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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25일 15시 22분 등록
여성중앙(1999. 7)-두 번째 인생
혹시 점쟁이를 찾아가려고 마음먹은 적이 있는가? 사랑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하는 일마다 되는 일이 없을 때, 새로운 일을 계획하는 데 불안할 때 신령한 신탁을 받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이다. 우리는 살면서 마법과 주술이 필요한 것이다.
서른이 넘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대강 알게되면, 자잘한 일상의 걱정들이
밀려들지만 벗어 날 묘책이 없다. 마음만 답답하다. 결혼은 했고 키워야할 아
이가 올망졸망하다. 혹은 살기 위해 일을 해야하다 보니 '양 어깨에 짐을 가득
지고 가는 당나귀'처럼 인생은 고달프다. 어쩌다 갖게 되는 내적 성찰의 기회
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젊은 날의 주술과 마법을 상실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다. 그리고 절망한다. 인생은 참으로 지루한 반복이다. 맨 정신으로는 이
현실적 제약들로부터 벗어나기란 참으로 난망하다. 어쩌면 '우연'만이 우리가
딴 길을 갈 수 있도록 구원해 줄 수 있을 지 모른다. 예기치 않았던 만남, 우
연한 기회, 혹은 우연한 결정, 이런 것들만이 빡빡한 이 곳을 벗어나게 해 줄
지도 모른다.
칼리 피오리나라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아직 40대이다. 몇 달 전에 피오
리나는 휴렛팩카드라는 기업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1998년 매출액이 무려
47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20대 기업의 사령탑이 여성에게 맡겨진 것이다.
그녀는 취임 직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아
직 젊은 여성으로 중책을 맡게된 것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변화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휴렛팩카드가 적합한 사람을 찾다가 내가 적임자임을 알게되었
다. 내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전혀 우연(coincidence)이었다.' 고 그녀는 말한 것
으로 전해진다. 나는 우연이라는 말을 그렇게 적극적으로 사용한 사람을 처
음 보았다. '당연한 우연' - 내가 받은 느낌은 이런 것이었다.
'우연'이란 원인과 결과의 사이에 외부의 알 수 없는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이란 원인과 결과 사이에 나의 노력과 힘이 존재하는 경우이
다. 그러므로 원인과 책임이 자신의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늘 무
기력한 상황의 희생자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다. 지금의 자기 보다 좀 더 나
아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꺼이 하는 태도이다. 기꺼이 변화하려는
태도는 개인의 믿음이 다 허물어지고 더 나아 갈 수 없는 아주 '밑바닥' 상황에
처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변화하기보다는 불편을 참고 견
디는 유혹에 쉽게 진다. 그래서 아주 절박하지 않으면 그런대로 견디는 길을
택하기 쉽다.
모든 변화는 마음으로부터 온다. 마음이야말로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힘이
머무는 곳이다. 그리고 실재한다. 형태를 가지지 않고 보이지 않지만 마음의
세계는 물리적 세상에 못지 않게 '실재(real) 하는 세상'인 것이다. 이것을 믿지
못하면 소프트웨어를 이해할 수 없고, 따라서 21세기의 주류를 간과하는 것이
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세상을 창조하는 것이다. 높은 의식 수준으로 올라 갈
수록 오래, 그리고 아주 깊게 응시할 수 있다. '진실이란 이렇게 두려울 만큼
주관적이다'.
마법의 상실은 슬픈 일이지만 슬픈 것만은 아니다.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
한 것이다. 마법이 사라진 후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은 '일'이다. 어느 요정이
밤사이에 몰래 와서 산더미 같은 일을 처리해 주고 가는 것이 아니니 내 손으
로 할 수밖에 없다. 서른이 넘어서면 이제 마법의 왕국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실제적인 삶 속에 들어 와 살게된다.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의 저자인 알랜 치넨은 마법은 그러나 상실되어
아주 없어지고 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내적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
서 가족으로 또 다음 세대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로 옮겨가는 것일 뿐이
다. 그래서 중년의 미덕은 기본적으로 베품의 미덕이이며 이것은 곧 각자의
작업과 일에 대한 헌신이라고 말한다. 헌신이 곧 개인적 만족을 대신하게 된
다. 칼 융은 "나는 젊음을 지배하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성숙되기도 해야한다"
라고 말한다. 마법과 주술을 잃은 그대에게 찾아 온 두 번 째의 인생에서의
화두는 바로 '성숙'이다.
20세기의 말엽에 싱싱한 청춘을 보냈고, 그때 한 남자를 만나 결혼했고, 어쩌
면 이제 작은 아이를 하나 둘 가지고 있는 그대에게 21세기가 의미하는 것은
바로 무르익는 여름을 가지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몸도 영혼도
그 일에 쏟아 넣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어도 좋고, 맛있는 요리를 만드
는 일이어도 좋다. 그림을 그려도 좋고, 글을 써 봐도 좋다.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 없다. 그러나 그것은 그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바로 그 일
이어야한다. 그 일에만 그대의 마음은 열리게 되어있다.
IP *.208.14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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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3 18:47:43 *.212.217.154

여자에게도 두번째 삶이 있듯이,

남자에게도 두번, 세번의 삶이 있겠지요.

첫번째 삶을 뒤로하고 두번째 삶 속에서

앞으로 다가올 세번째 삶을 꿈꿔봅니다.

더 찬란하게 꽃 피울 그 꿈을 생생하게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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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08:16:10 *.72.83.150

우리가 어렸을적에

일년이 지나가면 더 높은학년으로 성장했듯이,

성인의 삶도, 일년 기준이 아닌

더 넓은 기준의 도약이 필요하지 싶습니다.

선생님은 그 의미를 '두번째 삶' 이라고 표현하신 것이겠지요.

우리에게 두번째 세번째 삶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지금의 고민과 방황의 길잡이가 되어주지 않을까요?

이런 변화를 조금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지금도 겪고있을

누군가의 두번째 삶을 응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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