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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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왕국 중독증 – 이면우
TV 모니터 속에서 사자가 사슴을 먹고 있다.
바로 직전까지 도망치는 사슴을 사자가 쫒아 다녔다.
나는 사슴이 사자 속으로 벌겋게 들어가는 걸 본다
아니 저런, 꼭 제집 대문 들어가듯 하네 입이 문이면
송곳니는 어서 들어가자고 등 떠미는 다정한 손
아니지 지금 사슴이 사자로 변하는 중이잖아
서로 꽉 붙들렸으니 영락없는 한몸뚱어리지
그렇게 한 순간 죽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돌연한 느낌에 사로 잡혔다. 핏빛
하늘 아래 사반나의 황혼 장엄하다
어린 사슴 따뜻한 사자 뱃속에 들어간 황혼을 탁 끄고
냉장고 열어 내용물 환히 비치는 유리 그릇들
어둑한 식탁위에 늘어놓다가 그 차가움에 감전되듯
사슴이 사자에게 잡아먹힌 저녁의 정체를 비로소
등줄기로 부르르 떨었다.
휴일에 동물의 세계에 대한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들을 보았지요. 때로는 약한자가 그 속에서 암놈을 차지하기 위해 힘 센놈을 기망하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집단을 위해 천장에 매달리어 스스로의 몸에 꿀(?)을 저장하는 꿀단지 개미도 보았지요. 죽어서 떠밀려 온 고래를 뜯어먹는 곰들도 보았습니다.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그러나 모두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의 힘겨운 몸부림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것을 보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라는 것이 기존에 누군가 말해 주었거나 아니면 어디에선가 스스로 읽어서 머리속에 들어온 생각들을 더 확고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갈은 것을 보면서도 그 절묘함에 신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게 힘들게 신이 만들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늘의 달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별을 바라보면서도 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하늘의 아름다움을 보고 신의 존재를 느끼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저 큰 우주에서 지구의 위치를 생각해 보고 지구가 중심이 아님을 느끼고 신의 부재를 느끼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치이야기도 마찬가지고 종교 이야기도 마찬가지고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책을 읽어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머리속에 만들어진 선입관으로 미리 판단을 해서 귀를 닫고 눈을 닫아버리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번 가을에는 저의 지경을 넓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조금 더 포용하고 자기것을 내려놓고 좀 더 생각을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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