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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17일 22시 33분 등록
죽음이 삶을 지킨다, 2006년 1월, success

옛날에 변화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진귀한 옥돌을 발견하고 자기 나라 왕에게 바쳤다. 옥을 감정하는 사람이 돌이라고 하자 왕은 화가 나서 변화의 왼쪽 발을 잘라 버렸다.

다시 세월이 지나 다음 왕이 즉위하자 변화는 또 옥을 가져다 바쳤다. 감정 결과 또 돌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번에는 왕이 그의 오른쪽 발을 잘라 버렸다. 그 후 그 다음 왕이 즉위하자 변화는 초산 아래서 그 옥돌을 껴안고 사흘 밤낮을 통곡했다. 나중에는 눈물이 말라 피가 흘렀다. 왕이 이 소식을 듣고 사람을 시켜 까닭을 물었다.

“저는 발이 잘려 슬퍼하는 것이 아닙니다. 천하의 보옥을 돌이라 하고, 정직한 선비를 거짓말을 했다하여 벌을 준 것이 슬프기 때문입니다. ”
왕은 그 옥을 가져다가 다듬어 보옥을 만들었다. 그 보옥의 이름이 바로 유명한 ‘화씨벽’이다.

천하의 보물은 그저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알아주는 사람이 목숨을 걸고 생명을 불어 넣어 줌으로 생겨나는 것이다. 진심과 진정성 이것이 보물을 만들어 내고 작품을 만들어 내는 비법이다.

세월이 흐르며 화씨벽의 주인도 바뀌어 갔다. 마침 조나라의 혜문왕이 이 화씨벽을 얻어 즐거워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당시 강력한 진나라가 이 소문을 듣고, 서신을 보내 진나라의 성 15개와 화씨벽을 바꾸자는 제안을 해 왔다. 바꾸자니 진나라가 약속을 어기고 성을 줄 것 같지 않고, 안 주자니 군사를 보내 쳐들어올까 두려웠다.

왕과 대신이 서로 상의하여 여러 날을 보냈으나 마땅한 답을 찾기 어려웠다. 약한 나라와 강한 나라 사이의 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 강자는 요구하고 약자는 그 비위를 상하게 할까 전전긍긍 노심초사한다.

대신들이 해답을 찾지 못하자 환관의 우두머리가 자신의 가신인 인상여라는 사람을 추천하게 되었다. 왕은 인상여를 불러 묘책을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진나라는 강하고 우리는 약하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진나라가 성을 내주는 조건으로 화씨벽을 달라고 했으니, 우리가 거절하면 잘못은 우리에게 있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화씨벽을 주었는데 그들이 15개의 성을 넘겨주지 않는다면 잘못은 진나라에 있게 됩니다. 차라리 요구를 받아 들여 잘못이 진나라에게 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가 사신으로 가는 것이 좋겠오 ?” 왕이 물었다.
“마땅한 사람이 없다면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성을 주면 화씨벽을 주고 오고, 성을 주지 않으면 화씨벽을 온전하게 조나라로 다시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사신으로 간 인상여는 진나라 왕을 만나 화씨벽을 건네주었다. 진나라 왕은 비빈들에게 화씨벽을 돌려가며 기꺼워했다. 인상여가 가만히 눈치를 살피니 화씨벽만 가지고 성을 넘겨 줄 의사가 전혀 없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그 화씨 벽에는 작은 흠이 하나 있습니다. 대왕께 그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왕이 화씨벽을 건네주자 인상여는 그것을 쥐고 기둥에 기대어 섰다. 머리카락이 치솟아 관을 찌를 만큼 화를 내며 왕에게 말했다.

“대왕께서는 화씨벽을 얻을 요령으로 우리 왕에게 서신을 보냈습니다. 대신들이 모두 진나라가 화씨벽만 가져가고 성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저는 백성의 사귐에도 신의가 있는 것인데 나라와 나라의 사귐에 어찌 그럴 수 있겠느냐고 설득하였습니다.

