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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6일 13시 14분 등록

연말정산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책정된 세금이 과했는지에 대한 지표가 되기도 하지만, 13번째 월급이라 유리지갑을 가진 저같은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연말정산 내역을 작성하다보니, 아끼면서 산다고 했음에도 꽤나 많은 돈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허튼 소비는 없어 다행입니다.

 

저는 회사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2004년에는 연말정산 시스템을 변화된 세법에 따라 업그레이드 했었습니다. 작년 초 부서 이동이 없었다면, 연말정산을 다시 했을 겁니다. 부서 이동 직전까지 연말정산과 관련된 교육도 2번이나 받았습니다. 국세청에서 주관하는 교육은 수박 겉핥기지만 교육은 교육인지라, 배우고 오는게 많았습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지만, 세무 공무원이 흘린 노력의 흔적은 찾아내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교육 도중에 쓸데없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연말정산을 위해 투입되는 노력이 얼마나 될지를 말입니다. 매년 변경된 연말정산을 위해 회사별로 적게는 1명, 많게는 수십명이 교육을 들어야 하고 시스템을 변경해야 합니다. 비싼 유료 교육을 듣기까지해야 복잡하기 그지없는 연말정산 실무를 할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연말정산을 위해 소요되는 기업의 인건비와 시간, 노력을 합친 만큼과 이미 제공하고 있는 연말정산 간소화에 조금의 공수를 들여 서비스로 제공할 경우의 비용을 계산해 보면 어떤 쪽이 더 좋을까요?
제 엉뚱한 생각으로는 의심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의 법인 기업의 수는 5만개를 족히 넘을 겁니다. 연말정산에 한 기업당 1명씩만 투입된다고 가정하고, 1인당 인건비를 5만원, 한 달정도는 족히 시간을 들여야 하니, 곱해보면 5천억원이 들어 갑니다.
이에 반해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내가 속한 회사를 추가만 하면 큰 무리없이 기업별로 연말정산을 마무리 할 수 있는 비용은 얼마가 들까요? 많이 들면, 50억 정도일 겁니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추가적인 내용이 얼마나 들어갈지는 모르지만, 이미 구축된 시스템이기 때문에 큰 비용이 들지는 않을거라 생각 됩니다. 게다가 제가 생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매년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의 수정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이미 있었기에 낭비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 합니다.

방식과 기술적인 부분은 문제가 없습니다. 패키지 형태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도 되구요. 기존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해도 상관 없습니다. 특정 기업의 소프트웨어 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이 있다면, 오픈 소스의 기술만 이용해도 좋습니다. 연말정산 컨설팅만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은 없을테고, 정부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컨설팅을 받을 기업은 다 받습니다. 연말정산의 목적 중 하나는 기업이나 개인이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에 대한 기준을 만들기도 한다고 합니다. 세금 징수의 취지라면, 더욱더 정부에서 서비스를 제공할만한 가치는 제공한다고 생각 합니다. 엉뚱하기만한 생각은 아닙니다. 실질적인 비용의 효과도 있고 쓸데없는 낭비를 줄이는 효과도 있을거라 생각 합니다.

 

지난 구정같은 경우 월요일이 설날이라 차례 지내고 귀경하는 차량 행렬은 끝이 없었습니다. 차량행렬이 앞차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리며 쏟아내는 기름값이 더 들까요? 수요일까지 연휴를 늘려 여휴있게 고향도 다녀오고 처가집도 다녀오게 하는 대신 기업이 하루 더 쉬는 비용이 더 들까요? 수요일까지 연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생각했습니다. 기업에서는 연차를 쓰라도 독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하는 직장인의 비율이 얼마나 될지 궁금 합니다.

 

갑론을박의 여지는 있지만, 이런 상상들이 소통을 만들어 냅니다. 소통은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에게 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소통이 작게나마 이루어진다면, 13번째가 아닌 14번째 월급을 받고도 더 소중한 걸 얻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은 상상으로 즐거운 하루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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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7 09:44:58 *.180.232.11

연휴를 늘이면 비용은 많이 들지만, 삶은 더 여유가 있겠지요.

14번째의 월급까지 볼수 있는 깊고맑은눈의 내공이 부럽습니다. 내일이면 주말입니다. 잘 보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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