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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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커뮤니케이션
삼성전자, 2009년 4월 5일 (복구 자료)
다른 사람이 하품을 하면 당신도 이내 잘 따라하는가 ? 나는 영락없이 따라한다. 우연히 나는 '하품을 따라하는 사람은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신 신경학자인 스티븐 플래텍은 하품의 전염을 '원시적 공감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하면서 사람의 공감 능력 수준을 보여두는 매우 중요한 기준 중 하나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술술 하품을 잘 따라하는 사람이 공감능력이 높단다. 공감능력이야 말로 타인과 관련을 맺고 연대하는 가장 중요한 리더십 능력 중 하나인데 내가 그것을 가지고 있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 원더풀.
이제 정보는 어디서나 쉽게 얻어낼 수 있는 값싼 것이 되었다. 테크놀로지 역시 광범위한 공유현상을 보이고 있다. 정보와 기술은 여전히 지식사회의 핵심적인 요소지만 그동안 우리가 상대적으로 경시해 왔던 감성적 능력이 이제는 크게 각광을 받는 사회가 되었다. 개념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소위 하이컨셉 하이터치 시대의 도래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재는 우뇌 주도적인 감성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일상 속에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느낌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부른다.
느낌 커뮤니케이션 원칙 1 : 중요한 것은 미학이다. 매혹적으로 자신을 디자인하라.
스스로 자신의 디자이너가 되자. 미래는 디자인의 세계다. ‘디자이너는 미래의 연금술사’이며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안나 페리에리라는 가구디자이너는 ‘유용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 유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은 인간의 생활 방식과 사고를 바꿔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원칙은 풍부한 것을 강화하여 매력이 되게 하는 것이다. 미소와 웃음은 대단히 중요한 디자인 요소다. 나는 못생겨도 웃음이 예쁜 매력적인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유머 역시 '우리가 서로 통했다'는 공감을 이끌어 내는데 특효가 있다. 자세 역시 훌륭한 투자처다. 나는 보는 순간 카리스마가 느껴지거나 호감이 가는 몸짓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고 평범한 외모지만 세련된 사람들을 또한 많이 알고 있다. 그들은 모두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자기답게 디자인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비법은 말하기 전에 이미 매혹적인 느낌으로 압도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매혹적이지 못하면 마음을 잡을 수 없고, 상대의 마음을 놓치면 이미 커뮤니케이션에서 실패한 것이다.
느낌 커뮤니케이션 원칙 2 : 먼저 함께 비를 맞아 줘라
다른 사람에게 쉽게 동정심과 연민을 표현하는 것은 나약한 일이며 지나치게 여성적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사회적으로 부여된 왜곡된 남성 이미지에 가위 눌려있는 경우가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창의적 문화인은 양성적이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감정을 이입하여 상대를 나에게 밀착시키는 훈련을 해보자. 개인의 체험을 중요한 학습 방식으로 인정하고 남을 돌보는 일을 미덕이라고 느껴보자. 비난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의 비난에 두 배쯤 관대해 지자. 다음과 같은 이미지를 머리 속에 심어두자. 한 사람이 비를 맞고 있다. 나에게 우산이 있다. 덥썩 그 사람에게 우산을 씌워주기 전에 먼저 함께 비를 맞아주자. 그것이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도움을 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 이라는 불편한 감정적 괴리를 넘어설 수 있는 상징적 존재 방식임을 이미지화하자.
느낌 커뮤니케이션 원칙 3 :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어라. 그리고 다른 사람의 스토리에도 귀를 기우리자.
로저 생크라는 인식과학자는 인간이 논리를 이해하는 데 적합하게 만들어 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스토리를 이해하도록 만들어 졌다’고 주장한다. 논리로 설득하지 못한 것을 스토리로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에 스토리가 없었던 시대는 없었다. 가장 미개한 시대부터 인간은 신화와 전설을 만들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종종 음식이 없어 굶어도 인간은 스토리로 배고픔을 이겨내기도 했다.
자신의 인생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만들 구상을 하자.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 일만 나누지 말고, 함께 일하는 상대의 인생에도 관심을 기우리자. 콜롬비아 대학 의학부는 2학년이 되면 주요 전공 수업과 함께 ‘이야기 치료’세미나를 수강한다. 환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어디가 아픕니까 ’ 라고 묻기도 하지만 ‘당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해 보세요’ 라고 묻기도 해야하는 것이다. 우리의 스토리가 바로 우리의 삶이고 우리 자신이다. ‘자신의 삶의 작가’가 되지 못하고는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 꿈을 꾸고 자신의 신화를 만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도록 하자. 그 때 우리는 삶과 삶이 만나고 있다는 떨림을 서로에게서 느낄 수 있다. 이때 연결되고 공존하며 연대된다. 서로의 삶 속에 존재하는 자신을 보게 될 때 너와 나는 '우리'가 되는 것이다.
이해의 대립과 갈등을 해결해 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라는 의식이 생겨날 때 커뮤니케이션은 성공한다. 냉정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라는 말은 패러독스다. 그러나 사람은 머리와 가슴을 모두 가지고 있다. 존재 안에서 모순을 통합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바로 사람이다. 삶의 도처에서 벌어지는 관계의 왜곡과 불화 속에서 이성과 감성이 균형잡힌 ‘전인’whole mind 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