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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9일 11시 17분 등록

   "쾌락은 축복받은 삶의 시작이다."  이것은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쾌락은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격렬하고 어두운 열정이라는 악마를 대동하지 않는다. 그의 쾌락은 온화한 형평 상태속의 평화로움 같은 것이다.  모든 건강한 위(胃)는 음식을 좋아한다. 그러나 탐식을 해서는 안된다. 그저 늘 적당히 먹는 상태를 유지하고 식욕이 왕성해 지는 것을 막으며 조용히 사는 것이 미덕이다. 에피쿠로스는 실제로 물과 빵만으로 주로 살았고, 잔치날에나 치즈를 조금 먹었을 뿐이다. 그에게 부와 명예는 무익하고 헛되다. 왜냐하면 만족할 수 있을 때 조차 인간을 불안하게 만들어 쉬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생활을 통해 얻는 쾌락 가운데 가장 안전한 것이 우정이라고 믿었다.

그에게 가장 특별한 점은 종교와 죽음에 대한 철학이다.  그에게 종교는 위안이 아니라 두려움의 근원이다.  그래서 현세의 삶을 평가하여 지옥에 처넣는 무서운 내세를 없애 버리고, 영혼은 육체의 죽음과 함께 사멸해 버리는 유물론을 주장한다.  영혼도 물질이기 때문에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이것이 육체의 원자와 만나 연결될 때, 육체의 감각능력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육체가 죽으면 영혼의 원자들은 육체의 원자와 연결될 수 없기 때문에 감각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죽은 육체는 감각하지 못하고, 감각하지 못하는 육체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죽음이란 우리에게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에피쿠로스가 죽은 지 200년이 지나 루크레티우스는 그의 철학을 시로 표현에 두었다. 그 속에서 그는 에피쿠로스를 자신의 위대한 스승으로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인간의 생명이 땅에 엎드려
종교의 잔혹성 아래
무참히 짓밟혀 처참하게 부서지고
...........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야할 인간을 짓누를 때,
처음으로 한 그리스인이 용감히
종교에 맞서 도덕의 눈을 치켜떴네
분연히 일어나 종교에 도전한 최초의 인간이었네

그러나 인간의 본성 중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너무도 뿌리 깊은 것이고, 종교는 나약한 인간의 마음이 위안과 진무를 찾는 곳이었기 때문에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려웠다. 그저 언제나 교양을 갖춘 소수인의 취향으로 남고 말았다.  그의 철학은 18세기 혁명의 시대, 프랑스 계몽철학자들이 그와 유사한 학설을 주장할 때 까지 대중의 망각 속에 묻혀있을 수 밖에 없었다.

오늘 나는 생각한다.
쾌락이라는 단어가 격렬한 자아몰입이며, 질주하는 감정의 폭발이라는 파괴적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한,  에피쿠로스를 쾌락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은 상당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하는 악의적 묘사인 듯하다.  나는 그를 쾌락주의자로 부르지 않을 것이다.  사려깊은 삶의 기쁨과 마음의 평화를 추구한 유물론자 정도면 적절한 평가가 아닐까 한다.  평화로운 삶의 기쁨을 그리워 한다는 점에서 나는 그를 매우 소중한 생각의 동지로 받아들인다.  햇빛이 찬란하다.  오늘 내 삶도 작은 기쁨과 감탄으로 가득하고,   마음의 평화가  잠들기 전까지 떠나지 않기를. 

IP *.160.3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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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스트
2010.04.29 12:04:06 *.131.104.198
칼 맑스를 대중이 오해하듯이 에피쿠로스를 단순히 쾌락주의자로 보는건 어쩌면 대중에겐 당연한 논리로 보여집니다. 그당시 정신적 성찰자는 높고 깊은 사고자일 것은 분명하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늘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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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4.29 12:09:50 *.251.137.77
생각의 동지!
시공간을 뛰어넘어 책 속의 생각 하나를
애인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오늘의 선생님을 있게 한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그만 안주해도 좋을 위치에 계시면서도
쉬지않고 무언가를 탐험해 가는 선생님의 발걸음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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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10.04.29 13:24:46 *.119.66.48
아... 몰랐습니다. 대중의 상식이란 것이 때론 단지 무지일뿐이니 쉼없이 걷겠습니다.
마음의 평화와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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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엽
2010.04.29 14:31:54 *.216.38.10
찬란한 햇빛처럼,
이미 제 삶은 작은 기쁨과 감탄으로 가득차있습니다.   
'사려깊은 삶의 기쁨과 마음의 평화를 추구한 유물론자'라는
새로운 전우를 찾은 기쁨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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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15:19:13 *.156.14.24

쾌락. 

삶에 쾌락이 없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해질까요?

쾌락만을 위해서 살 수 없겠지만,

쾌락이 없는 삶 또한 상상할 수 없습니다.

적당하고 절제가능한 쾌락을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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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8 13:15:06 *.134.142.198

 쾌락도 우리 인간들처럼 다양한 얼굴이 있나봐요.

착한 쾌락과 나쁜 쾌락.

건강한 쾌락과 파멸을 몰고오는 쾌락.

그 둘을 무 자르듯 반듯이 나눌수는 없겠지만,

그 차이를 인지하고 취사 선택하기를 노력한다면

우리의 삶을 더욱 건강하게 살 찌울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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