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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0일 08시 49분 등록
위를 탐구하라 ( 동아일보, 2008년, 2 월 12일 송부, 2회)

사람들은 수시로 직장 생활의 고통을 호소한다. 통계에 따르면 직장 고통의 첫 번 째 진원지는 상사들이다. 공을 빼앗아 가고 모욕을 주고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고 작은 지위를 믿고 오만하고 졸렬한 상사들 때문에 미칠 것 같다는 불평은 어디서 가장 크게 들리는 하소연이다. 상사는 직장 생활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일상의 행복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들 중의 하나다. 많은 직장인들이 상하관계의 어려움에 시달리는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사에 대하여 전략적으로 연구하지는 않는다. 상사가 일상의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면 상사에 대하여 연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좋은 리더는 아래로 부하들만 이끄는 것이 아니라 위를 탐구하여 상사의 신뢰와 지원을 얻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부하로부터 상사에 이르는 상향 리더십' (subordinate-to-boss leadership 혹은 upward leadership)이 꼭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것은 부하 직원의 입장에서 어떻게 주도적이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하는 체계적인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상향 리더십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테스트를 해 보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해 보라.

1. 상사는 직원의 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2. 조직이 부여하는 지위는 그에 합당한 사람에게 돌아갈까 ?
3. 업무 능력이 뛰어나면 자동적으로 승진을 하게 될까 ?

만일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하여 마음 속으로 모두 ‘예’라고 믿고 있다면 지금의 상사와 좋은 관계를 맺는 데 문제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가 아닌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하여 모두 ‘아니오’라고 대답했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때는 ‘예’라하고 어떤 때는 ‘아니오’ 라고 대답했다면 당신은 이 대답을 하면서 어떤 특정한 상사를 떠올리면서 대답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당신의 대답은 매우 주관적이며 상사에 따라서 다른 대답을 하게 될 것이다. 즉, ‘상사란 무엇인가 ?’ 라는 포괄적 질문에 대답하기 어렵다.

행복이란 실제한다기 보다는 적절한 기대수준을 관리함으로써 얻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행복해지기 어렵다. 그러나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자기를 끌어 올려 고양시키는 자기혁명에 실패하기 마련이다. 상향 리더십의 출발점 역시 상사에 대한 기대를 적절히 관리함으로부터 출발해야한다.

첫 번 째 질문에 대한 적절한 기대수준은 ‘상사는 회사의 대리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조직의 방향과 함께 갈 때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만일 조직의 입장과 다른 길을 가게 된다면 상사는 당신의 편을 들어줄 수 없다. 상사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며, 조직은 질서를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다. 상사는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 관리자의 첫 번째 미션이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적절한 기대 수준의 답은 ‘그러면 좋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그게 좋은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내 답이 너무 모호하나 ? 그렇지도 않다. 생각해 봐라. 회사에 들어와 10년이 지났는데 적절한 자리로 상승 이동을 하지 못하고 동료나 부하 직원 중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들이 대거 승진하여 당신의 위에 있게 된다면 당신은 일할 맛이 날까 ? 그 평가에 승복할까 ? 사람을 평가할 때 도대체 누구든지 승복할 수 있는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기는 할까 ? 따라서 적당한 시간이 지나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누구나 어느 정도 까지는 승진하여 누군가의 상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보니 부하 직원을 이끌 자격을 갖춘 관리자도 있고 그렇지 못한 관리자도 있게 마련이다. 중간 관리자 이하는 어느 조직이나 아직 검증되지 못한 미완의 관리자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게 마련이다. 좀 부족한 관리자와 함께 일하고 있다하여 그의 단점에 치를 떨게 되면 그것은 당신이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기대가 비현실적으로 높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상사 역시 완성된 리더가 아니다. 약점을 가진 평범한 인간이며, 때가 되어 그 지위에 오른 미완의 선배에 지나지 않는다. 부족한 상사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도움이다.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 그렇지 않을 껄’ 이다. 웃기는 대답이라고 생각하는가 ? 나도 한때 제 할 일만 잘하면 때가 되어 높은 지위로 승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것이 건강한 조직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까지 오르면 그것으로 끝날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조직이나 정치는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건강한 정치력은 나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리더십은 건강한 힘의 정치력이다. 즉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성공을 진심으로 돕게 만들려면 일만 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전 HP의 회장이었던 칼리 피오리나는 상사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매우 잘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상사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상사는 직원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는 것이 어렵다. 마찬가지로 직원들도 상사를 한 인간으로 보기 힘들다. 상사는 권위와 능력으로 나타난다. 상사들의 지위가 높아질수록 그 사람보다는 직위를 본다. 고위직으로 올라가면 업무는 어려워지고 보상도 커진다. 그러나 높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외로워진다. ”

