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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술력에 이야기와 감성을 더해 차별화 하라 , 에이스테크놀리지, 2008년 4월 3일
하겐다즈는 어느 나라 기업일까 ? 어딘지는 잘 모르지만 유럽에 베이스를 둔 기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Haagen-Dazs (실제로는 a 에 독일식 움라우트가 있다) 라는 이름 자체가 북유럽 냄새를 풍긴다.
그러나 이 기업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다. 그런데 왜 얼핏 유럽기업처럼 인식될까 ? 이 기업의 창시자였던 루빈 매터스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포지셔닝시켰기 때문이다. 1960년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파고들면서 루빈 매터스는 유럽 아이스크림에 비해 맛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던 미국 시장에 유럽이미지의 신비감과 품질을 각인시키고 싶었다. 그는 포장지에 스칸디나비아 지도를 그려 넣고 유럽식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하겐다즈를 유럽 아이스크림으로 인식시켜 미국인들이 미친 듯 사먹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사실은 뉴저지의 공장에서 만들어 진 것인데 말이다.
최고급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으로 포지셔닝한다는 전략적 목표는 그렇게 하여 달성되었다. 폴란드 이민자의 아들로 8살에 미국으로 건너와 어머니를 도와 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던 루빈 매터스가 지금은 55개국에서 1조 3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그것도 아이스크림으로- 기업의 기초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고 아마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순수재료의 고급 아이스크림이라는 점으로만 승부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인들이 유럽의 맛을 고급과 동일시한다는 것을 알아냈고, 이에 상응하는 디자인과 이름과 스토리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기술이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특히 기술력이 비슷해져가는 환경에서는 기술력만으로는 차별성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그 위에 디자인의 아름다움과 이야기를 담은 감성적 요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래는 디자인의 세계다. ‘디자이너는 미래의 연금술사’이며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자동차 회사는 이제 더 이상 스스로를 자동차 회사로 포지셔닝하지 않는다. 실제로 BMW의 크리스 뱅글은 ‘우리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움직이는 예술작품을 만듭니다’ 라고 말한다. 안나 페리에리라는 가구디자이너는 ‘유용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 유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은 인간의 생활 방식과 사고를 바꿔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능과 가격으로만 승부하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것이 선두기업들의 기본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 차별성은 디자인의 아름다움의 차이로 옮겨 가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기업은 디자이너가 되어야한다.
또한 기업은 전략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로저 생크라는 인지과학자는 인간이 논리를 이해하는 데 적합하게 만들어 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스토리를 이해하도록 만들어 졌다’고 주장한다. 논리로 설득하지 못한 것을 스토리로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에 스토리가 없었던 시대는 없었다. 가장 미개한 시대부터 인간은 신화와 전설을 만들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종종 음식이 없어 굶어도 인간은 스토리로 배고픔을 이겨내기도 했다. 이야기는 이제 어느 분야에서나 중요한 전략적 요소로 활용된다.
예를들어 콜롬비아 대학 의학부는 2학년이 되면 주요 전공 수업과 함께 ‘이야기 치료’세미나를 수강한다. 환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의사들은 신체의 특정 부위, 예컨대 눈에 대하여, 혹은 심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 암이나 고혈압등 특별한 질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환자의 개인적 인생에 대해서는 알아야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의사들은 그 개인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전략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어디가 아픕니까 ’ 라고 묻기도 하지만 ‘당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해 보세요’ 라고 묻기도 해야하는 것이다. 스토리가 바로 우리의 삶이고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예술가적 직관과 종합력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전략적 주도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다. 실제로 맥킨지 컨설팅은 MBA 출신 직원의 채용을 대폭 줄이고 심리학전공의 전문가들이나 영상, 이미지, 창의적 글쓰기, 미학등을 전공한 MFA(Master of Fine Arts) 을 대폭 늘이고 있다. 대학 역시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하버드 MBA 에 입학하려면 성적이 상위 10% 안에 들어야 하지만 미국의 유수한 MFA 과정에 입학하려면 적어도 3% 안에 들어야 가능하다. 시장의 선호도의 변화에 따라 기업이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량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지식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여전히 테크놀로지의 시대다. 기술은 기술 자체에 적용하게 됨으로써 계속 비약적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또한 기능적 측면 외에도 감성적 차별성을 요구하고 있다. ‘아름다움과 이야기’라는 전략적 포인트를 놓치게 되면 기업은 시장이 요구하는 차별성을 만들어 내는 데 실패하고 말 것이다.
