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구본형

개인과

/

/

  • 구본형
  • 조회 수 6401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02년 12월 25일 17시 01분 등록
사랑이 있는 풍경
가족 - LG EDS, 2002년 1월

어떤 회사의 중역은 너무 바빠 심심이 치지게 되면, 비서에게 골프 치러 간다고 말하고 집에 가서 아이들과 놀면서 쉰다.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다. " 골프 치러 가는 것은 허용이 되지만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은 유감스럽지만 허용되지 않습니다. 나는 아이들과 노는 것이 가장 좋은 휴식인데 말입니다."

가수인 타냐 터커는 다른 가수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대중적 인기의 등락에 매우 민감하다. 인기가 떨어져 뒷자리로 밀리게 되면 상처가 너무 커서 술과 마약은 손쉬운 유혹이었다고 한다. 그때 그녀를 구해준 것은 가족이었다. 그녀는 상처를 입을 때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중의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의 마음을 배워 되돌아오곤 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세계를 찾아 떠나게 되면 함께 있어도 다른 세계에 있다는 것을 느낄 때도 있다. 아내와 다툴 때도 많다. 우리들이 그저 잘되기만을 바라는 부모님들의 마음조차 편치 않게 해드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가족들은 즐거움을 나누고 또한 상처를 함께 치유한다. 말할 수 있든 말할 수 없던 우리는 서로 감지하고 위로가 되려고 애를 쓰고 서로 그것을 안다.

나는 가끔 노란색 꽃을 사다 화병에 꽂아 놓는다. 아내는 노란색 꽃을 좋아하는데 그 날 그녀는 그 꽃 속에서 한 남자를 본다. 자신을 고생시키기도 하고 또 사랑해 주기도하는 어떤 남자의 마음을 맡게된다. 중학교 2학년 된 딸아이가 올 때 쯤 되면 가끔 나는 차를 끓이고 함께 먹을 만한 것을 사다 놓기도 한다. 30분쯤 함께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각자 책을 보기도 한다. 우리는 이것을 '3시 반의 티타임'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은 나를 주부라고 놀린다. 행복해 하면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아마 내가 1인 기업을 시작한 후 얻게된 가장 커다란 보상인 것 같다. 아이들은 곧 떠나가 자신들의 아이들을 키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그들이 아이였을 때 즐거웠던 경험을 그대로 나누어 줄 것이다. 즐거움과 기쁨은 그렇게 배우고 겪은 대로 세대를 넘어 계승된다.

오늘 저녁때는 부디 특별한 마음으로 귀가하시길. 아무 것도 해 놓은 것 없는 것 같아 허망해진 어느 날 자신을 닮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그리고 아주 특별한 관계의 또 한 사람이 있는 곳으로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일찍 귀가하시길. 아이들 등을 두드리며 손에 쥐어 줄 작은 선물 하나를 들고 가도 좋다. 아니면 좋은 술 한 병을 가방에 넣어 가지고 가도 좋다. 오늘 아주 눈부신 저녁을 함께 마시기 위하여.
IP *.208.140.138

프로필 이미지
2016.12.27 11:46:11 *.212.217.154

저녁이 있는 삶.

어느 정치인의 구호처럼

그 작은 행복을 가지기가 힘든 요즘입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그런 작은 행복을 더 쫒아갈 수 있는

여유 가지는 한해 되기를 바래봅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8.02.07 10:19:31 *.117.229.136

가장 사랑스럽기도 하면서도 밉기도 한게 가족인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8.12.09 11:38:32 *.212.217.154

어제저녁,

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하남 돼지고기를 먹고

집의 새로운 식탁에 둘러앉아

저렴한 레드와인과 치이즈를 겯들여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니, 오랜만이 아니라 마치 처음인 듯한 시간이었지요.


아쉽게도 저희가족은 

선생님의 행복한' 3시티타임' 같은 순간이 없이 성인이 되어버린

전형적인 한국가정이었지요.

집과 일터만을 삶의 전부로 알고계셨던 부모님과 가정.

그렇게 대한민국을 지배했던 가치가 

선생님의 3시티타임과 

제가 어제 경험했던 작은 식탁모임으로

조금씩 바뀌어갑니다.


앞으로의 삶은 과거와는 달라집니다.

속도보다는 질

숫자보다는 가치가를 쫓아가겠지요.


어제의 그 낮설지만 새롭고

어색하지만 따스한 순간을 되새겨봅니다.

그 마음같은 순간을 쌓아가는 삶이

행복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43 혁명적 기업. 개인만이 산다 [3] 구본형 2002.12.25 6374
542 쟁취하지 말고 부드러운 혁명을 시도하라. [2] 구본형 2002.12.25 6377
541 컬처 코드- 미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가볍지만 설득력 있는 재미있는 재담 [3] 구본형 2007.03.12 6377
540 이땅에 사는 나는 누구인가?(1999.1) [2] 구본형 2002.12.25 6378
539 천둥같은 웃음 뒤 번개같은 진실이... [2] 구본형 2002.12.25 6382
538 '장성에 가면 사람 사는 것 같다' [3] 구본형 2002.12.25 6384
537 주희와 제자들간의 대화 - 평생을 두고 곱씹을 잠언들 [2] 구본형 2002.12.25 6385
536 세상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그리고 다시 중심으로 [2] 구본형 2004.12.31 6386
535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2] 구본형 2008.02.20 6388
534 바람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 [2] 구본형 2002.12.25 6390
533 느낌 커뮤니케이션 (복구 자료) [2] 구본형 2009.06.02 6392
532 모두가 승자되는 길 [3] 구본형 2002.12.25 6395
531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을 돕는 사업'이다 [3] 구본형 2002.12.25 6396
530 돈이 최선인 사회에서는 조지 소로스도 살기 어렵다 [3] 구본형 2002.12.25 6399
529 인물과 배경(2000.6) [3] 구본형 2002.12.25 6400
» 오늘 저녁때는 부디 특별한 마음으로 귀가하시길 [3] 구본형 2002.12.25 6401
527 21세기 항해를 위한 '십자지르기' [2] 구본형 2002.12.25 6403
526 나를 세상에 외쳐라 - 호랑이 서문의 다음 부분 (초고 2) [2] 구본형 2011.03.26 6406
525 인사관리의 의미 [2] 구본형 2002.12.25 6411
524 일과 삶 [3] 구본형 2006.04.23 6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