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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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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2012년 4월 3일 07시 13분 등록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았는데 갑자기 잔인한 사월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왜 잔인한 사월이지 하는 생각이 떠올라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T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가 나오네요. 그리고 오늘 수십년 전 제주도에서는 바로 오늘 이념을 핑계로 민간인들이 죽게 되는 일이 있었지요. 그러다가 유사 이래 어느 날이라고 억울한 죽음이 없었을까 하는 질문을 저에게 던졌습니다. 거시적 관점에서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 자신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죽은 모든 죽음이 억울한 죽음일 것이고 그것이 꽃 피고 지는 사월이라면 더 잔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다른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를 한 마리 기르게 되었습니다. 지금 집으로 이사를 할 때 집주인이 강아지를 키우는지 안 키우는지 물어보면서 동물을 기르지 못하게 했습니다. 아이에게 다른 집에 주려고 했더니 아이가 울고 불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집주인에게 거짓말을 하고 키우고 있었습니다.

 

이 강아지가 다른 것은 다 좋은데 배변훈련이 안되어서 똥을 아무데나 싸고 똥을 밟고 다니고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좋아하니 그냥 참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데 갈수록 참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결국에는 저놈의 자식 그냥 독약을 줘서 죽여버릴까 하는 못 된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저 자신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면서 저 자신이 이런 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런 자신의 모습을 숨기려고 하고 저를 바꾸려고 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지찔한 모습 그것 또한 저 자신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저 강아지에게 어울리는 다른 곳을 찾아보자. 같이 있는 것은 저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회사에서 커피타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후배 한 명이 자신의 고향 아버님이 밖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으니까 더 키우실 수 있는지 알아보시겠다고 했습니다. 똥오줌을 못가리니까 안에서는 못키우고 밖에서 키울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날 저녁 전화가 와서 데려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주에 몇 년을 키우던 강아지를 다른 집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의 사랑의 능력이 크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풀과 나무를 좋아한다는 것도 실은 내가 어떻게 해도 상대방은 아무 반응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더 나아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저는 저에게 부족한 무엇을 더해가는 과정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면도 있지만 꿈을 이루는 과정은 자신에게 붙어있는 자신이 아닌 것을 덜어내는 과정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솔직하게 되면 우선 마음이 편해지고 운이 좋으면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도움을 받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에게 솔직하게 되면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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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3 18:31:36 *.227.187.130

글이 너무 좋으네요.  저도  불과 몇 년전에 알았거든요. 더해가고, 덜어내고 나면 내려놓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신인생의  디자인 스케치는 쉬울지 몰라도 그 디자인의 완성과정은 무지 힘드네요.         항상 좋은일 있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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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4 06:58:30 *.10.140.146

과찬의 말씀 감사히 받습니다. 그리고 아이디가 참 아름다우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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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4 05:51:15 *.116.111.110

자신이 아닌 것을 덜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저는 몰랐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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