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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꿈벗

‘나를

2012년 2월 12일 21시 14분 등록

<월요편지- 인디언의 지혜>

 

  저를 부르는 많은 별명들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고등어’입니다. 고등어는 갈치와 더불어 성격이 가장 급한 물고기입니다. 성격이 너무 급한 나머지 물위로 올라와서 얼마 안 있다가 자기 분에 못 이겨 죽어버립니다. . 제가 외모는 차분?^^;하게 생겼어도 의외로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입니다. 생각하기도 전에 행동을 해버리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저의 와이프가 오죽하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행동하고 생각이 어느 정도 맞추었으면 좋겠다고 푸념?하기도 합니다. 벌써 일은 저지러놓고, 한참 뒤에 생각이 따라와서 수습하기에 바쁜 적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여기에 딸린 애피소드를 이야기 할려고 하는데,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고민되네요.^^; 일단 가장 최근의 사건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번 주에 저희 꿈벗에서 충북 괴산에 1박 2일로 놀러를 갔습니다. 저는 이쪽에 얼떨결에 ‘홍보&조직’이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재무담당 누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30인분 정도의 술 및 안주 장을 봐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무생각 없이, 제가 시간이 많이 남으니, 제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2주전에도 10인분의 장을 본 경험이 있어서, 그냥 좀 더 많이 사가면 되겠지 가벼운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출발 2틀전에 기획담당 형님과 통화를 하다가, 와인을 20만원치 정도 사가야 되는데, 와인 셀렉이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는 예전에 한 기관에서 와인과 커피를 정식적으로 배웠던 지라, 그렇게 고민이 되면 제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와인은 천차만별이라서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와인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토요일날 1박2일로 꿈벗모임을 가기전, 금요일 저녁에 집근처 홈플러스에 갔습니다. 30인분 정도의 먹거리와 술등을 생각하고 장을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카트가 금세 채워졌습니다. 술 좀 구입하고 안주 구입하니, 두 번째 카트도 이내 채워졌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제가 혼자 장을 보러 왔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막심(後悔莫甚)이었습니다. 와인과 이것저것을 다 구입하니 총 3카트가 나왔습니다. 마트에 사람들이 제일 붐빈다는 금요일 저녁, 혼자 카트 3개의 장을 보았습니다. 뒤에 사람들 눈치를 보면서, 계산을 하고 차에 장본 것들을 실었습니다. 지상1층에서 지하 3층까지 총 3번을 왔다 갔다 하였습니다. 트렁크 포함 뒷좌석까지 꾸역꾸역 30인분의 식량을 실고 나니 마트 온지 시간은 벌써 3시간이 넘어가고 있었고, 몸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혼자 중얼중얼 ‘내가 미쳤지..미쳤어...’하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가서 바로 뻗었습니다.

 

 

  토요일 당일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전신이 쑤시기 시작하였습니다. 몸에 열도 있어서, 가까운 의원에 급히 가보니, 감기몸살이라고 했습니다. 열은 39‘까지 오르고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제가 판교에 있는 꿈벗 사무국장, 재무담당님을 픽업해서 함께 카풀하기로 했었습니다. 일단 약을 강하게 먹고, 판교에 픽업하러 갔습니다. 일단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충북 괴산까지는 운전이 도저히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운전을 싫어하는 사무국장님이 제 차를 운전하여 괴산까지 힘들게 힘들게 내려갔습니다. (초반에 저의 차에 익숙해지느라 급브레이크를 몇 번 밞으셔서 재경누님은 놀라셨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 때는 약기운이 온 몸에 퍼져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ㅎㅡㅡ)

 

 

  충북 괴산에 도착해서 짐을 내리고, 저는 사무국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숙소로 들어가 바로 뻗었습니다. 한참을 자고 저녁때 되어서 일어나 꿈벗 모임 회의 좀 하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으면서 함께 술을 마셨는데, 이래저래 건배를 하다보니 약기운 + 술기운에 정신이 희미해져갔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되어 저녁 9시가 안되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원래 숙소까지는 제법 걸어야 되는데, 도저히 안되어서 근처 아무 방이나 들어갔습니다. 근데 그 방이 하필이면 자연메주를 숙성시키고 있는 방이었습니다. 다른 방을 찾을 힘도 없어서, 그냥 코를 막고 (어차피 감기몸살이라 코가 반쯤 막혀 있었습니다.ㅋ) 기절하듯이 잠을 청했습니다.

 

 

 

  상쾌한 아침이었습니다. 천연 메주가 가득한 황토방에서 푹 자서 그런지 몸이 상당히 괜찮아졌습니다. 모든 것이 좋은데, 제 몸에서 메주 냄새가 진동을 하였습니다.ㅋㅋ ㅠ 온몸을 깨끗이 씻고, 아침을 먹고 신나게 꿈벗 모임을 참석하였습니다. 물론 올라갈 때는 몸상태가 많이 회복된 제가 운전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즐겁게 올라갔습니다.

 

 

 

  이것은 저의 성격이 급한 ‘고등어’적 속성을 보여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반지하시절 연막탄 사건, 4시간 만에 집을 구입한 사건,(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제일 잘 나갈때 1시간에 6,000만원을 벌었는데, 저는 1시간당 1억을 써버림. 엄청 부모님께 욕 많이 먹음ㅡㅡ;;) 신혼 여행 때 잠시 경유지인 일본에서 경찰서 사건, 스리랑카 화장실 사건, 뉴질랜드 번지 점프 사건 (3층 높이의 강 절벽에서 다이빙 내기를 해서 병원에 3주간 입원함) 등등....제가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운 황당한 사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아는 한 지인께서 저의 급한 성격에 대해 잘 알고 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인디언들은 달리기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들의 달리기 실력은 오늘날의 마라톤 선수들을 능가할 정도였다고 하지요. 만화영화 '포카혼타스'에서도 포카혼타스를 호위하는 전사 우타마토마킨은 차를 타지 않고 언제나 달립니다. 그것이 편하기 때문이지요. 19세기 중엽, 라코타족의 대추장이었던 외뿔 또한 달리기 선수로 유명합니다. 그리스 조각보다도 얼굴의 윤곽이 더 뚜렷한 그는 달리기에 관한 한, 그를 능가할 사람이 없었다고 하지요. 이런 달리기의 달인인 인디언들도 어느 정도 달리고 나면 뒤를 돌아보며 잠시 기다린다고 합니다. 무엇을 기다리냐면......‘자신의 영혼’이 따라오는 시간을 준다고 합니다.

 

 

  저는 ‘인디언의 지혜’ 이 이야기가 잊히지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빠르게 행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 실속 좀 차리고 때로는 ‘저의 생각’이 따라오기를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일요일 저녁.....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저녁입니다. ^^

 

 아래 사진은 냄새는 좀 그렇지만 정말 잘 잔  자연 메주황토방과 카트 3개분의 영수증 사진입니다. ㅋ ㅡㅡ;

 

 

 

 메주방.jpg

영수증.jpg

 

 

페이스북 <우리는 스토리다>에서  지금  신나는 10줄 스토리 경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http://www.facebook.com/#!/groups/275857992480051/

농악.jpg

IP *.94.15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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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3 09:04:12 *.180.231.45

재밌는 사연이 많은 착한 새산님

인디언지혜를 몸에 익히면 좋은 결과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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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3 10:51:53 *.216.25.172

니가 진짜 리얼스토리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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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5 14:48:03 *.21.31.72

아직도 너에게 들을 이야기가 많구나.. 형에게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들을 꼭 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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