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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2013년 12월 28일 06시 35분 등록
스승님, 
올해가 가고 있어요. 저는 겨울만 되면 조금 아파요. 견디기 힘든 추위에 움츠러 들고, 그렇게 움츠린만큼 작아지고 힘이 없어져요.
이제는 호주머니에 예전처럼 손을 못 뺄 정도로 움츠리지 않아요. 스승님 덕분에 제 주변에 사람이 많아졌어요.
밖에는 좀 덜 나가고 집안에서 이전에 써둔 글도 보고, 선생님 책도 좀 뒤적거리고, 올해에 했던 일도 정리해보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문득,
스승님과 함께 축제를 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내년에 무엇을 할까 하는 것에 환한 봄이 올 때, 그때 여기 변경연 홈페이지에서 다시한번 시로 노래하고 웃고, 울고, 떠들고 했으면 해요. 내 삶에 시 한 편을 올리며, 왜 그런 시를 좋아하는지를 얘기하며 어렸을 적 가장 친한 친구를 이야기하고, 내 힘들 시절을 같이해주었던 시를 이야기했던 그게 저는 좋았어요.

스승님과 같이있는 동안은 보는 것이 눈에 와 박히고, 노래가 감싸고, 먹는 것은 뭐든 맛있었어요.
챙피한 것도 많았지만, 그것도 금새 잊었지요. 스승님과 친구들이 있어서 계속 그 창피한 일을 하게 두지 않을 것 같아서 툴툴 털고 또 뭔가를 할 수 있었어요.

봄에 스승님과 함께 여길 시로 가득 채우고 싶어요.
인생을 시처럼 사셨던 스승님.
내일 만나는 게 설레어 밤잠을 설치게 했던 스승님,

사랑합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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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30 08:36:46 *.97.72.106

정화 마음, 우리 마음, 조금 높이 오르시어 별에서 우리를 비추는 스승님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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