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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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상사와의
관계로 어려워하던 시절, 서점에서 우연히 이라는 책을 통해 '구본형' 선생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강에 가서 처음 얼굴을 뵈었고, '구본형 변화경영 연구소'라는 웹사이트를 찾기에 이르렀지요.
선생님이 직접 진행하고
계신 프로그램 중에 돈이 안 들어가는 프로그램은 '연구원제도' 하나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2009년에 연구원에 도전해 1차에서 탈락, 2010년에는 2차에서 탈락, 그리고 드디어 2011년에 그토록 원하던 연구원이 되어, 1년간 스승, 동기들과 함께 책 읽고, 글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2012년 작년에 많은 방황을 하던 중, 광화문에 있는 회사에 있을 때였습니다. 어느 가을 날, 점심시간 30분 전에 선생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점심 먹자"
"엇?? 정말요??? 사부님, 완전 콜이죠!"
그리고 룰루랄라
즐거운 마음과 선생님과 둘만 만나서 얘기해 본적은 처음이라 '어색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런 마음을 가지고 선생님이 만나자고 하신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후, 자주색 목도리를 한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제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뭘 먹어야 할지 몰라 메뉴판을 뒤적이고 있던 제게 선생님이 말씀하시더군요.
"너, 스테이크 어떠냐??"
"오~ 스테이크요?? 좋아요!!"
그래서 저는 스테이크를 선생님은 파스타를 주문했어요. 음식이 나오기 전, 음식을 먹으면서 요즘 회사생활은 어떤지, 회사에서 일과 중 일이 없는 시간에 어떻게 놀고 있는지 등에 대해 저는 쉴새 없이 떠들어 댔습니다.
사실 저는 누군가를
만나면 주로 이야기를 듣는 편이라, 선생님과의 그 한 시간이 앞으로도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당시에 다니던 회사 점심시간이 다행히 1시간 30분 정도였기에 스승과 오랜 시간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 뒤에 있었던 연말행사
뒷풀이 자리. 제 동기가 사부님께 여쭈었습니다.
"사부님! 왜 저는 밥 안 사주시고, 미나만 밥 사주세요?"
사부님이 뭐라고 대답하셨을까요???
"너는 맛있는 것 사주는 아빠가 계시잖냐?!"
50대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늘 친구같았던 스승. 사랑을 온몸으로 보여주셨던 스승.
무엇보다 스승은 2005년에 갑자기 떠나버린 내 아버지가 내게 주려고 애썼던 사랑이 무엇이었는지 뒤늦게 깨닫게 해 주신 스승.
그런 스승이 하늘나라로
가버리셨네요. 가시는 길에 마지막으로 밥도 사주시고 말이에요. 작년 우울의 늪에 빠져있던 제게 스승은 '매일 전화해라.'는 미션을 주셨답니다. 사부님에게 즐거운 목소리로 전화드리기 위해 백수로 살던 중 매일을 오후에 느즈막히 씻고 학교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서 목소리를 가다듬곤 했습니다. 그 때 즈음 제가 쓴 칼럼에 이런 댓글을 남겨 주셨네요.
" 어제는 통화 하지 못했구나.
이제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목소리에는 어떤 에너지가 있게 마련이다. 나는 네 목소리가 힘이 빠져있지 않기 바란다.
팟케스트를 하면서 네 방송국 하나를 개국한 것이니 이제 그 목소리가
세상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겠구나.
네가 원하는 인생을 살고, 그 인생으로
세상의 어떤 하나를 좀 더 좋게 했다면 그것은 좋은 인생이다.
너도 나도 그리 될 수 있으면 좋겠구나.
살아있음의 떨림과 흥분이 있는 순간들을 많이 갖도록 해라. 미나야
이제 매일 전화 하지 않아도 된다. 방송을 통해 늘 세상과 통화하도록
해라.
'네가 사부님 안녕하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 그리울 것이다. 그 속에 숨어 있는 세상에 대한 부드러움을 알고 있다."
사부님.. 저는 사부님이
"미나야"라고 부르시는 소리가 몹시나 그리울 거에요.
아마 벚꽃 흐드러지게 피는 봄이 오면, 벚꽃을 좋아하시던 사부님이 더욱 더 보고 싶을 겁니다. 이승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도 사랑의 씨앗 뿌리며 일상의 행복을 찾아 사시길 기도할게요. 다른 생에서 꼭 다시 만나요!
하핫.. 찡~~~ 이 글로 저는 '아, 내 글로도 누군가의 가슴이 찡해질 수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부님이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평소에 메일링 하는 분들께 보낸 메일이에요. 돌아가시자, 사부님을 잘 모르는 분들께 사부님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거든요. 그 때 몇몇의 분들께 받은 피드백도 쭌영님이 주신 것과 비슷해요. '참 좋은 분이었구나.' 생전에 알았다면 더 좋을 분이지만, 지금이라도 그 분을 더 많은 이들이 알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스승이니까요!^^
사부님은 마지막까지 많은 것들을 남기고 가시네요. ㅋ 그춍??? 쭌영님, 오늘도 재미난 하루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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