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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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연가
1.
당신이 계셔서
세상천지가 길이었는데
당신이 떠나고 나자
어느 곳에도 길은 없더군요
지난 날
당신 집 바라보이는
길 모퉁이 돌 때마다
당신이 계셔서
다가오는 시간들이
기쁨이었고
산 길 굽이 굽이
시야 좁고 짧은 길 너머는
희망이었는데
당신이 떠나시고 나자
다가오는 시간은
나를 짓누르고
보이지 않는 산 고개 너머는
알 수 없는 무게로 다가와
막막한 가슴뿐이었네요
2.
지금도
내 책상위에서
당신은 웃고 계시는데...
‘백산아!’하고 부르시던
당신의 목소리는
내 귀에 들려오는데...
이젠,
다시 곁에 앉아
볼 수도, 들들 수도 없네요
저를 나무라시던
당신의 침묵...
저를 축복하시던
당신의 미소...
저를 격려하시던
당신의 글귀...
아직,
이렇게 내 귀에 생생한데
나는 당신 곁에 앉아
당신의 가르침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네요
3.
벼랑 끝,
칼날 위에서
일념의 불 꽃으로
살아온 30년 세월이...
내 앞의 골리앗이 아닌
내가 믿고 사랑했던
내 안의 사람들로 인해 붕괴되어
처절하게 망가져가던
나를 일으켜 세워 주셨었는데
그렇게 일어서
버거운 한 걸음...
그 지나 온
모든 걸음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그 마지막 한 걸음...
당신이 거기 계셔서
몸을 가누었었는데
당신이
떠나시고 나자
내 딛기는 커녕
들어 올리기 조차 버거워졌었네요
4
한 밤중에,
당신의 마지막 수업을 읽다가
잠이 들었는데
비몽사몽간에
글귀들이 머리 속을 휘저어 다니며
당신의 숨결, 그 말투처럼
제게 다가 와
“백산아! ” 하시며,
저를 부르시던
그 목소리로
말하듯이 들려 왔네요,
“한 걸음만 더!"
“사랑을 위해!”
“네 영혼 깊숙이...”
5
그렇게 당신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길을 밝혀 주시는
은혜로우신 스승이십니다.
*** 마지막 수업을 읽고 ...
"한 걸음만 더 ! " 라는 나의 소망에
스스로 답을 합니다.
" 자신의 구원은 스스로 말미암는다." 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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