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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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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0일 07시 43분 등록

작년 1월부터 나를 찾아 떠나는 독서여행라는 이름으로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10명 정도가 함께 했다. 1년 동안 한 달에 두 번씩 만나 자신이 써 온 소감을 나누고 중요한 질문에 대해 토의하면서 책의 핵심을 이해하고 삶에 변화를 만들어 간다. 독서모임에 자신감을 얻어 작년 2학기에는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자기혁명 프로젝트라는 강좌를 신청했고 독서모임 멤버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강좌가 개설되었다. 독서모임과 평생교육원 강좌는 2011년 나의 10대 풍광들이었다. 모임이 어느 정도 안정과 체계를 갖게 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는 멤버들의 생일을 기억하며 모임 때 준비한 케익에 촛불을 켜고 축하노래를 불러주는 간단한 축하행사를 했다.

 

평생교육원 강좌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는 박영준사장의 생일이 작년 12월이었다. 독서모임의 회장님이 박사장의 생일날 자신의 집에 몇 분을 초대해서 직접음식을 장만하여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독서모임의 회장님은 평생교육원 강좌에도 등록하여 참여하고 있었다. 박사장은 집밖에서 이처럼 뜻 깊은 생일상을 받아본 것이 처음이라고 하며 너무 좋아했다. 맛있는 음식. 달콤한 케익의 불꽃, 보이차의 향긋하고 깊은 맛,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들이 어우러져 행복한 시간이었다. 20121월 둘째 주부터 독서모임3기가 시작되었다. 멤버들은 평생교육원에서 만난 분들과 이분들 소개로 참여하게 된 분들로 구성되었다.

 

지난 주 목요일은 내 생일이었다. 독서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과 간단한 저녁식사를 계획했다. 생일이라고는 말하지 않고 그냥 저녁이나 함께 하자고 했다. 10명 정도가 OK했다. 메뉴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을 하다가 잡채와 닭도리탕을 주메뉴로 하고 감자부침개와 맛있는 김장 김치로 상을 차리기로 했다. 오전부터 준비하면 충분하리라 생각하고 아침에 미역국을 먹으며 집사람에게 말을 꺼냈다. 하지만 집사람의 입에서 나 오늘 오전에 산부인과에서 마취하고 수술하기로 되어있어.”라는 말이 들리는 순간 갑자기 막막해졌다. 집사람은 식사는 밖에서 하고 집에서는 차를 마시는게 어떠냐고 했다. 일단 그렇게 해보자고 했다. 집사람은 병원에 갔고 오후 3시 넘어서나 올 거라고 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 독서모임회장님께 전화를 했다.

 

회장님! 처음으로 사람들을 저의 집에 초대했는데 갑자기 식당으로 바꾸기가 참 거시기합니다. 뭐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잠시만 기다려 보라는 말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 청소와 음식을 나 혼자 준비 하기는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많은 무리가 될 텐데 어쩌지....  잠시 후 연락이 왔다. 3명의 여자선생님들이 음식을 만들기로 했으니 나는 재료를 준비해 주라고 했다. 이렇게 문제가 해결되다니 감사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거실청소부터 시작해서 화장실 청소까지 3시간 정도 대청소를 혼자하고 나니 온 몸이 뻐근했다. 그래도 내 손길에 깨끗해져가는 집안의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청소가 끝난 후 집사람은 3시경 집에 왔고 마취가 덜 풀려 어지러워서 가만히 누워있어야 했다. 집사람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준비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푹 쉬고 있으라 했다.

 

도움을 주기로 한 여신들은 5시경에 온다고 했다. 장을 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네. 처음으로 10명의 손님을 초대해서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이 정말 힘든 일임을 몸소 알게 되었다. 3꾸러미에 잔뜩 요리에 필요한 것들을 사가지고 왔다. 잠시 후 3여신의 등장과 함께 집안은 요리를 준비하는 냄새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음식을 만들어가는 3분의 손발이 척척 잘 맞아 떨어졌다. 우리 집 막내는 여럿이 모여 집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신기한 듯 즐거워했다. 7시가 되니 초대한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다. “교수님! 오늘 무슨 날입니까?” “생일을 빙자해 함께 모여 저녁을 먹고 싶었습니다.” "왜 생일이라고 말씀 안하셨나요?" 하면서도 몇 분이 맛있는 과일을 사오셨다.

