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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일 09시 19분 등록

혼자라는건 ……   최영미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 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 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 만큼 힘든 노동이란 걸

고개 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 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리면 안돼

서둘러
순대국밥을 먹어 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 ..

연구원시절 칼럼을 쓰면서 이 시를 인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칼럼의 댓글에 사부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은미야, 언제 순대국이나 같이 먹을까 ?

 

사부님의 이 말씀에 저보단 오히려 4기들이 다 모여들어 우리 같이 순대국을 먹었었습니다.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 사부님의 마음이 어떤 마음이셨을지 이제서야 헤아리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늘 혼자서 무언가를 했어야 했던 나는 늘 끝없는 외로움과 슬픔들을 담고 살았고 사부님께선 제 안의 그 깊은 슬픔들을 보신게지요!

 

누구보다 내부의 뜨거운 불꽃을 가지고 있지만 그 불꽃을 살려내지 못하고 울고 소리치고 상처 투성이였던 저를 보셨던 게지요. 그래서 사부님은 제게 뜨거운 순대국을 먹이고 싶었던 것이지요. 소리도 못 내고 누군가와 눈이라도 마주칠까 허겁지겁 하는 저와 따뜻한 눈을 맞추고 환하게 웃으며 괜찮다 하시고 싶었던 것이지요?

 

사부님의 그 따뜻한 사랑, 늘 애처로운 제자를 보듬어 주시려 하셨던 그 끝없는 사랑 잊지 않겠습니다. 그 사랑으로 삶 속에서 만나는 외로움과 당당히 마주보며 뜨거운 순대국을 먹을 수 있는 제가 되어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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