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제
- 조회 수 5715
- 댓글 수 0
- 추천 수 0
● 세상과의 거리
세상의 인정을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마라. 세상이 나에게 기대하도록 허
락하지도 마라. 세상의 인정을 구하다 보면 정신은 비루해지고, 나의 자
유는 얽매일 것이며, 나는 그들의 기대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직 자신
에게 약속한 것을 스스로 행할 수 있도록 회초리를 들고 다그쳐야 한다.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남에게 바라는 것이 많으면 서운한 것도 많아진다. 나를 위해 타
인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그를 위해 존재하고 나는 나를 위
해 살아간다. 한없이 너그러운 사람도, 한없이 베푸는 사람도 없다.
나에게 고마운 사람이 가장 무서운 사람이다.
빚진 것이 있으면 갚아야 하고, 맺힌 것이 있으면 풀어야 한다.
사부는 옛말을 인용하며 “다른 사람의 옷을 얻어 입으면 그 사람
의 우환을 가져야 하며, 다른 사람의 밥을 얻어먹으면 자신의 목숨
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
키스의 묘비명에는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라는 글이 있다.
자유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바라는 것이 없
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
● 유머 책
유머란 나와 나에게 닥친 사건을 분리시켜 인지함으로써 웃어줄 수 있
는 힘을 얻는 것이다.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유
머를 즐기는 사람이다. 삶에 대해 웃어주자. 웃음으로 나를 탐구하자.
《나에게서 구하라》
연구원들과 책을 같이 쓰기 위해 지리산에 갔다. 사부와 나는 같
은 방을 썼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사부가 먼저 물었다.
“유머 책을 읽으면 유머를 할 수 있나?”
나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안 됩니다. 그런 책은 없습니다.”
사부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말했다.
“유머 책을 한 번 써봐.”
평소 사부의 말을 잘 받아들였지만 그 말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
아 일단 도망쳤다.
“안 됩니다. 수영교본을 읽는다고 수영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어당팔은 할 수 있을 거야.”
“…….”
평소 농담을 잘 하지 않는 사부가 그런 말을 하니 나도 다시 생각
해보게 되었다. 한참 생각 후 말했다.
“예,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사부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생각할 것 없이 바로 시작해. 가장 어당팔다운 책을 한번 써봐.”
“예.”
이렇게 해서 1년 후에 나온 책이 《유머 사용 설명서》다. 사부 덕
분에 유머에 대한 공부가 많이 되었고 또 하나의 세계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