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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 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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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일 09시 41분 등록

여기 하나의 시가 있다.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의 '이타카'라는 시다. 들어보자. 두꺼운 '오디세이아'의 교훈을 이렇게 몇 줄의 시로 멋지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시인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니까. 

 

 

이타카로 가는 길을 나설 때,

기도하라, 그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

포세이돈의 진노를 두려워 마라.

 

 

네 생각이 고결하고

네 육신과 정신에 숭고한 감동이 깃들면

그것들은 너의 길을 가로막지 못할지니

네가 그들을 영혼 속에 들이지 않고

네 영혼이 그들을 따르지 않는다면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와 사나운 포세이돈

그 무엇과도 마주치지 않으리

 

 

기도하라, 너의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를

크나큰 즐거움과 커다란 기쁨을 안고

미지의 항구로 들어 설 때 까지

네가 맞이할 여름날의 아침은 수도 없으니

페니키아의 시장에서 잠시 길을 멈추고

어여쁜 물건들을 사라

자개와 산호와 호박과 흑단

온갖 관능적인 향수들을

무엇보다도 향수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

이집트의 여러 도시들을 찾아가

현자들로부터 배우고 또 배우라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너의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는 마라

비록 네 갈 길이 오래더라도

늙고 나서야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 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 주기를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아름다운 모험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리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다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지혜로운 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가 가르친 것을 이해하리라

 

 

이타카는 바로 오디세우스의 고향이다. 오디세우스는 이 고향을 향해서 떠나지만 만만히 그곳에 갈 수 없게 된다. 삶이란 때때로 자신의 의도대로 순항하는 것 같다가도 알 수 없는 운명의 폭풍 속에 내 던져지기도 한다. 때때로 탐욕이 나를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불행이 나를 각성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섹스가 육체를 달아오르게 하고, 사랑이 내 가슴을 채우는가 하면, 미움과 증오 혹은 허탈함과 무의미가 가슴을 온통 채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한다. 살아서 떠나온 고향으로 되돌아 가야한다. 

 

'작가들- 성스러운 변형을 찾아 나선 모험가들'

구본형 칼럼 (2012.5.15)에서 발췌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내 가슴은 소년처럼 뛰어요.

페르시아 시장에 터번을 덮어 쓰고 이것저것 고르면서, 그리고 그 숨어 있는 어떤 모험, 위험

이런 것에 아슬아슬하게 노출되면서 내 여행을 떠나 있는 이런 느낌이 드는 거예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가슴이 뜁니다.

사랑에 빠져 살고 싶습니다.

삶을 시처럼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우리는 사랑조차에서도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인간이 되고 싶어 합니다.

이 시가, 그리고 오디세우스가 그러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 줍니다

 

 

 

EBS <고전읽기> 오디세이아 편 중에서

 

IP *.1.16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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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3 09:57:53 *.1.160.49

글과 말이 교차하는 시가 있네요.

 

사부님의 음성을 타고 흐르는 '이타카'를 들으니

제 가슴도 소녀처럼 뛰었습니다.

제 여행도 이미 시작되었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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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3 17:29:41 *.115.32.2

이 시 또한 꼭 공유하고 싶었는데..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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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8 08:58:03 *.216.38.13

미옥씨, 이 시와 더불어 <오디세이아> 방송 캡쳐 부분 첨가하여 홍보팀에 전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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