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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20일 08시 40분 등록
세계인과 한국인, 포스코, 4월 17일 2005년

세계화와 글로벌리제이션은 어디서나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다. 그리고 반드시 알아야할 가장 중요한 개념의 하나가 되었다. 우리는 한국인이며 동시에 세계인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종종 정신적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한국인이며 동시에 세계인이 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 그것은 오히려 서로 배타적인 선택은 아닐까 ? 세계인이 되는 만큼 우리는 한국인일 수 없고, 한국인임을 고집하는 순간 세계인으로 부터는 멀어지는 모순적 관계는 아닐까 ?

백남준은 세계인이다. 그는 새천년 새아침, 세계 문화의 시발점이 된 뉴욕에서 최첨단 레이저 아트를 선 보였다. 새로운 예술을 넘어 새로운 예술의 양식을 창조했다. ‘지구촌 민주주의 건달’이라는 별명과 비디오 아트라는 테크놀로지 선진성 때문에 나이 보다 훨씬 젊은 사람으로 종종 오해받지만 그는 1932년 여름 종로구 서린동에서 태어났다. 그러니까 지금 칠순이 넘은 노인이다. 그를 만난 김용옥은 이렇게 표현한다. “백남준은 고전적인, 어쩌면 이조인의 화석 같은 순 한국인이다. 일찍 한국을 떠났기 때문에 일찍 서구 문물에 개명된 것이 아니라, 일찍 한국을 떠났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적 순수성을 더 잘 보전한 고전인인 것이다”

세계인과 한국인, 이것은 공존하기 어려운 모순이다. 실제로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요컨대 예술은 아이덴티티를 구하는 방법의 하나이며, 그것이 예술의 큰 기능입니다. 남의 유행에 동의하는 것과 아이덴티티는 상반된 개념이지요. 예술은 모순입니다” 백남준에게 한국적 토속성은 그의 예술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이것이 그가 ‘남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고유한 예술 영역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세계인 백남준의 속에는 순토종 백남준이 들어있다.

세계인인가 한국인인가는 서로에게 모순이기 때문에 양자택일해야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존해야하는 내면적 모순이다. 이 모순이 한 사람 속에서 화해하고 회통되는 창조적 모순이 되려면, 두루두루 존재하는 문화적 가치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한다.

나는 이것을 ‘세계적 시야의 확보’라고 부르려고 한다. 밖을 향하여 끊임없이 ‘안테너질’을 하는 것이다. 외부가 수신 가능한 열려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문화의 세계적 기준이란 실제로 이런 시야를 통해 확보된다. 그리고 이 기준은 각 지역의 특수한 현실과 역사 속에서 해석되고 뿌리내리게 되며 이윽고 전통적인 고유한 맛을 내게 된다. 나는 이것을 ‘된장화’ 라고 부른다. 숙성을 통해 고유해지기 때문이다.

일찍 한국을 떠나 이국에서 세계인이 되는 데 성공한 백남준, 윤이상, 이응로 등은 일찍 ‘세계적 시야’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며, 남의 것을 단순 추종하는 대신 세계적 기준을 자신의 내면으로 끌어들여 자신의 토속성과 만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의 성공과 영광은 세계적 기준 위에 토속성을 기반으로 각자의 고유한 아이덴터티를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백남준이라는 예술가로부터 논의를 시작했지만 세계인과 한국인이라는 창조적 모순을 나는 기업과 경영의 세계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동안 우리는 시간과의 경쟁을 통해 압축적으로 성장해 왔고, 서구화가 곧 성장의 열쇠로 믿어 서구적 모델을 추종하고 모방해 왔다. 우리는 그 추격에 비교적 성공적이었고 몇몇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십에 접근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모방적 추격과정에서 우리는 한국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상실해 왔다. 즉 서구화를 통한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가 세계인에 접근할 수록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은 흔들렸다는 뜻이다. 세계인과 한국인은 서로 배타적이었으며, 세계성과 토속성은 병존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백남준의 경우처럼 진정한 세계인이 되는 과정에서 한국적 특수성과 토속적 프레미엄이 결정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기업과 경영의 세계에서도 다양한 세계적 시선을 확보하여, 한국의 문화적 전통성과 프레미엄에 기초한 특별한 차별성으로 세계적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 없는 상품은 삼류며, 차용한 철학으로는 혼신의 경영이 불가능하며, 전통적 가치가 소거된 직원과 함께 창조적 경영은 어림없는 일이다. 한국은 모방과 추종의 시간 압축적 추격에서 벗어나 한국적 세계성이라는 모순을 우리 안에서 회통하고 융합시킬 수 있을 때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십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IP *.229.1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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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주
2005.04.26 21:43:50 *.109.80.2
제 생각이지만 정신은 한국적이되, 행동은 서구식으로 합리적인 면을 추구해야 한다는 말씀 같습니다.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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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8 14:01:22 *.212.217.154

세계적 흐름과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가지고있는 변화지 않는 색,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 것.

그 둘의 조화속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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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6 13:12:19 *.223.27.181

그런 경영의 변화는 바로 우리 코앞에 와 있습니다.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조직은 자연스럽게 도퇴되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소수와, 그에 수긍하는 다수만이 살아남게 되겠지요.


그 변화를 이끄는 선두에 서겠습니다.


세상을 바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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