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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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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5일 10시 09분 등록
 
제가 스승님을 만난 것은 8년 전, 2005년. 
 
늘, 저에게 빨리 책을 내라 하셨던 그 목소리가 아직까지 들리는 듯 합니다. 

부랴부랴 소식을 전해듣고 도착한 장례식장. 그때 스승님의 영정도 아직 마련이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바라 볼 수 없었습니다. 저에게 '유윳빛깔 정재엽'이라며 놀림 반, 채찍 반으로 책을 내라고 하신 스승님의 말씀, 그 목소리.

<EBS 고전읽기>를 생방송으로 진행하시는 날이면, 
우면동 사옥에서 전철역까지 차로 배웅해드리면서, 저는 비로소 스승님을 '소유'할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생방송에서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신 적이 있으셨지요.
 
"좀 소란 스럽기는 하겠지만 강연을 하다가 죽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좋아하는 일을 하다 현직에서 죽을 것"이라 하셨지요.  '사는 동안 퇴직은 없다', 며, '죽음이 곧 퇴직'이라 하셨습니다. 예정된 6개월의 방송을 2주 앞둔 채 몸이 너무 아프시다며 방송을 잠시 쉬셔야겠다고 하셨는데, 그게 마지막 만남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은 방송 시그날이 나가고, 음악이 흐르는 동안 목과 등에 통증이 너무 심하시다 하셨지요. 순간, 목을 주물러 드릴까 하다가 너무 시간이 짧은 탓에 주물러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결국, 말씀대로, 좋아하시는 일을 하시다가 끝까지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죽음이 곧 퇴직이라 하신,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신 나의 스승님.

작년에 출간하신 그분의 책에는 이미 죽음을 예견하신 것 같습니다. 

"나는 내 마지막 날을 매우 유쾌하게 상상한다. 나는 그날이 축제이기를 바란다. 가장 유쾌하고 가장 시적이고 가장 많은 음악이 흐르고 내일을 위한 아무 걱정도 없는 축제를 떠올린다.

언젠가 나는 내 명함에 '변화경영의 시인' 이라고 적어두려고 한다. 언제인지는 모른다. 어쩌면 그 이름은 내 모비명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내 삶이 무수한 공명과 울림을 가진 한 편의 시이기를 바란다."
-구본형 <신화 읽는 시간> 중

빛나는 시처럼 살다가신 스승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 이 순간 숙연해집니다.
IP *.216.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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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8 01:55:00 *.108.98.232

주체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재엽씨가 들은 선생님의 구상, 꼭 함께 해 내고 싶어

선생님답게 따로 유언을 남기지 않으셨으니, 그 말씀이 유언이라 생각하고 품고 가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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