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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4일 19시 05분 등록

다들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모두들 가정에 건강과 웃음소리가 가득하기를 바라겠습니다. 귀경길이 길어 오늘 글이 늦어졌네요.

 

오늘은 제 세번째 키워드인 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제가 만나는 많은 분들이 저에게 물어보는 것중 하나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아마 저 또한 처음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이 하는 일인지 물어보게 됩니다. 아마도 그 사람의 직업을 아는 것이 그 사람을 아는 방법중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저는 저의 일을 남들에게 설명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만큼 아직 제 일에 대한 생각이 여물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학교 학부시절에 만난 교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지요.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을 넘어서면 일반사람에게 적절한 비유를 이용하여 아주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언어를 사용하기에 일반사람들은 그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자칭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전문가를 넘어서기는 고사하고 전문가의 수준에도 이르지 못했기에 설명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hex.jpg

 

위의 그림은 제가 좋아하는 툴을 실행한 모습인데 수많은 숫자가 보이실 것입니다. 공각기동대(매트릭스의 원전이라고 할 수 있지요)의 인트로부분에 숫자가 흘러내리는 부분을 볼때의 그 황홀함을 저는 이런 숫자를 볼 때도 느낍니다. 이렇게 저는 이런 숫자들을 보면서 기계가 하는 말들을 듣는 것이 참 좋습니다. 기계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 때로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제 스스로 미쳐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컴퓨터는 디지털의 세계라서 0/1의 명백한 세계라고 생각을 하지만 오랫동안 일을 해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의 뇌도 사실은 디지털 시스템입니다. 신경의 입력시스템이 디지털이지요. 역치 아래의 자극은 OFF이고 역치 이상의 자극이어야만 ON이 되는 전형적인 디지털 시스템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디지털의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그 디지털이 만들어 내는 인간의 사고 시스템은 아날로그 세계와 같이 명백하지 않고 모호하기만 합니다. 컴퓨터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한 때는 결정론이 지배하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했으나 적절한 오류가 허용되는 그런 아날로그적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디지털이 펼쳐내는 아날로그의 세계가 참 좋습니다.

 

이와 같이 저의 강점중에 하나가 숫자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숫자로 표현되는 기계들의 언어에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원래 학부 전공은 회로를 설계하고 인두기를 들고 납땜을 하는 하드웨어에 가까웠습니다. 반면에 취미로 소프트웨어 쪽을 공부했습니다. 학교전산실에서 하루에 서너시간씩 보내기는 기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부 2학년이 되면서 대학원 실험실을 드나 들면서 그때만 해도 많이 보급되지 않았던 PC를 사용하여 틈틈이 프로그램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컴퓨터 언어를 배우게 되었지요. 컴퓨터 언어도 무엇을 배우고 다음에 무엇을 배워야지 하는 어떤 계획에 따라서 배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어떤 것을 배우다가 의문을 가지게 되고 그 의문을 풀 수 있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따라 하나 하나 배워나갔습니다. 그렇게 대학원을 마치고 회사에 취직을 하였을 때도 운이 좋아 우연치 않은 기회에 소프트웨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취미로 하던 일이 밥벌이가 되었지요. 밥벌이가 되어서도 그것이 밥벌이라는 생각보다는 취미처럼 일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어려운 있도 있었고 실수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일을 하는 순간은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또한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는 것 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새로운 문제에 도전할 때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시스템에 대한 경험이 많기에 그것이 또한 기회를 가져다 주고는 했습니다.

 

저를 조금 아시는 분들이 자영업을 하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아주 작은 업체에서 월급을 받아먹고 사는 사람일 뿐인데 말입니다. 아마도 제가 요즈음 들어 밥벌이를 위한 일과 시간의 균형에 대하여 늘 생각을 하고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닌지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요즘 저의 눈에 이런 글들이 많이 눈에 들어옵니다. 살기 위해서 돈을 버는 것인지 돈을 벌기 위해서 사는것인지 헷 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저 또한 먹고 사는 것을 초월한 사람이 아니며 밥벌이의 숭고함을 모르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일을 바라보기에는 인생이 너무나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다행히도 요 몇 년사이에 밥벌이와 상관없는 일 때로는 내 돈을 쓰는 일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밥벌이에만 목메지 않는 그런 삶을 영위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IP *.10.14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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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00:22:34 *.180.232.58

일부분 저와 공통 감각이 있는 동지를 만나서 반겁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세상을, 사람을 더 풍요롭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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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9 20:52:47 *.94.155.85

숫자에 잼뱅이인 저는 부럽습니다. 암튼 호식형님.. 다음주 토요일날 여우숲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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