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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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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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7일 03시 05분 등록
사람 몸의 대부분은 수분이라는데 얼마나 울어대면 수분 함유량이 떨어질까?

 

 싸부님께서 돌아가셨다. 지난 3일간 참 많이 울어댔다. 너무 꺽꺽거리며 울어대면 손이 저릿해온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머리가 어질해져 온다는 것도 알았다. 이게 다 일찍 별이되신 싸부님 탓이다.

 

 2013년 4월 13일 밤 7시 50분 경, 구본형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입관을 지켜보았고 발인을 함께했다. 화장을 끝낸 싸부가 제 자리를 찾는 순간까지 함께했다. 그 동안 나는 커피 자판기처럼 울어댔다.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커피가 나오듯 하나의 의례가 진행될 때마다 울었다. 모든 의례가 끝난 후 나는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제 자리를 찾았다. 나에게 주어진 수업을 끝냈으며, 연료가 떨어진 차에 밥을 먹였고, 샤워를 하고 지금 이 글을 쓴다. 웃기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나는 세상이 끝난듯 울어댔었다.

 

 수업을 미루고 다음에 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냥 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싸부의 연구소의 7기 연구원이다. 2년 전에 싸부는 나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나는 싸부에게 세 번을 물었다. "싸부님 왜 절 뽑으셨어요?" 세 번째 질문에 싸부는 답변했다.

 "너는 그 질문을 세 번을 했다. 그건 네가 충분했기 때문이지. 넌 충분했다."

그렇게 싸부는 나에게 황금의 씨앗을 남겼다. 모나고 부족한 나에게 충분한 사람이라며 용기있는 사람이 될거라 했다. 말없이 내 손을 다독여 주었다.

 그런 싸부를 보내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남은 오늘 하루를 살아내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남겨진 자에겐 슬픔이다. 다시는 그의 음성을 들을 수 없음이 슬프다. "루미야"라고 불러주는 그를 보고 싶다. "밥은 먹었니?" 라는 말이 그립다. 헤어짐의 순간마다 꼭 안아주던 포근함을 느끼고 싶다. 간헐적으로 도착하던 그의 메일을 받고 싶다.

 하지만 남겨진 자에겐 그만의 의무가 있게 마련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이란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하루를 보내면서 우리 모두는 자신의 죽음에 다가간다. 그러나 죽음이 "끝"은 아니다. 죽음은 시작이다. 그의 음성이 들린다. "그래 루미야. 이제 너는 어떻게 할 거니?"  나는 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살아 움직이던 그의 육신이 사라졌다고 그의 뜻이 사라지진 않았다. 변화경영시인으로 남고자 했던 그는 시처럼 살다 가며 사람을 남겼다. 적어도 내 마음엔 황금의 씨앗을 심고 갔다.  그를 만나고 나는 나와 화해할 수 있었고, 내가 나 자신이 되려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변화를 이해했고, 공부하는 법을 알았다. 이제는 내가 그를 살려야 할때가 되었다.

 

 싸부는 우리를 보고 말했다. "내 꿈아." 나는 싸부를 보고 꿈을 꾸었다. 내가 나 자신으로 온전히 서서 나를 쓰다듬으며 나에게 진정한 희망을 품게 되기를. 이제는 내가 싸부의 꿈이 될 때다. 나의 모습으로 싸부를 온전하게 살게 할 때다. 은혜를 입은 제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보은은 스승을 넘어서는 것이다. 쪽빛보다 푸른 청색을 품어 내는 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스승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된다.

 

 죽은 자의 이름을 이어지게 하는 것은 산 자들이다. 그때 죽은 자의 이름은 잊혀지지 않는 존재가 되어 부활 한다. 싸부를 보낸 우리들은 각자의 숙제를 얻었다. 그 숙제는 자신의 전 인생을 놓고 벌이는 한 판 승부가 될지도 모른다. 하나의 멋지고 거대한 프로젝트가 되고,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될 것이다. 그 순간 그의 이름은 내 안에 살아난다. 나는 그가 살 수 없었던 미래가 된다. 그의 이름으로 어제를 살았던 내가 이제 그의 오늘을 산다. 오늘 하루 조금 더 아름다워지는 것으로. 한 걸음 더 나다워지는 것으로.

 

 암흑같던 죽음과 조금은 친구가 되었다. 이제는 죽음이 목전에 닥쳐도 예전보다는 덜 두려울 것 같다. 그 끝에 그가 기다리고 있을 거다. 깊은 울림을 가진 저음의 목소리가 나의 이름을 부를테다. 그때 싸부를 와락 안기 위해서 나는 오늘을 산다. 삶에 달라붙는다. 치열하고 고독한 때로는 더럽기까지한 나의 현장에 남는다.

 

 

 싸부님 벗꽃이 피면 생각날 거예요.

 와인을 마시면 그리워질 거예요.

 잔인한 4월마다 조금은 슬퍼질거예요.

 그래도 난 살아갈 거예요.

 내 몫의 축제를 즐길 거예요.

 그 축제가 끝나는 날 싸부님께 물을 거예요.

 나의 축제가 멋지지 않았냐고.

 그때 말할 거예요.

 그리웠노라고.

 보고싶었노라고.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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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7 07:27:32 *.9.188.107

멋지다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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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7 09:19:05 *.106.204.104

바보같이 자꾸 눈물이 납니다.

님처럼 그렇게 멋지게 다짐하고 씩씩해져야 하는데...

사부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항상 마음에 새기며 살아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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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7 23:14:46 *.176.238.205

끝내준다 루미. 선생님께 올리는 최고의 헌화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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