우리 왕께서는 닷 새 동안 목욕재계를 하고 저를 보내 화씨벽을 전하라 하였습니다. 정성을 다한 예우입니다. 그런데 대왕께서는 저를 하찮게 여기고, 화씨벽을 비빈들에게 돌려 보이며 저를 희롱하였습니다. 저는 대왕께서 성을 주지 않을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돌아가겠습니다. 만일 나를 협박한다면 내 머리와 화씨벽은 기둥에 부딪혀 산산히 깨지고 말것입니다 ”

진나라 왕이 보물이 깨질까봐 사과하였다. 인상여는 조나라 왕이 닷새를 재계하고 옥을 보냈으니 진나라 왕도 닷새를 재계하고 옥을 받으라 요구했다. 진나라왕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인상여를 영빈관에 머물게 했다. 인상여는 진나라 왕이 결국 성은 주지 않고 화씨벽만 빼앗을 것으로 짐작하고 몰래 사람을 시켜 조나라로 화씨벽을 되돌려 보냈다. 진나라 왕이 목욕재계하고 인상여를 불러 화씨벽을 받으려 하였다.

“저는 대왕께서 약속을 저버릴 것이 무서워 사람을 시켜 화씨벽을 조나라로 돌려 보냈습니다. 먼저 성 15개를 떼어 주십시오. 그리고 사신 한 사람을 보내 화씨벽을 요구하십시오. 그러면 화씨벽은 대왕의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누가 감히 대왕의 명을 거역하겠습니까 ? 저는 이미 대왕을 능멸했으니 삶아 죽이시기 바랍니다. ”

진나라 왕과 대신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혹자는 인상여를 죽이자고 했다. 진나라 왕이 말했다.

“ 인상여를 죽이면 화씨벽을 얻을 수도 없고, 조나라와 관계만 악화될 뿐이다. 조나라 왕이 어찌 나를 거역할 수 있겠는가 ? 인상여를 살려주고 잘 대접해 보내라 ” 고 명령했다. 인상여는 조나라에 돌아와 상대부가 되었다. 진나라가 성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조나라도 화씨벽을 진나라에 주지 않았다. 없었던 일이 되고 만 것이다.

이 일로 진나라는 망신을 당하고 인상여의 이름은 일약 유명해졌다. 인상여는 죽음을 삶 속으로 끌어 들임으로써 삶을 얻은 매우 특별한 사람이다. ‘죽고자 하면 살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와 동일하다. 훌륭한 리더들은 종종 자신을 벼랑 끝에 세운다. 그리고 그곳에서 뛰어 내린다.

모든 사람이 다 벼랑 끝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데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벼랑 끝에서 뛰어 내리지 않고 하늘을 나는 새는 없다. 인상여는 자신을 벼랑 끝까지 몰고 나가 마지막 발 하나를 허공에 디디는 순간 홀연 미천한 자리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빛나게 하는 인물로 승화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몰고 가 보자. 인상여의 조국인 조나라에는 전국시대 전체를 통해 그 이름이 혁혁한 장군이 한 사람 있었다. 그의 이름은 염파였다. 인상여가 떠오르는 별로 상승가도를 초고속으로 달려나가 결국 염파 보다 지위가 높아지게 되었다. 염파는 불쾌해졌다.

“나는 성과 들에서 적과 싸워 공을 세웠다. 인상여는 미천한 출신으로 입과 혀로 출세하여 지위가 나 보다 높아졌다. 인상여를 만나면 반드시 모욕을 주리라” 공언했다. 인상여는 염파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조회가 있을 때는 병을 핑계대고 그와 다투지 않았고, 거리에서 염파의 수레를 보면 피했다. 인상여의 가신들은 인상여가 염파를 피해 달아나는 것을 부끄러운 일이라 참을 수 없다고 분개했다. 그때 인상여가 웃으며 말했다.

“그대들은 염장군과 진나라 왕 두 사람 중에서 누가 더 무섭소 ? 나는 진나라 왕의 위세에도 그를 궁정에서 꾸짖고 그 신하들을 부끄럽게 만들었소. 내가 어리석기로 염장군을 무서워하겠오 ? 다만 진나라가 우리를 침범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와 염장군이 있기 때문이요. 우리 둘이 싸우면 둘 다 살지 못할 것이요. 내가 염파를 피하는 이유는 나라의 위급함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요”

염파는 이 말을 전해 듣고, 크게 뉘우쳤다. 웃옷을 벗고 가시채찍을 등에 짊어지고 인상여의 문 앞에 이르러 사죄하였다. 이것이 염파의 위대한 점이다. 훌륭한 장군이라는 광휘 위에 그의 인간적 아름다움을 더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 후 두 사람은 유명한 문경지교(刎頸之交)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즉 상대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우정을 나누게 된 것이다.

