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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의 비법 2 - 그건 그 사람의 현실이야
뜨거운 여름이 물러가고 있었다. 프랑스인들이 ‘개와 늑대’ 사이라고 부르는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그 회색빛 저녁 어둠이 점점이 묻어오는 평화로운 저녁나절이었다. 그러나 숲속은 꼭 그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수탉 한 마리와 부엉이 한 마리가 평화의 정적을 깨뜨렸다. 그들은 하늘에 떠오르는 밝고 둥근 것에 대해 끝없는 논쟁을 다시 시작했다.
수탉이 말했다.
“그게 떠오르면 날씨가 금방 따뜻해지지. 그건 열을 뿜어내거든.”
“열을 뿜어내? 따뜻해져 ? 아니지. 내 오랜 경험으로는 그게 떠오르면 오히려 추워지지”
“뭐라구? 내 인생은 그것과 함께 시작해 왔어. 그게 떠오르려고 하면 나는 목청껏 내 목이 찢어져라 울어댔단 말이야. 그게 떠오르려고 꿈뜰거리면 난 참을 수 없어지지. 소리소리 질러야 내 속이 후련해지거든. 내 목소리에 맞추어 그것이 떠오르면 하루가 시작되는거야. 그런데도 내 말을 못 믿겠어?”
“나야말로 그것이 떠오를 때 내 일을 시작한다네. 그게 떠 올라야 그때부터 하루가 시작한단 말야. 그것 없이는 내 하루도 없지. 그러나 그것이 따뜻하다거나 열을 뿜는다는 느낌은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네. 내 평생을 걸고 맹세코 다시 말하지만 그건 네가 말하듯이 뜨겁고 열을 뿜는 것이 아니야 ”
수탉은 해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엉이는 달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논쟁은 끝이 없었다.
커뮤니케이션의 커다란 장벽의 하나로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신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입장에서 세계를 보게 된다. 바로 그 입장이 자신이 서 있는 자리이며 세계인 것이다. 따라서 다른 것을 이해할 수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함정이지만 쉽게 넘어서거나 피해갈 수 없다. 그것을 포기하는 순간 자신의 자리와 세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자신의 입장에서 일을 처하는 경향이 있다. 조직 안에서 생겨나는 대부분의 부서적 갈등은 모두 그 부서의 입장을 고려한 의사결정의 결과다. 부서간의 갈등이 생겨나는 경우에는 그것만 가지고 싸워서는 안된다. 그 갈등 모두를 포함할 수 있는 더 높은 가치 속으로 부서의 존재 이유가 통합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런 덫에 갇히게 될 때 한번 쯤 생각해야할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중국의 추나라에 목공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오리와 기러기를 좋아하여 왕궁 안에서 이것들을 키웠다. 목공은 명령을 내려 오리와 기러기들에게 곡식은 주지 말고 등겨를 먹여 키우게 했다.
시간이 지나 왕궁의 등겨가 떨어졌다. 관리들이 등겨를 구하려고 애를 쓰니, 급기야는 곡식 두 섬을 주어야 등겨 한 섬을 얻을 수 있었다. 관리들이 목공에게 찾아와 ‘ 차라리 곡식으로 오리와 기러기를 키우는 것이 경제적’임을 설득하려했다. 이때 목공이 이렇게 말했다.
“ 너희는 내 뜻을 모르겠느냐 ? 곡식은 사람이 먹는 음식이다. 배고파 죽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찌 그것으로 짐승을 먹일 수 있겠느냐 ? 그대들은 작은 계산을 할 줄 알면서 큰 계산은 하지 못한다. 오리와 기러기에게 등겨를 먹이기 위해 창고의 곡식을 내어주고 등겨로 바꾼다하여도 그 곡식을 먹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의 백성들이다. 그 곡식은 결국 백성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것이 비경제성의 경제성이다. 근본을 잊으면 안된다.”
개인과 개별적 조직을 통합하는 더 높은 가치와 목적은 개별 갈등이 창조적이며 긍정적으로 해소 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한다. 조직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과 이해의 갈등과 관련하여 꼭 기억해야할 학자가 한사람 있다. 오랫동안 잊혀져 있었지만 우리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는 사람이다.
그녀의 이름은 메리 파커 폴레트(Mary Parker Follet 1868-1933)다. 경영과 조직학의 역사 속에서 그녀의 가치를 재발굴해 놓은 사람은 피터 드러커였다. 그녀는 우리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분화된 인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믿었다. 그녀는 갈등은 살아가는데 반드시 존재하는 현상이며 따라서 현실의 한 단면으로 인식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갈등을 갈등 그대로 놓아 두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이것이 모든 사람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학문적 노력을 기울려 왔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갈등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해결 방식은 ‘통합’이라는 것이다.
먼저 갈등의 실상을 드러나게 한 다음 양 쪽의 요구를 흡수하여 통합된 일부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양자택일 이라는 상황의 한계 속에 갇히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으면 우리의 선택은 시야가 좁은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그러므로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선택이 아니라 더 나은 통합이 가능하다고 믿고 그 가능성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은 가능성, 그것은 양자의 갈등을 통합할 수 있는 더 높은 가치가 아니면 설득할 수 없는 것이다. 개인의 이해를 넘어 선 가치 속에서 개인이 통합되고, 부서의 가치를 넘어선 가치 속에서 부서의 갈등이 통합된다.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책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자리에서 본 시선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이해할 때 우리는 두 개의 시선을 가질 수 있다. 복수(複數)의 시선, 그것을 우리는 성숙한 시선이라 부른다. 이 복수의 인식이 갈등 속에서 더 나은 통합적 해결책을 찾아 낼 수 있도록 우리를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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