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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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내 홈페이지에 들어 와 자신의 힘듬을 털어놓은 젊은이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이 글쓰기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우화 하나를 찾아 달라 했다. 그 댓가로 나는 약간의 수고료를 지불했다.
아래 우화는 그녀가 좋아하는 우화라며 내게 보내 준 것을 내가 각색한 것이다. 그리고 나대로 해석을 달아 두었다. 혹시 다른 분들이 읽고 다른 해석을 달아 다르게 읽은 새로운 버전을 올려 주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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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크게 쓰일 날, 2006년 2월 신보
올리브나무와 떡갈나무, 소나무가 있었다. 각자 특별한 존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다.
올리브 나무는 화려한 보석상자가 되고 싶었다. 자기 안에 온갖 보물을 담는 꿈을 꾸었다.어느 날 나무꾼이 그 올리브나무를 베었다. 올리브 나무는 아름다운 보석 상자가 될 날을 기다렸다. 그러나 베어진 올리브 나무는 더럽고 냄새나는 짐승의 먹이를 담는 구유가 되었다. 꿈은 산산조각 났다. 올리브 나무는 가치 없고 천한 자신을 미워했다.
떡갈나무의 꿈도 컸다. 위대한 왕을 싣고 바다를 건널 거대한 배를 만드는 재목으로 쓰이길 바랐다. 그래서 나무꾼이 자신을 베었을 때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떡갈나무는 조그맣고 초라한 낚싯배가 되고 말았다. 떡갈나무는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높은 산의 하늘과 맞닿은 꼭대기에 사는 소나무는 언제까지나 높은 곳에 버티고 서서 사람들에게 신의 위대한 섭리를 일깨워주고 싶었다. 어느 날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소나무를 쓰러뜨려 버렸다. 한참 후 나무꾼이 벼락을 맞아 쓰러진 소나무를 가져다가 장작더미에 던져 버렸다. 소나무의 꿈도 장작더미 속에서 사라져 갔다.
세 나무의 꿈은 모두 부서지고 더러워지고 잊혀져 버린 듯 했다. 그러나 신은 다른 계획을 갖고 계셨다. 오랜 세월이 흘러 한 부부가 아이를 낳을 곳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었다.
그들은 마침내 한 마구간을 발견했고, 아기를 낳아 구유에 눕혔다. 이 구유는 바로 그 올리브 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올리브나무는 귀중한 보석을 담는 보석 상자가 되고 싶었지만, 신은 더 좋은 계획을 갖고 계셨다.
시간이 더 흘러 구유 속의 아이는 키와 지혜가 자라 늠름한 청년이 되었다. 어느 날 이 청년은 호수 건너편으로 건너가기 위해 작고 초라한 낚싯배를 탔다. 이 낚싯배는 바로 그 떡갈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떡갈나무는 위대한 왕을 태우고 바다를 건너고 싶었으나 신은 더 좋은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
또 십 여년이 흘렀다. 몇몇 로마 병사들이 장작더미 속에서 커다란 나무를 찾아 둘로 쪼개 십자가를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그 벼락 맞은 소나무였다. 그리하여 그 소나무에 그 청년이 못 박혀 매달렸다. 소나무는 하나님의 섭리를 전하고 싶었지만, 신은 더 좋은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
이것은 어느 이야기 책 속의 우화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직장인일 것이다. 어쩌면 품삯을 바라고 매일 지루한 일터에 끌려와 시키는 일을 하는 시시한 생계형 월급쟁이라고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별다른 탈출구와 대안을 발견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거나 모든 것을 잊고 그저 똑 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데 익숙해져 버렸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그대에게 주어져 있는 그 일, 그것은 신의 위대한 기획의 하나인지도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기자가 한 사람 있다.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성공한 사람들, 특히 기업의 CEO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하는 전문기자다. 그녀는 얼마 전에 성공한 리더들이 젊은이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편지형식으로 재구성한 책을 한 권 냈다. '준비하는 미래는 두렵지 않다'는 제목의 책이다. 언젠가 이 사람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는 '끈'과 '구슬'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젊은 시절, 난 구슬이 되고자 갈구했다. 하지만 지금은 구슬이 못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기보다는 끈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싶다. 각 분야에서 훌륭한 사람을 연결하여 각각 아름답고 힘 있는 팀을 구성해 시너지효과를 내게 하는 것은 나의 삶의 기쁨이요 미션이다. 나는 좋은 사람들이 좋은 팀을 구성하도록 돕는 데 눈과 발이 되고 싶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일은 쉬워지고 빨라진다. 나를 통해 모세혈관처럼 우리 시대의 리더들과 리더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이 연결되고, 개인과 조직의 삶에 온기와 활기가 돌게 하고 싶다. 나를 통해 서로 친구가 되게하고, 멘토를 만들고, 살롱을 만들어, 즐겁고 따뜻한 휴먼네트를 구축하게 하고 싶다. ” 그녀는 결국 자신의 일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신의 계획을 읽어 냈는 지 모른다.
오늘 당신의 일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라. 어제도 했고 오늘도 하고 내일도 해야 할 그 일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한때 지루한 품삯이었고, 골칫거리였고, 끝내야할 과제였던 그 일을 오늘 가만히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보라. 혹시 그 속에 당신을 위해 예비해 놓은 신의 아름다운 기획이 읽혀지지는 않는가 ?
어제의 생각을 오늘 뒤집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어제에 갇히지 않고 오늘, 오늘다운 생각과 행동을 모색하고 시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오늘은 그 동안 초라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더 이상 주변적 인물로 남는 것을 거부하고 자기의 세계를 찾아 나서는 날이며, 이 세상의 중심인물로서 새로운 개인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날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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