이 대목은 사마천의 사기열전 가운데서도 가장 멋진 장면 중의 하나다. 모름지기 반목과 싸움으로 얼룩진 권력의 세계에서 널리 알려져 귀감이 될만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경영의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능력이 많고 성취욕이 강한 재능 있는 사람들끼리는 싸우기 마련이다. 건설적 경쟁이면 좋지만 심심찮게 어두운 정치적 파워게임이 몰상식하게 자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좋은 리더들은 파괴적 싸움을 피한다. 인상여가 염파를 피하 듯 두 사람의 충돌을 현명하게 회피한다. 그리고 진심을 알려 훌륭한 파트너로 성장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임원은 이렇게 말한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빌 게이츠 없이도 경영될 수 있다. 그러나 스티브 발머의 성공하려는 노력 없이는 살아 남을 수 없다.” 강력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은 서로 도왔고, 그렇게 마이크로소프트를 훌륭한 미래 기업으로 만들어 냈다.

마오저뚱과 저우언라이는 40년간 지속된 훌륭한 협력관계를 이루어 냈다. 출생도 기질도 생긴 것도 너무 달랐다. 거친 마오저뚱과 비교하면 저우언라이는 훤칠한 키에 뛰어나 지적 능력을 갖추고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국민에게 헌신한 중국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의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마오저뚱이 살아 있는 동안 그는 늘 제 2인자로 만족했다. 그 두 번째 자리를 즐겼다.

즉 일을 하는 사람과 공이 돌아가는 사람 중에서 그는 일을 하는 사람 자리를 지킴으로써 늘 마오저뚱에게 공을 돌렸다. 그것이 그 후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 비결이었다.

스타가 동경의 대상이 된 사회에서 ‘2등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을 지’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들은 스스로를 절제하여 먼저 가장 협조적인 제 2의 인물로 자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
IP *.116.34.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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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준
2006.02.21 09:53:34 *.253.60.34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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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006.02.24 08:56:44 *.244.218.8
이 이야기의 출처는 어느 책인지요?

찾아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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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견성
2006.02.24 12:31:13 *.51.145.200
'변경'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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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욱
2006.02.26 22:38:52 *.73.241.243
구본형 소장님의 섬광처럼 빛나글 감사하고 또 고맙습니다.
'한 편의 글이 우리의 미래를 바꾼다'는 가르침이 있지만, 구 소장님의 글을 장대한 인간드라마 그 자체입니다. 자주 사이버상에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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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6.02.28 13:13:28 *.116.34.204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보세요. 그곳이 출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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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경우
2006.04.15 21:21:36 *.201.41.200
문경지교의 주인공 이야기. 감동적입니다.
좋은 글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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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4 08:59:05 *.212.217.154

'리더'란 누구인가?

단순히 조직의 우두머리인가?

아니면 조직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자인가?

고민없는 리더보다, 고민하고 진심으로 도울 수 있는 동료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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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7 08:46:59 *.36.2.161

선생님의 글이 가진 묘미는,

그것을 읽을때의 맛이

그 때의 상황에 맞추어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일 거에요.


약 이년전에 읽었던 내용이었지만,

지금은 또 다른 맛으로 읽힙니다.


진귀한 옥돌을 부여잡고 우는 변화의 마음이

저와 다르지 않음을 알겠습니다.

결국 보물은 그것의 가치를 알아보는자의 것이지요.


숨겨진 옥돌을 갈고 닦아

길이 남는 보물을 만들듯,

제 안의 원석을 계속 다듬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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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1 01:20:16 *.212.217.154

인상여의 모습,

그런 리더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결국 조직의 미래는

그 리더에게 달려있음을 다시 생각합니다.


어려운 시기,

현명함으로 그 위기를 해쳐가는 리더를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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