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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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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일 15시 08분 등록
시(詩)
-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가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어 있었어,
열(熱)이나 잃어버린 잘개,
또는 내 나름대로 해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든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遊星)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그림자,
화살과 불과 꽃들과
들쑤셔진 그림자,
휘감아도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미소(微小)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虛空)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렸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
어디에선가 사부님이 좋아하신다고 해서 눈길이 갔다가, 그리고 저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시를 모두 그림이라 생각하고 읽었죠. 시인이 자신의 삶에 다가오는 그 모든 것을 시라고 얘기했듯이 저도 그 모든 것을 그림으로 바꿔서 얘기할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사부님께서는 가끔 변화하고는 연결될 것 같지 않은 것들도 변화로 연결시키셔서 칼럼에 쓰시곤 하셨습니다. 그걸 읽을 당시는 참 엉뚱하다 생각했었지요. 그리고 나중에 사부님께 모든 것을 자신이 집중하는 그것으로 해석해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듣고서야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그러한 작업이 결국은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려는 사람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임을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처음엔 말도 안되는 연결들이 점점 더 파고드는 중에 제대로 찾아가는 해석임을. 그리고 그것이 전체로 자신에게 다가드는 것임을.

시를 읽다가 문득.
육체를 내려 놓으신 사부님께서 이제는 그건 목소리인지, 웅얼거림인지, 침묵인지, 구름속에 비치는 햇살인지,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인지, 혹은 어둠의 손짓인지, 혹은 별빛인지, ..... 무엇인가로 다가와 부를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답을 하건, 하지 않건, 쳐다보건, 아니건, 손짓하건 아니건 상관없이 곁에 계시다는 걸.

그게 시이건, 그게 그림이건, ...... 아무런 상관없이 세상과 하나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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