에 무수한 새로운 물결을 포용해야한다. 흐르지 않는 강은 강이 아니다.
강이 넓은 유역을 지날 때는 뒷짐을 지고 산책하듯 유유히 흐른다. 그러나 좁고 가파른 계곡을 지날 때는 함성을 지르며 몰아친다. 또 같은 유역이라도 유속이 조금씩 다르다.
대세와 주류 속에 있는 물결들은 도도히 하류를 향해 흐르지만 강가의 물결들은 오히려 땅을 향해 가벼운 파도로 다가온다. 어린아이들처럼 그렇게 해찰을 하며 놀 듯이 천천히 흐른다. 흐르는 강물 속에 있는 무수한 물결과 그 물결들의 모임을 우리는 다양성이라고 부른다.
혼합의 시대에 우리는 수평적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수평적 '가로지르기'는 이질적인 것들 사이의 소통과 연계, 그리고 통합을 추구한다. 그런데 우리의 공시적 수평 가로지르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다양성의 질, 즉 통시적 '세로지르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날로그의 부족함에도 디지털로 이전해야하고, 오프라인 활용의 미진함을 두고 온라인의 현란함을 맞아야하며..., 모더니티의 인식이 부족한 채로 포스트모던 담론에 열을 올려야하며, 산업 사회의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데 후기 산업 사회의 요구에 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문명의 발전 단계에서 수 없이 많은 지적 부실 공사를 해 왔기 때문에 각 전문 분야별 연결과 통합 역시 별 의미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1세기의 항해를 위해 가로지르기뿐 아니라 세로지르기를 아우르는 '십자지르기' 에 의해 다양성의 넓이와 더불어 깊이를 확보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더 나아가 표현되지 않은 생각과 상상을 도입함으로써 다양성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찾아낼 것을 권유한다.
그러므로 그의 관심은 현재 속으로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불러 들이 것이다.. 현실 속으로 환상을 불러들이고, 환상 속에서 현실을 발견한다. 환상을 일상과 공존하는 유효현실로 인식한다.
가상이 현실 속으로 침투함으로 또 하나의 현실을 만들어 낸다. 그러므로 현실은 하나의 현실이 아니라 다원적 현실로 병존한다. 이러한 다면성은 정체성의 혼란이 아니라 복수(複數)의 자아 혹은 다수의 자아를 체험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헤리 포터에서 피바노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중 문화의 텍스트 속에서 문화적 넓이와 깊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의 괴리를 넘지 못하는 평범한 서민들의 일상을 잊지 않고, 일부 특별한 사람들만이 취할 수 있는 사회적 불평등 처방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인 책이다.
현재를 위해 과거를 소환하고 미래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현재를 사는 지혜와 능력을 확대할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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