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추모

추모공간

사랑하는

  • 승완
  • 조회 수 2680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13년 5월 1일 23시 05분 등록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전문

 

 

풍경으로 피어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구본형 사부님은 내게 그런 사람입니다.

 

사부님과 함께 한 시간만큼 아름다운 장면도 많습니다.

그 장면들을 마음 깊이 접어 두었습니다.

사부가 그리울 때 하나씩 펴 보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 그 장면들 가운데 하나를 펼쳐봅니다.

 

 

2008 1 5일 저녁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날은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이자 꿈벗인 신재동 형과 이선이 누나의 아들 윤섭이의 첫 생일날이었습니다. 초저녁, 1기 연구원을 중심으로 가까운 지인들이 형과 누나 집에 모였습니다.

 

사부님은 같은 날 3기 연구원 수업이 있어서 몇 시간 후 집에 도착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부님 손에 A4용지 크기의 얇고 네모란 상자가 들려 있었습니다. 사부님은 선이 누나에게 상자를 건네며 말했습니다.

 

“선이야, 내가 오면서 그림 하나를 구해왔다. 얼른 뜯어봐라.”

 

사부님은 아이처럼 즐거워 보였습니다. 선이 누나가 스승이 준 선물이기에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풀기 시작하자, 사부님은 웃으며 재촉했습니다. “막 뜯어라.”

 

포장지가 벗겨지는 순간, 아이를 담은 그림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선이야, 이 아이가 누구냐? 이 예쁜 애가 누구를 닮은 거 같은데, 누굴까? (윤섭이를 가리키면서) 쟤인가?” 사부님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 윤섭이요...” 누나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림 속 아이는 재동 형의 모자를 쓰고 활짝 웃고 있는 윤섭이였습니다. 나는 선이 누나의 표정을 보았고, 주변 사람들의 얼굴도 봤습니다. 누나의 얼굴에는 감동이라는 두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고, 사람들은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사부님은 이렇게 일상을 황홀한 순간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리곤 했습니다.

사부님은 일상을 풍경으로 만드는 마법사였습니다.

 

 

 

IP *.34.180.245

프로필 이미지
2013.05.01 23:37:02 *.48.47.253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담고 있어서 참 부럽다.

 

더 예쁘고 감동적인 풍경을 담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드는 구나.

 

아.. 일상을 풍경으로 만드는 마법사여!

프로필 이미지
2013.05.02 12:44:39 *.27.104.238

그래 바로 이날, 나의 기억에도 또렷하다. 기분 좋으셔서 몇번 볼까말까한 사부님의 취기어린 흥얼흥얼도 새록새록하고...

프로필 이미지
2013.05.03 01:28:10 *.105.125.38

DSC_0181.JPG

 

덕분에 그때 그 장면을 다시 떠올려 본다.

고맙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 10주기 추모집 내 삶에 힘이 되는 멘토의 한 마디 - 9 운제 2023.03.11 2598
103 생전에 뵙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file 미래경영 2013.04.15 2605
102 그대에게도 늘 생각나는 그런 일 있겠지요? [2] 우산 2013.05.01 2613
101 가슴에 깊이 새기고 간직할 인디언 2013.04.15 2619
100 山에 언덕에 [4] 한 명석 2013.04.30 2625
99 사부님께 드리는 마지막 편지 [1] 새벽산책 2013.04.15 2640
98 1월 16일, 10주기 추모제 중간보고와 공헌멤버 온라인 모임 문요한 2023.01.13 2646
97 10주기 추모집 내 삶에 힘이 되는 멘토의 한 마디 - 4 운제 2023.03.04 2649
96 멘토의 한 마디 서평(펌) 운제 2023.03.11 2666
95 세 번째 남자여~ [1] 향인 2013.04.15 2667
94 10주기 추모집 내 삶에 힘이 되는 멘토의 한 마디 - 1 운제 2023.02.28 2667
93 아! 그 희미한 옷자락 못내 아쉽습니다. 아참 2013.04.15 2681
» 풍경으로 피어오르는 사람 [3] 승완 2013.05.01 2680
91 곁에 있는 게 좋았습니다. [3] 한정화 2013.04.28 2693
90 선생님이 써주신 메일 답장 [1] 미콘 2013.04.18 2699
89 당신을 만나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1] 햇빛처럼 2013.04.16 2710
88 그날도 이렇게 따스한 봄날이었습니다 file 아름다운청년 2013.04.15 2711
87 10주기 추모집을 발간하면서 운제 2023.02.27 2753
86 나에게도 사부님이 정 철 2013.04.15 2755
85 혼자라는 건 인디언 2013.05.02 2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