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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13일 18시 26분 등록
질서와 자유 - 그 어울림 , 보령제약, 2005, 9월

어떤 관계든 거기에는 문화적 긴장이 따르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선배는 후배의 예의를 기대하고 후배는 선배의 포용을 기대한다. 상사는 복종을 기대하고 직원은 상사로 부터 칭찬과 보상을 받고 싶어 한다. 스승은 제자에 대한 영향력을 음미하고 제자는 스승의 인정을 기대한다. 어느 관계든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먼저 ‘어울림’에 대한 화두를 풀어야 한다.

어울림을 이해하기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메를로 퐁티의 말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내가 누리고 있는 언어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배운 것이다. 내가 쓰는 몸짓은 내가 창안한 것이 아니다. 내가 내 세울 수 있는 능력, 기능, 재치등은 무엇이든 사회적 유산에 의해 길러진 것이다. 심지어 나의 꿈조차 내가 만들지 않은 세계, 내가 완벽하게 차지할 수없는 세계에 뿌리내리고 있다 ”

우리가 사회적 유산에 의해 양육되었으며, 따라서 그 유산의 수호자로 키워졌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질서에 대한 많은 것을 잘 이해하게 된다. 질서란 그 유산의 테두리 안에 머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선배와 상사에 대한 예의가 그 질서의 기본 테두리인 것이다. 이 테두리를 벗어나면 곧 후회할 일이 생기게 된다.

반대로 자유 역시 이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존재하지 못한다. 사회가 허용한 자유는 테두리를 넘어 선 것이 아니라 울타리의 안 쪽 변방에 머무는 주변적 사고들이다. 여기까지가 용인되는 것이고 그 너머로 넘어가면 혁명이 된다. 혁명은 패러다임을 부수는 것이며 혁명가는 성공하여 새로운 세상의 영웅이 되거나 싸움에 져 기존 사회의 어두운 웅덩이에 교살된 채 파묻혀야한다.

어떤 사회든 그 사회를 지배하는 문화적 유산의 통제 속에 있게 마련이다. 한국 사회는 대개 다음과 같은 정서적 가치 체계 속에 있다. 기억해 두면 좋다.

1) 관계 중심적이다. 독불장군, 즉 혼자서는 장군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이 없으면 개인도 없다. 이 조직 속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 예의다. 예의는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무난한 것이다. 그것은 밖으로 표현된 형식이다. 직장의 상사나 선배는 대개의 경우 새로운 아이디어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온 사람과의 관계와 태도에 훨씬 더 민감하다. 그러므로 창조적 아이디어의 적(敵)은 사실은 내용이 아니라 형식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예의는 자신을 다른 사람 속으로 침투 시키는 가장 괜찮은 방식임을 잊지 마라. 이것이 후배와 아랫사람이 지켜야할 기본적인 무난함이다. 직장에서 무례하다는 것은 절대로 스스로를 창조적으로 보이게 하는 용감한 행동이 아니다. 위험한 일이다.

2) 반대로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한국인들은 격식과 틀에 갇혀서는 잘 살지 못하는 다이나믹한 문화권 안에 있다. 자신의 자리가 관계 속에 규정되어 있지만 그 틀은 유동적이고 꽤 자유롭다. 한국인들의 멋은 파격이다. 조지훈 선생은 멋을 ‘정상적인 상태에서 약간 벗어나되 그것이 전체적인 조화를 해하지 않을 때에 느껴지는 그런 소극적인 것이 아니고, 정상상태를 벗어나서 조화를 깨뜨려서 오히려 새로운 조화를 이룩하는 적극적인 것’이라고 정의한다. 멋은 새로운 조화를 추구하는 파격의 변형력이며 에너지인 것이다. 자유로운 창조적 아이디어가 갈등없이 받아들여지려면 주변적 사고가 끊임없이 중심을 향해 물결칠 수 있도록 수평적 직장 민주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한국성의 가장 큰 결점 중의 하나가 권위주의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권위는 중요한 것이지만 권위주의는 가차없이 사라져야하는 최대의 적이다. 군림하려할 때 배척받으며, 권위주의자일 때 가장 진부한 사람임을 알아야 한다. 권위는 직위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문성과 경륜에서 온다. 선배와 상사는 가치 없는 것을 강요하지 말아야하고 스스로 노력하여 일의 맥과 뼈를 추려 적절히 분배하고 사람을 대할 때 포용력을 가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좋은 선배 좋은 상사가 되는 딱 하나의 비결을 고르라면 ‘후배의 이력을 도와 주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내가 20년 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나고 좋아한 선배는 ‘내게 잘해주고 내 미래에 애정을 가져준 사람‘이었다. 당신은 안 그런가 ? 반면에 가장 기억나는 후배는 ’나를 깍듯이 선배로 대우하고 최선을 다해 맡겨진 일을 수행하는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그런 후배에게 아이디어를 구하고 기회를 주고 싶었다. 우리는 문화적 유산 속에서 평안함을 느끼고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다. 적어도 일상의 80% 정도는 이 자연스러운 질서 속에서 흘러가는 것이니 서로의 어울림을 위해 잊지 말아야 행동지침이라 할 수 있다.

IP *.229.1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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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호
2005.10.14 17:35:45 *.183.139.196
대인관계가 무척 힘들다고 느꼈는데 이글을 보고나니 뭔가 감이 잡히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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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
2005.10.21 14:06:28 *.222.198.200
웬만하면... 비슷하면... 그냥 읽고만 지나치려 하지만, 읽고나면 꼭 가져가고 싶어집니다.
여러사람들과 공유하고 싶고, 또, 저만의 공간에 모셔두고 싶어집니다.
욕심이라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것마저도 제 욕심껏 못한다면, 너무 억울하고 재미없으니까요. 스스로 부질없는 짓이라고 느껴지거나 귀찮아지는 때가 오면 그때 아니하겠습니다.

먼저 주신 메일을... 오늘에서야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간이역같은 홈페이지 기대하겠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저처럼 전문가의 눈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괜찮답니다. ^^ 어디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글의 화려함이 존재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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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s3938
2005.11.21 16:21:08 *.114.70.49
상당한 파악력으로 접근해주셔서 많은 것을 새롭게 이해했음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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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3 15:25:47 *.7.15.41

제 안에는 숨길 수 없는 혁명가적 기질이 있나봅니다.

'한국적 관계'라는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로 저만의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멈추지를 않습니다.

성공한 혁명가가되어 세상의 영웅이 될지, 그저 그런 아웃사이더가 될지는 모르지만,

제 피가 가고자 하는곳에 제가 가야할 길이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그 길을 피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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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8 22:58:56 *.36.2.161

후배의 이력을 도와주는 선배와

선배를 깍듯이 대하고 맞은일에 정진하는 후배.

그 핵심은 결국 상대에 대한 '진정성'이겠지요.


기존의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새우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철학이 필요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그 철학의 주춧돌이 됩니다.


하나하나 튼튼한 벽에 벽돌을 쌓듯이,

그렇게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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