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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21일 15시 41분 등록
새로운 정체성, 포스코, 2005년 1월 15일

과거가 현재를 덮쳐 과거이게 하는 것을 ‘낙후’라고 부른다. 낙후된 곳에 현재란 없다. 미래 역시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영원한 과거가 지배하는 곳, 과거가 영원히 증식되는 곳에서는 미래 역시 살 수 없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과거가 이렇게 거센 파도로 현재와 미래를 범람하게되는 가장 큰 원인은 과거가 대단히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성공이 그 성공을 이루어 냈던 사람들을 취하게 만든다. 역사가 토인비는 이 흔한 현상을 이렇게 표현한다. “역사적 성공의 반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에서 비롯되었고, 역사적 실패의 반은 찬란했던 시절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되었다”

성공은 많은 전리품을 쌓아둔다. 그 중에 가장 가치 있는 전리품이 바로 성공에 이르게 했던 전략과 비법이다. 그것은 우월 의식에 멋지게 포장되어 조직의 문화와 노하우로 맹신된다. 황금의 시대가 계속된다고 믿고 있는 구성원들은 밖의 변화에 닫혀있고, 과거의 프로세스에 만족하고, 새로운 시도와 모색을 거부한다. 조직의 주변에 머물며 밖의 변화에 민감한 일부 선각자들은 완고한 과거와 보수의 벽에 질식하여 입을 닫고 침묵한다. 그리하여 한때 위대했던 조직은 서서히 과거 속으로 침몰하여 사라지고 만다. 아주 흔한 일이다.

성공의 신화에 매몰되지 않는 방법은 성공이 혁신의 함수라는 것을 이해해야한다. 새로움에 취약한 성공은 오래 가지 못한다. 성공은 동일한 방식에 의해 재생되지 않는다. 늘 새로운 자아 정체성을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자.

첫 번째 방법은 조직의 주변에서 생겨나는 주변적 사고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것을 ‘탈중심화’라고 부른다. 개인을 포함하여 어떤 조직이든 가장 중요한 전통적인 신념과 지식은 중앙에 쌓아두고 보호하려한다. 바깥 쪽에는 이 조직이나 사회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고와 발상이 자리 잡고 있다. 바깥 쪽에서 약간 중심으로 향해있는 곳이 바로 주변부다. 중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정식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거부되지도 않고 완전히 제외되지도 않는 곳- 바로 그 조직의 서자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조직의 위대한 미래는 이 주변부에서 성숙하고 무르익는다.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이면서 완전히 현실을 벗어나지 않는 창조적 영역이 바로 이 주변부다. 주변부의 사상과 지식이 중심에 있는 사상들과 교류할 수 있을 때 조직은 기존의 지식에 갇히는 보수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주변부의 새로운 지식이나 발상이 갖는 역동성이 혁신에 취약한 중심부를 자극하고 일깨우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주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법은 의도적인 위기를 도입함으로써 현재의 성과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것을 ‘의도적 문제 제기’라고 부른다. 1981년 잭 웰치가 GE의 회장으로 취임할 때, GE는 기록적인 매출과 수익을 거두었을 때다. 웰치는 사업의 실적을 재정의 했다. 즉 GE 포트폴리오에 속해 있는 모든 사업부들은 해당 업계에서 1위 혹은 2위 안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새로운 성공의 기준이 되었다. 매출과 수익의 기준으로 성과를 가늠하던 세계에 새로운 기준을 들이댐으로써 GE 내부에 강력한 위기의식을 촉발시켰다. 1970년 말 당시 GE는 전세계의 최고 경쟁자들과 비교해 볼 때, GE 사업부 내의 상당수를 다시 포지셔닝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었다. 실제로 GE는 ‘업계 1/2위라는 성과의 재정의를 통해 상당수의 사업부를 재배치하는 변화를 성공시켰다. 의도적 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질문, 예를 들어 ’지금은 먹고 살만하다. 그러나 5년 후에도 이렇게 먹고 살수 있을까 ?‘ 같은 질문을 개인과 조직의 내부를 향해 자문해 보아야 한다.

스스로의 자아 정체성을 창조해 가는 세 번째 방법은 창조적 갈등과 마찰을 즐기는 것이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것이 좋은 것이라는 착각을 할 때가 있다. 발상과 사고의 유사성을 공유한 사람들끼리 모여있다 보면 유사성이 주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을 쾌적성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따뜻한 목욕물 속으로 서서히 침잠해 가는 것과 같다. 이 속에 지식의 배경도 다르고 기질도 다르고 전문성도 상이한 사람들이 함께 마찰을 즐기며 일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때,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들어 낼 때,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 낼 때 언제나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조심해야할 것은 이 마찰이 창조적 마찰일 수 있도록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통의 비전을 공유하여 가야할 곳을 분명하게 잡아 주어야하며, 상이한 시선과 전문성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두루 그 상이성을 통합할 수 있고 연결할 수 있도록 포괄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T자형 리더를 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정체성이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면적 일관성이다. 그러나 그것은 고착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환경과 조건에 따라 바뀌고 그 모양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연한 정체성의 창조가 중요하다. 달을 보라. 날마다 모양을 바꾸지만 한번도 달이 아닌 적은 없다. 모양을 바꾸지 않고 달일 수 있겠는가 ?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계발하여 스스로의 과거와 경쟁하고, 환경과 조건에 따라 가장 적합한 강점들을 재배합해 가는 학습은 개인과 조직이 늘 잊지 말아야 하는 창조적 모색과 실험이 아닐 수 없다.
IP *.229.1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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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3 08:31:44 *.126.113.216

변화 하는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

모든 이들의 영원한 화두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성공 속에서 매몰되지 않고,

실패 속에서 허우적 되지 않을 수 있는

변화에 대한 열린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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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3 15:27:31 *.107.214.115

"달을 보라. 날마다 모양을 바꾸지만 한번도 달이 아닌 적은 없다. 모양을 바꾸지 않고 달일 수 있겠는가?"


좋은 문장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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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7 12:55:44 *.139.108.175

1. 뉴욕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힘

    - 그것은 다양한 인종이 서로 용광로처럼 얽히고 섥켜 만들어내는 충돌의 화학과정이리라.

2. 주변의 힘

   - 중심이 되지 못한 주변은 늘 새롭고 파괴적 상상을 현실로 만들려 한다. 그 힘을 이용할 것.


주변에서 중심으로. 조금씩 조금씩 내가가진 창 끝을 뽀족하게 만든다.

단번에 맹수의 심장을 꽤뚫어야 한다.

두번의 기회는 없기에.


가자!

도전의 세상이다!

거침없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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