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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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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7일 01시 57분 등록

오랜만에 아이들과 극장엘 갔다.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했다. 로얄 알버트 홀의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공연을 녹화한 것이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등장을 시작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장면은 경매장면이다. 경쾌하고 잔잔한 멜로디와 함께 페르시아 제복을 입고 심벌즈를 치는 원숭이가 경매에 나온다. 늙은 라울이 흠잡을 데 없는 이 원숭이 인형을 가져간다. 다음으로 샹들리에가 경매로 나온다. 현대식 조명으로 수리를 마친 샹들리에가 불이 켜지면서 이야기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고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멋진 조각품들이 조명 빛을 받으며 위로 솟아오르는 장면에서 전율이 느껴졌다. 배우들의 말이 멜로디를 타고 전해진다. 장면과 쌍둥이 같은 멜로디가 연주된다. 장면의 분위기를 음악 속에서 느낄 수 있고 인물들의 감정을 표정, 동작, 목소리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크리스틴을 맡은 여배우의 연기는 호흡을 멎게 할 정도로 완벽했다. 하나하나가 살아 있어 전체 속에서 빛났다.

 

뮤지컬 속 핵심인물은 라울, 크리스틴, 오페라의 유령 3명이다. 세 인물 모두에게서 나를 볼 수 있었다. 내가 라울이면서 크리스틴이고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라울과 오페라의 유령 모두 크리스틴을 사랑한다. 라울에게 크리스틴은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인이다. 오페라의 유령에게 크리스틴은 자기 꿈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존재이다.

 

오페라의 유령의 꿈은 무엇일까? 그의 꿈을 알려면 오페라의 유령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해야 한다. 그는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가면을 쓰고 어둠속 깊은 곳으로 숨어 들어갔다. 그가 가면 아래에 숨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뿐일까? 가면 아래 숨기고 있는 것의 실재는 뒤틀리고 일그러진 마음이었다. 온전치 못한 그의 마음은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인해 세상에서 버림받고 자기 자신에게도 받아들여지지 못한데서 기인했다. 한 마디로 왕따네! 자신으로부터 세상으로부터.

 

오페라의 유령은 어두운 밤의 세계에 숨어 있었지만 그도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고 사랑받고 싶은 욕망을,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욕망을 지닌 인간이었다. 하지만 자신 스스로도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으므로 가면을 쓴 채 크리스틴에게 마음을 쏟고 자신의 음악을 가르쳤다. 아름다운 음악에 이끌려 한 발 한 발 다가간 크리스틴은 순전한 호기심에 오페라 유령의 가면을 벗기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겐 아주 비밀스런 것도 드러나는 것일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정말 피하고 싶은 상황에서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은 용기를 요구한다. 크리스틴의 오페라 유령과의 입맞춤은 그냥 가식적인 척하는 입맞춤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실한 사랑에서 나오는 입맞춤이었고  마음의 벽을 무너뜨린다. 자기가 간절히 원하는 크리스틴에게 받아들여지는 순간 그의 뒤틀리고 포악한 마음이 환희 속에 무너져 내렸다.

 

어떻게 크리스틴은 도망가고자 했던 괴물 같은 오페라의 유령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었을까?

 나는 크리스틴이 아버지의 묘에 찾아가서 아버지를 회상하며 부르는 노래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의 가사 속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Too many years fighting back tears   많은 세월을 눈물로 지새웠는데도

Why can't the past just die?   왜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   당신이 어떻게든 다시 이곳에 계셨으면 해요

Knowing we must say goodbye   우리가 작별을 고해야 함을 알지만.

Try to forgive, teach me to live    용서하기를 시도하고 내게 살아가는 것을 가르쳐 주시고

Give me the strength to try    내게 시도할 수 있는 힘을 주세요.

 

No more memories, no more silent tears   더 이상의 기억들, 더 이상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없어요.

No more gazing across the wasted years    더 이상 헛되이 보낸 날들을 돌아보지도 않아요.

Help me say goodbye    내가 이 모든 것들과 작별하게 도와주세요.

 

나 아닌 모든 것들과 작별하게 도와달라는 간절함 속에 크리스틴은 진정한 사랑을 품을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이 장면과 노래는 내게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했다. 나는 사람들을 차별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러 그러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난다. 수준있어야지, 세련되야지, 음식은 맛보다 모양이 중요하지 등등.  조건과 기대를 버린다고 해놓고 아직도 많이 가지고 있다. 조건과 기대 속에 사는 나날이 헛되이 보내고 있는 나날이다. 오늘 하루 삶 중 마음에 드는 절반만 받아들이고 절반은 싫다고 거들 떠 보지도 않는다. 절름발이 삶이다. 똑바로 보고 똑바로 걷고 싶다. 이 밤! 절름발이 삶과 작별하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사랑하여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게 되록 기도한다.

 

 

 

IP *.10.109.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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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7 05:51:11 *.10.140.146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아주 큰 욕망을 마음에 품으셨군요.

이미 돌아보실 줄 아는 눈을 가지신 님께서

그 욕망 이루실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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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9 13:33:15 *.180.230.167

꿈을 가진이가 진실로 원하노니, 세상 만물을 자신의 꿈으로 연계하여 이해하는 놀라운 감성을 갖게 되죠.

어느 것 한 가지가 꿈으로 표현되지 않고, 또 이해되지 않는 것이 없답니다. 영화가 아주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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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9 20:49:23 *.94.155.85

오페라 유령을 통한 삶의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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