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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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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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4일 09시 45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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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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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지난 여름 아이학교에서 아빠와 아이와 함께 책도 읽고 싸가지고 간 간식도 나눠먹고 놀이도 하고 그림도 함께 그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마지막 순서가 아이와 함께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는 순서였습니다. 소원을 담아서 봉숭아 물을 들였지요. 첫눈이 올 때까지 남아 있다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못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물을 들였으니 색이 바래서 없어지는 줄 알았었습니다. 손톱에 물을 들이고 기다려 보니 손톱의 색이 바래지는 것이 아니라 손톱이 자라나서 그렇게 되는 것인 줄 알게 되었습니다. 자주 바라보는 손톱이지만 그렇게 빨리 자라는 줄 실감하지 못했는데 봉숭아 물을 들인 손톱을 바라보니 이렇게 나의 몸이 빨리 바뀌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 바라보아도 그 차이를 알 수 없지만 그것이 자라고 있음을 생각했습니다.

 

첫눈이 오기 전까지 손톱을 자르지 않고 길렀습니다. 아이와 함께 한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어제 첫눈이 비와 함께 내렸습니다. 또 내일도 눈 소식이 있습니다.

 

첫눈을 기다리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참으로 힘든 것 같습니다. 근래에 학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게 됩니다. 우리 세대가 살았던 학교와 많이 달라져 있는 학교를 보았습니다. 그러한 학교 시스템을 만든 것도 우리 세대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이 많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하기는 학생들만 아픈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만나는 많은 우리들 또한 아파하고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그 중 하나가 너무 빨라진 속도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요일 SBS의 다큐에서는 극단의 예화이기는 하지만 11년 선행학습을 하는 아이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11년 선행학습이라면 초등학교 1학년이 고등학교 2학년 학력고사 기출문제를 푸는 이야기입니다. 집의 큰 아이가 중 1인데 요즘 중학교 2학년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복습이 중요하지 선행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아내가 이것은 선행도 아니라고 이야기 하고는 합니다. 참으로 이상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북한이 했다는 속도전인지 뭔지 보다 더 지독한 속도전에 엄청난 에너지(돈, 시간)을 낭비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효과가 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다른 집 아이보다 빨리 가도록 하기 위하여 내 집 아이를 속도 경쟁에 밀어넣고 있습니다.

 

이러한 속도 경쟁의 세상에서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집의 아이들도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생각 같아서는 내가 그 아픔을 대신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늘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 아이를 위하는 것일까? 아이들이 아파할 때 마다 내가 대신 아프다면 아이들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내가 대신 아프거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결국 제가 내릴 수 밖에 없는 결론은 아이들을 믿고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기다려주는 것 그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야겠습니다.

 

 

기다리지 않는 자들은

어리석다고 아버지는 사과나무 아래에서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심은 사과 나무 아래에서

넌 기다려 보았느냐. 사과나무는 병들었다.

사과나무는 철도 없이

꽃을 피우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사과꽃이 피었으니

사과나무 아래에서 그늘과 양지가

하루에 몇 번씩 바뀌는 지 헤아리며

기다려라. 꽃은 바람에 이내 진다.

기다리면 꽃을 떨어뜨린 그 바람이

사과를 키우고 햇빛에 벌겋게 달구어

사과를 익혀내는 것도 보리라.

 

(장석주 사과나무 밑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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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6 10:52:15 *.41.83.203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큰학교에 가기 전까지의 학교 생활은 다양한 방면의 체험학습 위주로, 대화가 있는 공부가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요.

입시 위주의 병폐교육이 바뀔려면 아주 많은 시간이 더 지나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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