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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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즐거움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최성은 옮김
이미 종이 위에 씌어진 숲을 가로질러
이미 종이 위에 씌어진 노루는 어디로 달려 가고 있는가?
자신의 입술을 고스란히 투영하는 투사지 위에 씌어진 옹달샘,
그곳에서 이미 씌어진 물을 마시러 ?
왜 노루는 갑자기 머리를 처들었을까 ? 무슨 소리라도 들렸나 ?
현실에서 빌려온 네다리를 딛고서
내 손끝 아래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고요” 이 단어가 종이 위에서 바스락대면서
“숲‘이라는 낱말에서 뻗어나온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흔들어 놓는다.
하얀 종이 위에 도약을 위해 웅크리고 있는 글자들,
혹시라도 잘못 연결될 수도 있고,
나중에는 구제불능이 될 수도 있는,
겹겹으로 둘러싸인 문장들.
잉크 한 방울, 한 방울 속에는
꽤 많은 여분의 사냥꾼들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숨어 있다.
그들은 언제라도 가파른 만년필을 따라 종이 위로 뛰어 내려가
사슴을 포위하고, 방아쇠를 당길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사냥꾼들은 이것이 진짜 인생이 아니라는 걸 잊은 듯하다.
여기에서는 흑백이 분명한, 전혀 다른 법체제가 지배하고 있다.
눈 깜작할 순간이 내가 원하는 만큼 길어 질 수도 있고,
총알이 유영하는 찰나적 순간이
미소한 영겁으로 쪼개질 수도 있다.
만약 내가 명령만 내리면 이곳에서 영원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
내 허락 없이는 나뭇잎 하나도 함부로 떨어지지 않을 테고,
말발굽 아래 풀잎이 짓이겨지는 일도 없으리라.
그렇다, 이곳은 바로 그런 세상
내 자유 의지가 운명을 지배하는 곳.
신호의 연결 고리를 동여매서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 내고
내 명령에 따라 존재가 무한히 지속되기도 하는 곳.
쓰는 즐거움
지속의 가능성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소멸해 가는 손의 또 다른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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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주는 시는 참으로 많습니다.
제가 살아오는 동안 만난 많은 시들이
저에게 힘을 주었지요.
그저 내가 좋아하고 내가 감동 받은 시를
그분께 드려도 그분은 틀림없이 좋아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떤 자리인지 더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부님이 나누고자 했던 시가 무엇인지
이제서야 찾아보았습니다.
사부님이 다른 분들이 올린시에
달아놓은 답글들을 찾아 보았습니다.
그분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했는지
어렴풋 하기만 할 뿐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음음
고백합니다.
직접올리신 시
다시 한 번 같이 감상하며
사부님이 직접 다신 덧글을 같이 나누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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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께서 시에 덧붙인 글)))
언젠가 내가 이 세상에 어느 곳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쓰러져 있을 때,
나에게도 '내 마음대로 해 볼 수 있는 세상 하나가 있기'를 바랬다.
그후 마흔이 넘어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쓸 수 있는 지도 모르면서 그저 마음의 희미한 등불을 따라 나섰다.
결국 이제는 글쟁이가 되었고,
나의 인생은 좋아졌다.
왜 좋아 졌을까 ?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 하나.
그게 내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능력이 많이 모자라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부끄러운 일은 나에게 주어진 것 조차 모두 쓰지 못하고 가는 것이다.
어제 누군가 하루종일 울었다 한다.
간혹 하루 종일 울 때도 있다.
이유야 사라지면 그만 인 것이고,
울 일이 생기면 울면 그뿐이다.
글을 쓸 수 있으면 글로 맞서고,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면 노래로 맞서고
사랑할 수 있으면 사랑으로 맞서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면 눈물로 맞서면 된다.
돈이 없으면 하루종일 도서관에서
눈깔이 빠지게 책을 읽으면 그것도 즐거운 하루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 하나가 있으면
그것이 아무리 작아도 좋다. 두려워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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