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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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빈곤의 자유, 신보, 2006년 10월
아주 옛날 중국의 사천 지방에 두 사람의 스님이 살고 있었다. 한 스님은 가난했고 또 한 스님은 부자였다. 어느 날 가난한 스님이 부자 스님에게 말했다.
“나는 남해를 여행하려 하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 ? ”
그러자 부자 스님이 대답했다.
“나도 배를 한 척 사서 남해를 여행하려고 마음 먹은 지 오래라네. 여러 해 동안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네. 그대는 무엇을 믿고 가려고 하는가 ? ”
가난한 스님이 웃으며 대답했다.
“ 나는 그저 밥그릇 하나와 물병 하나면 되네”
이듬해 가난한 스님은 남해 여행을 즐겼다.
그러자 부자 스님은 크게 부끄러워 했다.
이것은 ‘백학당시문선’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는 부유함의 자유, 재정적 자유라는 말에 익숙해져있다. 돈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다, 돈이 있으면 원하는 일 바라는 것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돈의 자유’ 라는 말은 설득력이 강하다. 나 역시 창고가 가득하고 방이 따뜻해야 추레하지 않고, 작은 인정이나마 베풀며 살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다 종종 우리가 지나치게 돈에 매여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이 가진 시간을 팔아 돈을 벌고 다시 돈을 팔아 먹거리와 즐거운 시간을 되사는 순환을 되풀이 하며 그것이 삶이라고 믿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이따금 돈이 지배하지 않는 다른 세계로의 일탈을 모색해 보기도 한다. 의외로 매우 재미있고 신선하여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어 마신 기분이다. 그 상쾌함이 또한 커다란 즐거움이 되었다.
나는 ‘돈이 제공하는 자유’와 ‘돈으로 부터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소박한 자의 자유’라고 부른다. 그리고 살면서 이런 균형 연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번 생활 속에서 시도해 보자. 그래, 오늘 이 글을 읽는 지금 당장 머리 속에 떠오르는 한가지 쯤 시도해 보고, 기분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 음미해 보자.
* 어느 날 정릉 국민대 앞을 차를 몰고 지나고 있었다. 고갯길이어서 비교적 천천히 운전했던 것 같다. 갑자기 택시 한 대가 내 옆 차선에서 인도 방향으로 급히 끼어 들면서 내 차의 앞 쪽 좌측 범퍼를 슬쩍 치고 수십 미터 앞에 정차했다. 나도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무척 놀랐다. 몸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별 탈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 앞에서 택시 운전사가 내려 내게로 급히 걸어 왔다.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 사람도 별 탈이 없어 보였다. 인도에서 승객이 택시를 보고 손을 흔들자 급히 방향전환을 하다 생긴 일이었다. 밖에 나가 앞 범퍼의 좌측 부분을 보았다. 차가 밀고 지나가 도색이 벗겨져있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갑자기 나는 무척 관대해졌다. ‘아무 일도 아니다. 가다 간단히 도장을 하면 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별일 아니니 조심해 운전 하라고 말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기분이 좋았다.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안도감, 불안해하는 택시 기사에게 잘해 주었다는 관용의 즐거움, 화를 내고 퍼부어 댔을 상황에서 조용히 잘 빠져 나올 수 있었다는 자제가 나를 행복하게 했다.
그것은 수리할 때 들어갈 푼돈을 포기한 댓가로 얻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 칭찬 같은 것이었다. 그때 나는 내 자신이 마음에 들었다.
* 나는 일 년에 네 다섯 번은 사흘간 간단한 단식을 한다. 단식을 하다 보면 늘 느끼는 것이 우리가 그동안 너무 많이 먹고 살았다는 것이다.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하여 그 유혹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특히 단식을 하면서 ‘너무 많은 과식’에 대해 반성하곤 한다.
단식을 하는 도중 시장을 어슬렁거리는 것을 특히 좋아 하는데, 그러면 갑자기 세상이 온통 먹고 싶은 것으로 가득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는 갑자기 삶의 의욕이 불처럼 살아난다. ‘자발적 빈곤이 가져다 준 삶에 대한 전의‘ 가 마음 속에서 스물 거리며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종종 빈곤이 삶에 대한 욕망을 키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난해 보지 않으면 치열할 수 없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등 따뜻하고 배부른 작가에게서는 뼈가 보이지 않는다. 뼈, 바로 그 삶의 견고한 구조물에서 벗어나면 작가는 매너리즘과 진부한 언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살덩이야 말로 돈의 이미지와 부합한다.
2006년 6월 워렌 버핏은 자신이 가진 재산의 85%에 해당하는 약 370억 달러정도의 재산을 ‘빌 엔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등 5개 자선단체에 기증한다고 발표하였다. 매년 7월 전체 기부금의 5% 씩이 순차적으로 자신이 정한 자선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이 결심을 하게 된 이유를 묻는 한 TV인터뷰에서 워렌 버핏은 ‘시장경제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시장경제는 극단적 빈부의 차이를 만들어 냈고, 이 메커니즘에서 성공한 자기 같은 사람은 결국 자신을 성공하게 만들어 준 사회에 자신이 번 돈 기부하는 ‘비시장경제적’ 방식을 취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일 것이다.
