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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4일 22시 08분 등록
가장 중요했던 시험문제, 2006년 11월


어떤 여인이 간호학교에 입학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어느 날 교수는 수업시간에 강의 대신 간단한 문제들로 가득한 시험지를 돌렸다. 수업을 착실하게 들었던 그녀는 별로 어렵지 않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문항에서 막히고 말았다.
"우리 학교를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아주머니의 이름은?"
이것을 시험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 그녀는 이 아주머니를 여러 번 봤었다.
검정 머리에 키가 크고 나이는 오십대쯤 보이는데 이름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마지막 문제의 답을 적을 수 없었다. 공란으로 두고 답안지를 제출했다.
모두 답안지를 제출하고 난 후 한 학생이 마지막 문항도 점수에 반영되는 것인지를 물었다
그 학생 역시 그녀처럼 그 마지막 문제를 문제로서 인정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이지."
교수는 말했다.
"여러분은 간호사로서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게 될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여러분의 각별한 주의와 배려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라도 여러분은 항상 이들에게 미소를 보내야 합니다. 그것도 먼저 미소를 보내야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야 합니다."
지금도 그녀는 그 강의를 절대 잊지 않고 있다. 그 청소 아주머니의 이름이 도로시였다는 것도 말이다.

이 이야기는 조안 c. 존스라는 사람이 제공한 이야기를 조금 각색한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매우 인상적으로 읽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직업인으로서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했다.

기업이 고객중심, 고객 만족, 그리고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까지를 강조해 온지 수십 년이 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 속에서 감동적인 서비스를 받아 본 유쾌한 경험이 별로 많지 않다. 호텔에서, 비행기에서, 레스토랑에서, 어디든 우리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지금도 잊지 못할 감동적인 서비스를 받은 기억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라. 아마 무척 찾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고객에게 감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단 하나인 것 같다. 고객을 이름과 얼굴이 있는 특별한 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얼굴이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고객이라는 일반 명사를 잊어 버려야한다. 시장이라는 상업적 단어도 잊어 버려야한다. 오직 내 앞에 내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 기억하도록 하자.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위대한 벤치마킹 대상을 가지고 있다. 이 사람은 한 달에 자동차를 300 대씩 팔아대는 판매왕도 아니고, 고객 서비스의 달인도 아니다. 그러나 이 사람이야 말로 고객 서비스의 스승 중의 스승이라 할 수 있다. 바로 데레사 수녀다. 이 불세출의 수녀님은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마음에 품고 살았고, 실천에 옮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난 결코 대중을 구원 하려고 하지 않는다. 난 다만 한 사람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번에 단 한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다...... 만일 내가 그 사람 하나를 붙잡지 않았다면 난 4만 2천명을 붙잡지 못했을 뿐이다... ...당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단지 시작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한 사람씩. ”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든지 가장 먼저 우리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 뜻은 그 사람이 고유의 이름을 가진 이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바로 이 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다. 이 사람은 조금 전에 내가 서비스를 제공했던 그 사람이 아니다.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고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는 전혀 다른 사람이 바로 내 앞에 서서 내 도움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조금 전 자기 앞에 서있던 다른 사람의 복제품이 아니라는 것, 옆에 앉아 있는 수 많은 사람 중의 하나로 취급받지 않고 있다는 인식, 이것이 바로 감동적이고 차별적인 서비스의 시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 그러면 이제부터 아주 간단 하지만 특별한 한사람을 위한 감동 서비스 수칙을 함께 만들어 보자.

1) 모든 일은 그 수혜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수혜자가 없는 일을 하는 것은 헛일이다. 내 일의 수혜자, 그들이 바로 내 고객이다. 먼저 내 앞에 서서 내 도움을 기다리는 고객의 이름을 불러 주자. 한 시인의 시처럼 ‘이름을 불러 주어야 비로소 그 사람은 내게 와서 꽃이 되기’ 때문이다.

2) 적어도 하루에 한 사람의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자. 뛰어난 친절 때문이어도 좋고, 이것저것 챙겨주는 배려 때문이어도 좋고, 미소가 좋아서도 좋고, 부드러운 말씨 때문이어도 좋고, 아주 적절한 조언 때문이어도 좋다. 무엇이 되었든 그 사람의 마음 한 구석을 붙잡을 수 있는 나만의 강점과 무기를 매일 수련하고 활용해 보라. 작은 노트에 날짜와 그 고객의 이름을 쓰고, 내가 제공한 어떤 서비스 방식에 그 사람이 기분 좋은 반응을 보였는지 간단히 메모해 두도록 하자. 그것을 계발하여 나만의 감동무기로 삼아보자.

3) 고객의 불만을 환영하자. 절대로 회피하지 말자. 고객 불만을 수련의 과제로 삼아 내 업무의 깊이를 확보하자. 우선 고객이 불만을 토로할 때, 감정을 상해 함께 씩씩 거리지 말고, 고객의 입장으로 감정을 이입하여 잘 들어 주자. 그리고 열심히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자. 이 과정이 대단히 생산적일 수 있다. 이 방법을 통해 우리는 업무의 숨어 있는 깊은 영역을 발견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을 통해 하루 한 사람에게 기쁨을 선물할 수 있다면 훌륭한 직업인이다. 그리고 그 기쁨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본인이라는 것도 잊지 말 일이다. 고객을 고객이라고 부르지 않고 내 일의 보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 때, 일은 내게 품삯이 아니라 삶이 되는 것이다.
IP *.116.3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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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2006.12.05 09:10:37 *.240.191.120
일은 내게 품삯이 아니라 삶이 되게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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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마로
2006.12.05 16:03:07 *.5.53.230
고맙습니다. 좋은글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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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nob
2006.12.06 10:27:14 *.111.11.1
가슴에 와닿는 글!!
잘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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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ador
2006.12.07 08:17:52 *.108.242.203
구본형님의 글은 정말 사람냄새가 느껴집니다.^^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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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2006.12.08 12:36:46 *.150.195.90
잘읽었습니다.. 저도 힘들겠지만 실천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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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훈
2006.12.26 06:42:53 *.173.139.94
와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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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6 09:49:07 *.126.113.216

우리들은 어떻게 고객을 '만족'시킬지를 생각한다.

아니다, 그것은 반쪽이다.

어떻게 그들을 '감동'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만족이라는 수동적 행동이 아닌

감동이라는 능동적 행동이로의 도약을 이루어야 한다.

그 차이는 진심어린 애정,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사람에대한 진심어린 애정, 선한일을 행한다는 자부심, 자신감.

그런것들이 조직문화에 녹아내릴 때,

우리는 그것을 '문화'라고 부른다.

만족과 감동의 작지만 커다란 차이를

'철학'이라고 부른다.


끝이없이 이어질것 같은 추운 겨울도 언젠가는 따스한 봄날의 햇살로 놀아내리듯이,

엄중하고 삼엄한 현실속에도 언젠가는 

올바른 철학으로 뿌리내린 문화가 넘치는 세상이 올것을 의심치 않는다.

작지만 흔들리지 않는 그런 조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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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9 09:16:30 *.170.174.217

'나의 고객을 사랑하는가?'


처음 저만의 비지니스를 시작했을때, 저를 가장 괴롭혔던 질문이었지요.

벌써 몇 년의 시간이 지금, 그 질문에 대한 조그만 답을 찾았습니다,


어둡고 아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질문을 멈추지 않고

본질과 마추할 용기를 가진다면

풀지못할 답은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용기를 가지고 걷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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