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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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진지한 사람
저는 끊임없이 의미를 찾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책을 쓸 수 있습니다. 그
러다 보니 너무 진지해 보이지요. 늘 진지한 사람은 지루하잖아요. 진실
을 전달하는 방법이 늘 진지해서도 안 되구요. 그래서 우선 많이 웃으려고 합니다.
남을 웃길 수는 없으니까 남이 우스운 말을 하면 많이 웃으려고 합니다.
《일상의 황홀》
내가 사부보다 나은 것이 한 가지 있다. 유머다. 그래서 그가 나
에게 “유머 책을 써보라”고 한 것 같다.
사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당팔은 진지하게 말하는데도 사람들이 웃을 준비를 하고 있
다. 강사들은 일부러 웃기려고 해도 잘 안 되는데 이런 것은 굉장히
큰 재산이다.”
평소에 잘 느끼지는 못하지만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사부도 가끔 은근하게 웃긴다. 강의를 할 때 웃은 적이 몇 번 있
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경주에서 사부의 출판기념회 겸 꿈벗
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였다. 인사를 하고 난 뒤 “짜장면 맛있게
먹었으면 됐지 주방장은 왜 부르느냐?”고 하여 빵 터졌다.
그는 “유머를 잘 하는 것은 큰 자산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
은 아니다. 유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유머를 할 때 웃
어주는 것이다.” 라고 했다.
● 그날이 축제이기를
나는 내 마지막 날을 매우 유쾌하게 상상한다. 나는 그날이 축제이기를
바란다. 가장 유쾌하고 가장 시적이고 가장 많은 음악이 흐르고 내일을
위한 아무 걱정도 없는 축제를 떠올린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것은 단명한 것들
이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다 피워내는 몰입,
그리고 이내 사라지는 안타까움, 삶의 일회성이야말로 우리를 빛나게 한다. 언젠
가 나는 내 명함에 ‘변화경영의 시인’이라고 적어두려고 한다. 언제인지는 모른다.
어쩌면 그 이름은 내 묘비명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내 삶이 무수한 공명과 울림을
가진 한 편의 시이기를 바란다.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불꽃놀이에 환호하는 이유는 그 화려함과 짧은 순간의 아름다움
에 있다.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와 같다. 서울 하늘에 벚꽃이
절정을 이룰 때 사부는 영혼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 슬픈 소식만
없었다면 그해 봄도 아름다웠을 것이다.
사부는 자신의 마지막 날이 유쾌한 축제가 되길 바랐지만 그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우는 사람도 있었지만 좋은 분을 스승으로
모시고 배운 것을 위안으로 삼고 슬픔을 억누르는 사람이 더 많았
다. ‘10년만 더 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10년이나 배운 것
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오르는 슬픔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