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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8일 09시 37분 등록

  나는 망설였다.  한 댄스 동호회에서 강연을 요청받았을 때, 거기서 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가 선뜻 머리 속에 떠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간곡히 요청을 받아 거절하기 어려워 승낙을 하고 말았다. 그들은 좋은 호텔의 작은 볼룸에 모여 앉아 있었다. 처음 그들은 보는 순간 20년 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유복한 한국 사회의 미래 중산층을 보는 듯 했다. 대체로 60대 전후의 전문인으로 관록이 붙어 있고, 이미 자식들은 다 출가 한 뒤고,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이 없으며, 세상의 의무와 책임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인생의 기쁨과 의미를 되돌아 볼 수 있는 나이에 이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나는 강연의 방식 보다는 내 삶의 전환을 담담히 이야기 했다. 그리고 앞으로 10년 간 미래를 지탱해 줄 아름다운 장면 10개를 그려 보라 권유했다. 그것을 '10대 풍광'이라고 불러보자 했다. 그리고 자세하게 그 아름다운 장면을 그리는 법을 설명했다. 첫째, 과거의 시제로 미래의 아름다운 계획을 써 보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미래의 회고'라고 부른다. 지금부터 10년 후, 2020년 어느 날 아침, 지난 10년 동안 자신의 삶 속에 일어났던 가장 아름다운 장면 10개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바로 그 일들이 있어서 내 삶이 진정 아름다웠다고 느낄 만큼 자세히 묘사해 보는 것이다. 미래의 계획을 과거시제로 써 보는 것은 그 일이 이미 일어났다는 강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둘째는 10대 풍광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아름다운 자신의 삶을 미리 세상에 천명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내 삶의 증인이 되게 하는 것이다. 셋째는 무엇을 할 것인가와 더불어 누구와 할 것인가를 꼭 집어넣으라는 것이다. 같은 일이라도 그 일을 누구와 함께했느냐가 감정의 질을 결정한다. 예를들어 나이들어 자유롭게 제법 긴 여행을 하는 일은 누구나의 로망이다. 어디를 어떻게 돌아다니는가가 여행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결정적인 요인은 누구와 함께하는가라는 것임을 우리는 모두 다 안다. 좋은 사람과 같이 가면 어디든 다 천국이다. 결국 삶을 완성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들은 아름다운 삶의 풍광을 그려가는 세 번 째 원칙에서 매우 진지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30대 초반의 젊은이가 있었다. 그 젊은이의 10대 풍광 속에는 '아버지와의 화해'라는 장면이 하나 들어 있었다. 그가 다 자란 후, 그의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이는 극도로 악화되어, 10년 이상 서로 대화가 없었다. 그 역시 아버지와 대화 없이 살았다. 그게 가슴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 젊은이는 아버지의 칠순잔치에서 아버지를 안아드리고, 그 동안 얼마나 아버지를 그리워했는지 고백하는 장면을 그려 두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가 눈물이 많은 젊은이라는 사실을 다 알고는 있었지만, 우는 것은 그만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우리들이었다. 우리 모두 사람만이 사람을 감동시킨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그 젊은이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그들 역시 자신들의 불화에 대하여 생각하는 듯 했다. 누구는 눈을 감고, 또 누구는 천장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복하여 돈 걱정없는 사람들이지만 살아가면서 사람이라는 돌에 걸려 넘어져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한때 미워하고 모욕하고 얼음같은 무관심으로 보복해 보고 싶은 관계를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 바로 그 사람들이 뜻밖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또 얼마나 충격적인가! 사랑해야하는 사람들, 바로 가족 관계, 친구와 동료 관계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크고 작은 상처들을 주며 살아가는가. 진정한 적은 멀리 있지 않고, 늘 가까운 관계 속에서 다이너마이트처럼 폭발하고 만다. 멀리 있은 사람들은 그저 잊으면 된다. 나도 그들도 서로의 인생에 섞이기를 원하지 않으면 그뿐이다. 그러나 가까운 관계의 불화는 치명적이다.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내리는 비처럼 젖어들어 영혼을 우울하게 하고, 신뢰의 근저를 허문다. 춤을 출 때, 안고 있으나 차디찬 육체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다른 곳을 보아야 하는 남녀처럼, 가까운 사람들의 불화는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나는 나이듦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즐거운 확신 하나를 얻게 되었다. 오래 된 삶의 체험을 통하여, 우리는 조금만 이야기 하면, 온 생애를 통해 감지한 어떤 축적된 경험이 자동적으로 발동하여, 아주 쉽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볼 수 있는 혜안을 얻게 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사회적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하는 제 2의 인생에서 나이와 함께 세상과의 불화, 가까운 사람과의 불화에서 자유로워지기를, 그리하여 마음의 평화와 고요한 기쁨을 얻을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부산일보/대구 매일신문 게재 원고, 6월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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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
2010.06.28 10:27:52 *.219.138.90
부모님과의 사이에서는 그리고 저의 형제와의 사이에서는 큰 불화 없이 살았습니다. 그러나 남편과 결혼을 하면서 나와는 무관한 관계로 인해 그 불똥이 저에게까지 미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돈고생보다 마음고생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편한 마음자리가 언제 고요해 질지는 알수없습니다. 정말이지 죽어 버릴것 같은 무서운 두려움이 밀려올 만큼 숨은 쉬지만 내 육체가 굳어 버린 것 같은 현상이 찾아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대로 그림자처럼 살수는 없다라는 생각과 정말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입을 통해 새어 나왔습니다. 그렇게라도 다시 태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며 저는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의 새로운 탄생을 도운 이들이 그들인지도 모릅니다. 감사할 일이지요. 그리 생각하며 기쁘게 이 삶을 받아 안고 나아가려 노력중입니다.^^

10대 풍광을 그린지가 오래입니다. 그때 그 장면들, 풍광들, 풍광처럼 이루어 진 일들이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많은 진화가 있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습니다.

10대 풍광, 버전 업을 시도해 보아야 겠습니다.~  사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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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6.28 16:49:19 *.197.63.9
페이스 팝콘의 <미래 생활 사전>을 읽으며 ,리뷰와 함께 예견해 볼 수 있었던 일들이 불과 몇 년 사이에 현실로 나타나네요. 변경연의 참여에 60대 이후의 꿈벗들이 쇄도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반가운 일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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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2010.07.01 15:36:47 *.106.111.211
우리는 늘 말을 한다,
용서하고 사랑해야 결국은 내 자신이 평온해 지는 것이라고....
그만큼..인간은 관계속에 존재하기에 그 관계에 흠집이 생기면 아파하고 괴로워한다.
그러면서도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고....그러기에 할 수 없다고 하며 괴로워 한다.
세상에 용서가 안되는 부분이 있을까?
그런데 하지 못함은 무엇때문일까?
자신을 내려 놓는것.....그것이 안되기 때문이 아닐까.....생각해보며 다시금 내 남은 인생의 빛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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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9 22:10:10 *.212.217.154

사람이 주는 감동이

삶의 참 맛중 으뜸이 아닐까 해요,

가까운 사이일 수록 그 맛을 잊지 않고

환기시켜주는것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늘 온라인으로 연결되어있기에

쉽게 연락하지 않는것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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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2 12:16:28 *.170.174.217

가까운 사이라고해서

굳이 감정을 따로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요?


가족이란 생물학적 유대감이

어떤 절대법칙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어색할 수 있지만,

부모, 형제, 가족을

한발 물러서서

하나의 인격으로 받아들인다면

또 다른 갈등의 실마리가 될수있지않을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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