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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0월 20일 , 2001
변화의 대가들
윌리암 보스트외, 뜨인돌 , 2001
어떤 사람둘은 세상을 정지된 것으로 인식한다. 그들에게 질서와 안정은 정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세상은 움직이는 것이며 따라서 변화가 오히려 정상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이런 사람들은 세상을 '명사'가 아닌 '동사'로 인식함으로써 물결과 흐름의 맥락 위에 배를 띄운다. 그들은 급류를 막으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카약 타는 법을 숙달시켜 급류를 타고 내려오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위기(危機)라는 한자어 속에는 중국인의 지혜가 들어 있다. 위기는 '위험'이며 또한 '기회'이다. 이 둘은 늘 같이 다닌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위기의 시대에 얼른 '정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예를들어 직장인들의 경우에는 기존의 업무영역에 집착하고, 직위와 직함 속에 숨어, 얼른 경기가 회복되고 구조조정이 마무리 되어 전과 같은 나른한 안정 속으로 되돌아 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되돌아 가야할 곳은 없다.
인류의 역사는 단 한 번도 같은 궤적을 그린 적이 없다. 다행히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것을 받아들이고 숙달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변화는 단순한 위험을 넘어 새로운 기회로 다가온다.
역동의 시대에는 이 시대에 맞는 역동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저자가 주장하는 역동의 리더십의 핵심은 '올바른 방식(how to)'이라고 자신이 믿고 있는 낡은 믿음을 버리고 자기 안에 들어 있는 '누구(who)' 를 발견해 내는 것이다. 예측이 불가능한 빠른 변화의 시대 속에서 우리를 이끄는 것은 방식이 아니라 사람이다. 바로 내 속에 있는 '자기'를 끌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1807년 나폴레옹은 예나(Jena) 전투에서 프러시아의 군대를 격파했다. 프러시아는 20여년 전에 죽은 위대한 프리드리히 대제의 방식대로 싸웠지만 결국 졌다. 한때 위대했던 방식을 따라한 군수뇌부의 닫힌 시스템이 패전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기억해야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전투가 끝난 후 프리드리히 대제의 무덤 앞에 선 나폴레옹은 이렇게 말했다. " 이 사람이 아직 살아 있었다면, 나는 이 곳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훌륭한 리더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배우는 법을 새롭게 배우는' 그런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어떤 에토스가 있다. 운명과 삶의 방식을 지배하는 타고난 어떤 정신이 있다. 언제나 처럼 세상은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
좋은 리더 만이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좋은 에토스'를 가진 사람만이 그 자격이 있다. '능력이 있는 나쁜 리더'는 결국 우리를 재앙으로 몰고 갈 것이다.
이 책은 일견 황당한 책이다. 그러나 변화와 리더십에 관해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4년 전에 미국에서 출간되어 올해 한국어로 번역된 오래된 책이지만 책을 읽으며 나는 수없이 많은 지적 섬광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어떤 것은 너무 밝아서 오래동안 눈을 뜨기 어려웠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모차르트를 듣는 것과 같다. 자유로운 비약과 폭발적인 증폭, 이윽고 날리 듯 섬세하게 스며드는 어떤 영감의 끝자락이 일품이다. 반복과 난삽함과 어불성설 속에 깊이, 아주 깊이 흐르는 놀라운 통찰을 간과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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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대가들
윌리암 보스트외, 뜨인돌 , 2001
어떤 사람둘은 세상을 정지된 것으로 인식한다. 그들에게 질서와 안정은 정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세상은 움직이는 것이며 따라서 변화가 오히려 정상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이런 사람들은 세상을 '명사'가 아닌 '동사'로 인식함으로써 물결과 흐름의 맥락 위에 배를 띄운다. 그들은 급류를 막으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카약 타는 법을 숙달시켜 급류를 타고 내려오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위기(危機)라는 한자어 속에는 중국인의 지혜가 들어 있다. 위기는 '위험'이며 또한 '기회'이다. 이 둘은 늘 같이 다닌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위기의 시대에 얼른 '정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예를들어 직장인들의 경우에는 기존의 업무영역에 집착하고, 직위와 직함 속에 숨어, 얼른 경기가 회복되고 구조조정이 마무리 되어 전과 같은 나른한 안정 속으로 되돌아 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되돌아 가야할 곳은 없다.
인류의 역사는 단 한 번도 같은 궤적을 그린 적이 없다. 다행히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것을 받아들이고 숙달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변화는 단순한 위험을 넘어 새로운 기회로 다가온다.
역동의 시대에는 이 시대에 맞는 역동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저자가 주장하는 역동의 리더십의 핵심은 '올바른 방식(how to)'이라고 자신이 믿고 있는 낡은 믿음을 버리고 자기 안에 들어 있는 '누구(who)' 를 발견해 내는 것이다. 예측이 불가능한 빠른 변화의 시대 속에서 우리를 이끄는 것은 방식이 아니라 사람이다. 바로 내 속에 있는 '자기'를 끌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1807년 나폴레옹은 예나(Jena) 전투에서 프러시아의 군대를 격파했다. 프러시아는 20여년 전에 죽은 위대한 프리드리히 대제의 방식대로 싸웠지만 결국 졌다. 한때 위대했던 방식을 따라한 군수뇌부의 닫힌 시스템이 패전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기억해야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전투가 끝난 후 프리드리히 대제의 무덤 앞에 선 나폴레옹은 이렇게 말했다. " 이 사람이 아직 살아 있었다면, 나는 이 곳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훌륭한 리더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배우는 법을 새롭게 배우는' 그런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어떤 에토스가 있다. 운명과 삶의 방식을 지배하는 타고난 어떤 정신이 있다. 언제나 처럼 세상은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
좋은 리더 만이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좋은 에토스'를 가진 사람만이 그 자격이 있다. '능력이 있는 나쁜 리더'는 결국 우리를 재앙으로 몰고 갈 것이다.
이 책은 일견 황당한 책이다. 그러나 변화와 리더십에 관해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4년 전에 미국에서 출간되어 올해 한국어로 번역된 오래된 책이지만 책을 읽으며 나는 수없이 많은 지적 섬광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어떤 것은 너무 밝아서 오래동안 눈을 뜨기 어려웠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모차르트를 듣는 것과 같다. 자유로운 비약과 폭발적인 증폭, 이윽고 날리 듯 섬세하게 스며드는 어떤 영감의 끝자락이 일품이다. 반복과 난삽함과 어불성설 속에 깊이, 아주 깊이 흐르는 놀라운 통찰을 간과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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