 

모두 식탁에 둘러 앉았다. 온갖 재료가 어우러진 잡채의 쫄깃함이 일품이었다. 단호박과 고구마가 들어간 닭도리탕은 매콤하면서 달콤하여 모두 어떻게 만드냐고 비방을 꼭 좀 알려 달라고 아우성!

 

맛있고 즐거운 저녁을 먹고 케익에 불을 켜고 노래를 불렀다. 2기 회장이 직접 쓴 시 2편을 낭송했다. 2기 회장은 책을 읽고 감상문 대신 시를 써온다. 정말 시 한 수에 책 한권이 녹아들어가 있다. 그동안 써온 시들을 가지고 올해는 시인 등단을 계획하고 있다. 시 낭송을 한 후 교회 성가대에서 테너를 맞고 있는 김영식사장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테너 버전으로 불렀다. “난 이 노래를 로맨틱 버전으로 부르는데 테너 버전도 괜찮네. 우리는 같은 노래도 서로 다르게 부르지. 역시 우리는 서로 독특하게 달라. 이것이 삶의 모습 아니던가!”

 

구수하고 뜨거운 차를 마시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마무리했다. 작년 이 맘 때 시작했던 작은 불꽃이 계속 타오르고 있다니 감사했다. 1230분에야 모든 정리가 다 끝났다. 허리가 뻐근했다. 하지만 마음은 흐뭇했다. 우린 아름다운 저녁을 만들었다. 나 혼자 애쓰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수고할 때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배우는 날이었다. 이번 생일은 인생의 하프타임을 지나 새로운 시도였다.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랑하라는 성경말씀이 떠오른다. 그래 매일 매일을 오늘 생일처럼 살아가야겠다.

 

 

IP *.10.109.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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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0 23:59:21 *.10.140.146

매일 매일 생일이면

날마다 새롭게 태어난 것을 기념하실 수 있겠군요.

아내되시는 분께서도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명절 잘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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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2 19:55:20 *.40.198.120

글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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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3 04:20:12 *.152.83.92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저, 고민하나 있는데 들어주셔요.

지역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데 독서토론회 소모임이 지지부진하다고 올해부터 저보고 서포트를 좀 해달랍니다.

엉겁결에 그렇게 하겠다고 하긴 했어요.

문제는 그동안 제가 피주체로 참가하는 모임은 많았지만 적극적인 진행위주는 처음이라서...

책은 어떻게 선정하는지,

발표는 어떻게 하는지,

사후 카페같은 온라인공간을 활용하는지,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님께서 하고 계신 내용을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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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4 11:37:12 *.10.109.206

네, 명절을 서울에 상경에서 지내고 와서 답장이 늦었습니다.

책 선정은 사부님의 연구원 커리큘럼에서 가져온 책들과 제가 고심해 고른 책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전체 주제를 중심으로 개인의 성장과정에 따라 책의 순서를 배열했습니다.

발표는 책을 읽으면서 자신에게 다가오거나 떠오른 질문들을 적어두고

그 중 하나를 선택에 A4 한 장이내로 자기생각을 정리해 와서 발표합니다.

최종적으로 책의 전반적인 뼈대와 질문을 제가 던져 토의하고 마무리 합니다.

아직 온라인 활동은 없고 2월에 블로그 open 하려 합니다.

책 목록 참고하시려면 멜로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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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4 07:59:37 *.180.232.58

'나를 찾아 떠나는 독서여행'으로 모임을 하고 계시는 군요. 영남 모임처럼 롱런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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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16:58:47 *.246.146.18

호오~ 효인의 등장이로다. ^^

좋은 글 기대하겠으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오~

아!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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