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건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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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TV 북포럼에서(www.ustream.tv/channel/bookforum) 구본형 선생님의 추도방송을 하고 있다.
꿈벗 동기인 안철준님의 사회,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애제자 세 명, 문요한, 이선형, 홍승완 연구원들이 게스트로 출연하여
구선생님의 저작들을 되돌아보며 선생님의 뜻을 기리고 있다.
황망한 마음과 정신없는 일상을 핑계로 선생님을 기리는 글 한 자락 못남긴 것이 떠올랐다.
선생님을 보낸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 병상에 누워 제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시던 그 짧았던 시간이 그분을 뵌 마지막 시간이었다.
선생님 특유의 사슴같이 맑고 큰 눈은 기억 속에 선명한데, 왠지 병실 전체 장면은 뿌연 환상 속처럼 희미하다.
너무 쇠약해지셔서 말씀도 못하시면서도 마지막 인사를 나누려고 온 제자들 하나 하나와 다정한 눈빛을 마주치면서
웃어주시고 고개를 끄덕여주셨다.
"선생님. 저 *** 이예요."
그 많은 제자들 중 스치듯 지나간 나를 기억 못하실까봐 이름을 조용히 말씀드렸더니
'내가 왜 네 이름을 모르겠니?'라고 말씀하시는 듯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셨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방금 전에 들은 터라, 빨리 회복하시라는 간절한 희망의 말도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께 작별 인사를 드리려는 행렬이 내 뒤로도 수십 명이 넘게 늘어서 있어서 마음 마저 급해졌다.
잠시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다.... 선생님께 꼭 드려야 할 한 마디를 꺼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선생님을 만난지 5년. 나의 삶은 꾸준히 변했다.
오랜 시간 동안 페르소나에 갇혀있던 나의 그림자,진짜 자기를 찾아냈고,
하루 최소 1시간은 나다운 삶을 이루기 위한 변화와 성장을 향한 자기 수련의 시간을 가졌다.
오랜 시간 잊고 있던 글쓰기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고, 무엇이든 망설이지 않고 도전해보는 뱃심이 생겼다.
그런 선생님께 내가 드려야 할 한마디의 진심은 '감사합니다'라는 말로는 충분치 않았다.
'사랑합니다.'가 꼭 맞는 말이다.
돌아가시기 전에 그 말을 직접 드릴수 있어서 더 없이 다행이다.
좋아도 좋다는 표현을 잘 못하는 내 성격 탓에 여러 차례 선생님과 마주치는 기회에서도
저 멀리 뒤에 서서 바라만보며 쭈볏거리기만 했다.
선생님께 '싸부님, 싸부님'이라 부르면서 넉살좋게 다가가는 다른 사람들이 참 많이 부러웠다.
'아직 네가 준비가 덜 되었구나. 조금 더 회사를 다니는 게 좋겠구나'
연구원에 응시할까 말까 망설이던 내게 특유의 그윽한 목소리로 다독여주시던 기억이 떠오른다.
끝내 선생님의 연구원이자 애제자가 되지 못한 것이 뒤늦게 한이 된다.
그렇게, 가까이서 변경연의 연구원들처럼 선생님과 친숙하게 지내지 못했기에
내가 감히 선생님의 제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선생님의 마지막에 접하고 나니,
내가 부러워 마지 않던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그 분과 나 사이에도 있었구나 싶다.
정민 선생님이 쓰신 다산과 황상의 이야기 <삶을 바꾼 만남>을 몹시도 부러워했었는데,
둘다 지독한 내향형인 나와 구선생님 사이에 구구절절하고 끈끈한 스파크야 없었다지만
'진짜 내 인생'의 시작점이 바로 구선생님과의 만남이었으니, 내게는 그 분과의 만남이 바로 <삶을 바꾼 만남>인 셈이다.
틀어놓은 인터넷 생방송에서 연구원들과 여행을 가셨던 구선생님의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나오고 있다.
오랫만에 낮고 그윽한 그 분의 육성을 들으니, 그리움이 왈칵 몰려온다.
목구멍이,
와락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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