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나를

꿈벗

‘나를

2012년 11월 20일 16시 27분 등록

지난 주말 막내 아이의 학교에서 주관하는 아버지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5주 과정인데 처음 시작하는 날이었습니다. 강의장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자녀들을 둔 사람들이었으니 30대 후반에서 40대의 아버지들이었습니다.

 

강사 선생님들의 인사가 끝나고 참가한 사람들끼리 인사를 하였습니다. 조금 있다가 아이들 학교의 교장 선생님께서 오셔서 인사 말씀을 하셨습니다. 녹음을 하지 않았기에 기억나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기다림과 내려놓음에 대한 말씀이 머리에 남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꾸만 더 하라고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는 말씀이었습니다.

 

수업이 시작되어 여러 가지 과제들을 수행하는데 아버지하면 떠오르는 단어에 대하여 적어보라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긍정적인 단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마흔즈음에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구본형선생님을 만나고 나를 만나고 아버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아버지를 넘어섰다고 자신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여전히 아버지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은 부정적이었고 마음은 그리 평온하지 못하였습니다. 한 번만 넘어서면 끝인줄 알았는데 어쩌면 평생을 안고 가야할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기억 속에서 아버지의 기억들 사이를 여행하면서 긍정의 메시지를 찾아보려고 노력을 해 보았습니다. 몇 가지 기억들이 좋은 쪽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다음의 과제는 스스로 채점하는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아버지인가를 체크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평가해 보니 점수가 60점 나왔습니다. 풀이에는 노력형이라고 나와 있고 100점 만점에 60점이니 낙제를 면한 수준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나에게 내린 평가와 아이들이 나에 대하여 평가 그리고 아내가 하는 평가가 같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되어 아내와 아이들에게 같은 것을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그리고 아내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아내의 평가는 67, 첫째 아이는 55점 그리고 막내는 50점으로 평가했습니다. 나보다 후하게 평가해준 아내가 고맙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좋게 생각되는 것도 아이들의 눈에는 별로일 수 있으니까 말이지요. 어른의 눈높이와 아이들의 눈높이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과 제가 살아왔던 세상은 다르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아왔던 방식을 아이들에게 강요할 때가 참 많습니다. 나의 경험이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그다지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헤쳐나가야 하는 많은 일들을 대신 해 주고 싶을 때가 많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때로는 아이들을 키운다고 생각을 하지만 아이들은 계속 저에게 질문을 던져주는 존재인 것 갈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키워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삶이 제게 던지는 질문들로 내 삶이 달라지고 내 생각이 익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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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1 05:13:49 *.41.83.203

힘내세요. 후하게 평가해주는 아내 덕분에 힘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아버지 학교라, 저도 두 아이의 아버지로 한 번 해보고 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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