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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0일 09시 08분 등록

여느 해와 다르지 않은 일상의 연속이지만 서른 일곱번째 봄은 왜이리 설레는지 모르겠습니다. 역마살이라도 제게 왔으면 하는 바램까지 들게 합니다. 꽃도 이쁘고 푸르러지는 나무도 그러하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도 이쁩니다.

 

오월에는 춥지도 덥지도 않아 야외 행사를 많이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움직이기 힘들다는 예비군 훈련도 5월에 집중되어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많은 야외행사가 있을지 궁금해지기까지 합니다. 답답한 실내에 있기 아까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야유회나 체육대회를 노동절을 시작으로 5월에 많이 합니다. 예전에야 온종일 달리기, 축구, 줄다리기 등등 체육활동으로 시간을 보냈지만 요새는 부서별 장기자랑이 메인 이벤트로 치뤄집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 아시죠? 아이보다 더 놀라운 변화가 불었습니다. 우리 선배들이 달라졌어요라고 해야 할까요. 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마흔을 넘은 차, 부장급 13명이 장기자랑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선배들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시죠...'라는 아무 뜻없이 던진 한마디에 사고가 터진 겁니다. 팀장들의 긴급 회의가 열렸고, 회의는 보통 1시간 이상해야 하는게 정상처럼 느껴지는데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모든게 결정 났습니다. 의욕이 너무 앞서 결정한 탓인지 13명의 전사 중 막내도 마흔을 한참이나 넘었기에 걱정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걱정이고 몸이 따라 줄지도 걱정이었습니다. 주위에서 들리는 얘기는 주책은 기본이고 노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과 두 바퀴를 돈 띠동갑이 계실 정도니 그런 말이 나올 수 있겠죠.

 

제가 좋아하는 선배에게 조언을 구해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춤 추기가 가능한 라인댄스로 장르를 결정했고 Go Greased Lightning이라는 음악에 맞춘 안무 영상을 배포한 다음 날 13명의 전사가 연습실에 모였습니다. 예상대로 몸은 따라주지 않았고 한 곡의 음악이 끝나기도 전에 관절꺾는 소리와 고통의 몸부림이 들렸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가짐과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느끼게 하는 결과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해보겠다는 의욕, 진지한 표정, 수 많은 땀방울..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자 아이돌만큼은 아니지만 멋진 군무가 완성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주제로 서로 대화하고 상의하고 자주 틀리거나 헤깔리는 부분은 쉬는 시간까지도 그들을 막지 못했습니다. 더욱 놀라운건 그들 스스로 이 순간을 즐기기 시작하니 사역이 아닌 재미있는 놀이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불가능하게 보였던 목표는 이미 넘어섰고 이제는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상상하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일상에 지쳐 중력의 강력한 힘에 종속적이던 그들의 입꼬리가 올라간건 이미 오래 전 일입니다.

 

이번 주말에 그들의 노력이 결판납니다. 장기자랑에서 끼많은 친구들과 경쟁해야 하지만 13명의 전사들의 과정을 전부 지켜 본 제게는 이미 1등입니다. 제 눈앞에는 영화 '시스터 액트2' '즐거운 인생'이 그대로 흐르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무료한 일상에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은 없습니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13명의 전사들에게 박수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멋진 선배들입니다.

IP *.242.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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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6 05:27:01 *.116.111.105

부장급 중년 전사 13명의 도전을 응원 하겠습니다. 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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