이제 아름다움이 악세사리가 아니라 유용함 자체가 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살아 숨쉬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매한다는 점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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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겐다즈는 어느 나라 기업일까 ? 어딘지는 잘 모르지만 유럽에 베이스를 둔 기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Haagen-Dazs (실제로는 a 에 독일식 움라우트가 있다) 라는 이름 자체가 북유럽 냄새를 풍긴다.
그러나 이 기업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다. 그런데 왜 얼핏 유럽기업처럼 인식될까 ? 이 기업의 창시자였던 루빈 매터스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포지셔닝시켰기 때문이다. 1960년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파고들면서 루빈 매터스는 유럽 아이스크림에 비해 맛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던 미국 시장에 유럽이미지의 신비감과 품질을 각인시키고 싶었다. 그는 포장지에 스칸디나비아 지도를 그려 넣고 유럽식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하겐다즈를 유럽 아이스크림으로 인식시켜 미국인들이 미친 듯 사먹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사실은 뉴저지의 공장에서 만들어 진 것인데 말이다.
최고급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으로 포지셔닝한다는 전략적 목표는 그렇게 하여 달성되었다. 폴란드 이민자의 아들로 8살에 미국으로 건너와 어머니를 도와 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던 루빈 매터스가 지금은 55개국에서 1조 3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그것도 아이스크림으로- 기업의 기초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고 아마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순수재료의 고급 아이스크림이라는 점으로만 승부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인들이 유럽의 맛을 고급과 동일시한다는 것을 알아냈고, 이에 상응하는 디자인과 이름과 스토리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기술이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특히 기술력이 비슷해져가는 환경에서는 기술력만으로는 차별성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그 위에 디자인의 아름다움과 이야기를 담은 감성적 요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래는 디자인의 세계다. ‘디자이너는 미래의 연금술사’이며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자동차 회사는 이제 더 이상 스스로를 자동차 회사로 포지셔닝하지 않는다. 실제로 BMW의 크리스 뱅글은 ‘우리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움직이는 예술작품을 만듭니다’ 라고 말한다. 안나 페리에리라는 가구디자이너는 ‘유용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 유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은 인간의 생활 방식과 사고를 바꿔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능과 가격으로만 승부하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것이 선두기업들의 기본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 차별성은 디자인의 아름다움의 차이로 옮겨 가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기업은 디자이너가 되어야한다.
또한 기업은 전략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로저 생크라는 인지과학자는 인간이 논리를 이해하는 데 적합하게 만들어 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스토리를 이해하도록 만들어 졌다’고 주장한다. 논리로 설득하지 못한 것을 스토리로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에 스토리가 없었던 시대는 없었다. 가장 미개한 시대부터 인간은 신화와 전설을 만들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종종 음식이 없어 굶어도 인간은 스토리로 배고픔을 이겨내기도 했다. 이야기는 이제 어느 분야에서나 중요한 전략적 요소로 활용된다.
예를들어 콜롬비아 대학 의학부는 2학년이 되면 주요 전공 수업과 함께 ‘이야기 치료’세미나를 수강한다. 환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의사들은 신체의 특정 부위, 예컨대 눈에 대하여, 혹은 심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 암이나 고혈압등 특별한 질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환자의 개인적 인생에 대해서는 알아야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의사들은 그 개인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전략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어디가 아픕니까 ’ 라고 묻기도 하지만 ‘당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해 보세요’ 라고 묻기도 해야하는 것이다. 스토리가 바로 우리의 삶이고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예술가적 직관과 종합력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전략적 주도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다. 실제로 맥킨지 컨설팅은 MBA 출신 직원의 채용을 대폭 줄이고 심리학전공의 전문가들이나 영상, 이미지, 창의적 글쓰기, 미학등을 전공한 MFA(Master of Fine Arts) 을 대폭 늘이고 있다. 대학 역시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하버드 MBA 에 입학하려면 성적이 상위 10% 안에 들어야 하지만 미국의 유수한 MFA 과정에 입학하려면 적어도 3% 안에 들어야 가능하다. 시장의 선호도의 변화에 따라 기업이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량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지식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여전히 테크놀로지의 시대다. 기술은 기술 자체에 적용하게 됨으로써 계속 비약적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또한 기능적 측면 외에도 감성적 차별성을 요구하고 있다. ‘아름다움과 이야기’라는 전략적 포인트를 놓치게 되면 기업은 시장이 요구하는 차별성을 만들어 내는 데 실패하고 말 것이다.
이제 아름다움이 악세사리가 아니라 유용함 자체가 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살아 숨쉬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매한다는 점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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