어느 날 시장경제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몇 가지의 행동을 해 보자. 그런 행동들에 의해 우리가 절대 가난해 지지는 않는다. 종종 반시장경제적인 발상을 통해, 우리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더 좋은 사회적 여유를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IP *.116.34.174
아주 옛날 중국의 사천 지방에 두 사람의 스님이 살고 있었다. 한 스님은 가난했고 또 한 스님은 부자였다. 어느 날 가난한 스님이 부자 스님에게 말했다.
“나는 남해를 여행하려 하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 ? ”
그러자 부자 스님이 대답했다.
“나도 배를 한 척 사서 남해를 여행하려고 마음 먹은 지 오래라네. 여러 해 동안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네. 그대는 무엇을 믿고 가려고 하는가 ? ”
가난한 스님이 웃으며 대답했다.
“ 나는 그저 밥그릇 하나와 물병 하나면 되네”
이듬해 가난한 스님은 남해 여행을 즐겼다.
그러자 부자 스님은 크게 부끄러워 했다.
이것은 ‘백학당시문선’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는 부유함의 자유, 재정적 자유라는 말에 익숙해져있다. 돈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다, 돈이 있으면 원하는 일 바라는 것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돈의 자유’ 라는 말은 설득력이 강하다. 나 역시 창고가 가득하고 방이 따뜻해야 추레하지 않고, 작은 인정이나마 베풀며 살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다 종종 우리가 지나치게 돈에 매여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이 가진 시간을 팔아 돈을 벌고 다시 돈을 팔아 먹거리와 즐거운 시간을 되사는 순환을 되풀이 하며 그것이 삶이라고 믿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이따금 돈이 지배하지 않는 다른 세계로의 일탈을 모색해 보기도 한다. 의외로 매우 재미있고 신선하여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어 마신 기분이다. 그 상쾌함이 또한 커다란 즐거움이 되었다.
나는 ‘돈이 제공하는 자유’와 ‘돈으로 부터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소박한 자의 자유’라고 부른다. 그리고 살면서 이런 균형 연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번 생활 속에서 시도해 보자. 그래, 오늘 이 글을 읽는 지금 당장 머리 속에 떠오르는 한가지 쯤 시도해 보고, 기분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 음미해 보자.
* 어느 날 정릉 국민대 앞을 차를 몰고 지나고 있었다. 고갯길이어서 비교적 천천히 운전했던 것 같다. 갑자기 택시 한 대가 내 옆 차선에서 인도 방향으로 급히 끼어 들면서 내 차의 앞 쪽 좌측 범퍼를 슬쩍 치고 수십 미터 앞에 정차했다. 나도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무척 놀랐다. 몸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별 탈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 앞에서 택시 운전사가 내려 내게로 급히 걸어 왔다.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 사람도 별 탈이 없어 보였다. 인도에서 승객이 택시를 보고 손을 흔들자 급히 방향전환을 하다 생긴 일이었다. 밖에 나가 앞 범퍼의 좌측 부분을 보았다. 차가 밀고 지나가 도색이 벗겨져있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갑자기 나는 무척 관대해졌다. ‘아무 일도 아니다. 가다 간단히 도장을 하면 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별일 아니니 조심해 운전 하라고 말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기분이 좋았다.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안도감, 불안해하는 택시 기사에게 잘해 주었다는 관용의 즐거움, 화를 내고 퍼부어 댔을 상황에서 조용히 잘 빠져 나올 수 있었다는 자제가 나를 행복하게 했다.
그것은 수리할 때 들어갈 푼돈을 포기한 댓가로 얻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 칭찬 같은 것이었다. 그때 나는 내 자신이 마음에 들었다.
* 나는 일 년에 네 다섯 번은 사흘간 간단한 단식을 한다. 단식을 하다 보면 늘 느끼는 것이 우리가 그동안 너무 많이 먹고 살았다는 것이다.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하여 그 유혹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특히 단식을 하면서 ‘너무 많은 과식’에 대해 반성하곤 한다.
단식을 하는 도중 시장을 어슬렁거리는 것을 특히 좋아 하는데, 그러면 갑자기 세상이 온통 먹고 싶은 것으로 가득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는 갑자기 삶의 의욕이 불처럼 살아난다. ‘자발적 빈곤이 가져다 준 삶에 대한 전의‘ 가 마음 속에서 스물 거리며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종종 빈곤이 삶에 대한 욕망을 키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난해 보지 않으면 치열할 수 없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등 따뜻하고 배부른 작가에게서는 뼈가 보이지 않는다. 뼈, 바로 그 삶의 견고한 구조물에서 벗어나면 작가는 매너리즘과 진부한 언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살덩이야 말로 돈의 이미지와 부합한다.
2006년 6월 워렌 버핏은 자신이 가진 재산의 85%에 해당하는 약 370억 달러정도의 재산을 ‘빌 엔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등 5개 자선단체에 기증한다고 발표하였다. 매년 7월 전체 기부금의 5% 씩이 순차적으로 자신이 정한 자선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이 결심을 하게 된 이유를 묻는 한 TV인터뷰에서 워렌 버핏은 ‘시장경제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시장경제는 극단적 빈부의 차이를 만들어 냈고, 이 메커니즘에서 성공한 자기 같은 사람은 결국 자신을 성공하게 만들어 준 사회에 자신이 번 돈 기부하는 ‘비시장경제적’ 방식을 취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일 것이다.
어느 날 시장경제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몇 가지의 행동을 해 보자. 그런 행동들에 의해 우리가 절대 가난해 지지는 않는다. 종종 반시장경제적인 발상을 통해, 우리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더 좋은 사회적 여유를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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