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살아있는 조직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생명력을 끊임없이 재생시켜 가지 않으면 죽게 되어 있다. 살아있음의 증거는 성장이다. 따라서 기업 역시 성장할 때, 존속한다. 불멸의 기업들은 업종과 분야에 관계없이 몇가지 불멸 DNA를 조직 내에 장착해 가지고 있다.

첫 번 째 특성은 불멸의 기업은 대박을 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멸의 조직은 특별하거나 삼빡한 아이디어 하나로 운명을 결정하지 않는다. 아이디어와 함께 시작하고 아이디어와 함께 사멸하지 않는다. 시작은 평범할지 모르지만 거북이처럼 결코 중도에서 그만두지 않는다. 여러차례 어려움을 겪지만 죽지 않는다. 폭풍속의 마지막 잎새처럼 시장에 꼭 달라붙어 있다. 월마트는 가장 평범한 직종에서 가장 훌륭한 기업을 만들어 냈다. 유통이 유망사업 분야여서가 아니라 그 분야에서 가장 끈질기기 때문에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이다.

두번 째 특성은 불멸의 기업은 핵심 가치를 신봉한다는 점이다. 이익의 극대화는 주요 목표 중 하나일 뿐이다. 3M은 '개인의 창의력에 대한 존중'을 영원한 가치로 품고 있다. 노드스트롬은 '고객에 대한 최고의 봉사'를 핵심 가치로 가지고 있다. 핵심 가치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정말 그것을 가슴으로부터 믿고 있다는 점이다. 거의 종교적 수준으로 말이다. 핵심 가치는 수평선 위에 떠 있는 별처럼 결코 도달할 수 없으나 언제나 불멸 기업을 이끄는 등대다.

세 번 째 특성은 불멸의 기업들은 늘 자기 자신의 과거와 경쟁한다는 점이다. 경쟁자를 물리치고 승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를 혁신함으로써 오늘 보다 내일 나아지는 방법을 추구하다 보니 경쟁자를 멀리 떨어 뜨려 놓고 앞서 달리게 되는 것이다. 혁신과 성장, 이것을 매일 물어 봄으로써 100년 이상을 견뎌오는 것이다. 이들에게 '끊임없는 개선'이란 유행이 아니라 규율이며 생활 방식이다. 매리옷의 창립자와 그 아들은 자기 규율을 가장 값진 것으로 보았고, 그것 없이는 근성도 없으며, 근성 없이는 발전도 없다는 명료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네 번 째 특성은 불멸의 기업들은 모두 실험기업들이다. 크고 대담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모험정신과 삶의 흥분과 오기로 가득하다. 따라서 실험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수와 시행착오를 성공을 위해 당연한 연금술로 여긴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방황과 순례를 계속한다. 바로 그것이 생명체의 진화의 방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디즈니랜드는 꿈과 환상이었다. 그것은 당시 합리적이고 온당한 사업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실이 되었다. 실험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인류의 역사 자체가 증명한 가장 명료한 명제다.

다섯 번 째 특성은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적절하게 표현한대로 '그리고'(and)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적인 대극적 가치를 조직 속으로 이끌어 들여 융합과 통섭의 문화를 창조해 내는 것이 불멸기업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변함없는 핵심이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격심한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하지만 결코 단기적 업적 달성의 집요함도 잃지 않는다. 그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둘을 섞어 단순 평균을 유지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두 가지 대극적 가치를 버리지 않고, 섞어 새로운 내용물을 만들어 낸다. 마치 포도를 으깨 분쇄하고 즙을 내 포도즙을 만들어 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효하고 숙성시켜 고급 포도주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물리적 혼합이나 형태의 전환이 아니라 화학적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힘, 즉 신비한 '그리고' 문화를 주조해 낼 수 있는 힘이 바로 불멸의 기업의 생명력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또 하나. 그것은 조직이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멸의 기업은 사람을 대체가능한 부품으로 여기지 않는다. 온갖 어려움과 풍파 속에서도 불멸의 기업은 자신의 구성원들에 대한 존중과 의리를 잃지 않았다. 풍랑이 심할수록 사람들과 함께 항해해야한다는 것을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언제나 '우리가 함께 해냈구나' 라고 외치게 만들었다.

(불멸 기업의 조건 , '이코노믹 리뷰를 위한 기고문' , 2011년 5월 1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