내가 이것을 깨달은 것은 유감스럽게도 20년 동안의 직장생활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나는 ‘상사에게 당당하고 부하에게 헌신적인 리더’에 대한 끊임없는 미련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영웅적인 상사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마음 속에서 나는 상사와 경쟁하고 있었고 늘 그를 뛰어 넘으려고 했던 것 같다. 상사에게 무례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사가 내 경력의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스폰서라는 사실을 종종 잊고 있었다. 부하들은 잘 챙겼지만 상사를 잘 챙기지 못했다. 지나치게 상사에게 순종하는 ‘yes man' 들에 대한 반골 기질이 발동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나 역시 상사에 대한 탐구도 전략도 가지고 있지 못한 반쪽짜리 관리자에 불과했다. 스폰서가 없이도 자력으로 성공하는 것이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내 기질이 나은 편견이었다. 부하를 잘 활용하는 것이 훌륭한 상사이듯 상사가 나를 잘 활용하도록 친밀한 통로를 늘 열어두는 것은 경력 관리를 위해 매우 현명한 일이다. 훌륭한 리더는 자신의 아래 뿐 아니라 위를 탐구하고 상사의 성공을 도와줌으로써 상사의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체계적 전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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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2008.02.26 00:59:52 *.226.109.2
선생님, 새해 들어서 가장 고민하는 문제들인데 칼럼을 읽으면서 어떻게든 정리를 좀 해야겠다는 결심이 듭니다. 중간 관리자 입장에서 제 위의 상사에 대한 기대치와 팀원들의 저를 향한 기대치를 조화롭게, 일관성있게 가져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의 신념이나 가치판단이 요즘은 어찌 이리도 주관없이 휘둘리는지 낙담이 될 정도입니다.
'현실적인' 기대치 관리와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맞물려서 균형을 이루어야 할텐데 돌부리만 나오면 걸려서 넘어지는 것 같아서요.
존 맥스웰의 '360도 리더'를 주말에 사서 절반쯤 읽었는데 약간의 위로와 격려는 되지만, 이걸 저의 실제 케이스에 실천할 수 있을까, 생각만 많습니다. 상향리더십 테스트 질문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고민을 풀어갈 실마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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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2008.03.04 19:10:20 *.131.1.98
저도 이런 내용을 미리 알았으면 좀더 현명하게 직작생활을
할수 있었을텐데 아쉬움과 반가움이 드네요

좋은내용의 칼럼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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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8 12:09:28 *.143.63.210

선생님이 가지고 계시던 혁명가적 기질,

그것은 회사라는 고루한 조직이 품기에는 너무 큰 것이었겠지요.


여전히 회사안에서 생활하는 조직원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고 큰 꿈을 꾸는 리더들에게는

그에 맞는 또 다른 사고의 방식, 틀이 필요하겠지요.


병아리가 알을 깨어 세상에 나오는 혁명과 같이.

기존의 틀을 부서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꿈을 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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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12:02:51 *.223.162.130

따르거나,

이끌거나,

떠나거나.


배달앱으로 유명한

배달의민족 회사 벽에 적혀있는 유명한 말 입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것은

첫번째에 적용되는 법칙이겠지요.


하지만,  태생적으로 그렇지 않은사람은

결국 조직을 나와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하게 됩니다.

선생님이 20년의 직장생활 끝에

이 연구소를 만드셨듯이 말이지요.


저도 그 외로운길을 걸어갑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글이 많은 위로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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